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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명상심리의 기본구조

연기적 현상에 대한 ‘알아차림’ 명확한 확립 중요

마음 일어나는 기본구조는
안이비설신의에 따라 생겨
6처 어찌 인식하느냐 따라
일상과 명상차원이 달라져

‘불교의 본질이나 핵심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대답은 ‘마음을 닦는 것’을 비롯한 ‘마음의 종교’ 혹은 ‘마음공부’ 등이다. 이에 한 발 더 나아가, 과연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그리 쉽게 답변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하면 마음이란 늘 쓰며 살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이를 제대로 설명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아비달마불교나 유식학에서는 그 교리체계가 불교심리학으로 불릴 정도로 마음의 정의를 비롯한 그 이론체계가 매우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초기불교에서 마음은 아비달마불교나 유식학에 비하면 그다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다만 초기경전의 여러 교설 속에서 확인될 뿐인데, 즉 마음은 4념처와 12처, 그리고 18계 등에서 ‘심(心, citta)․의(意, manas)․식(識, vijñāna)’ 등으로 불린다. 이에 대해 아비달마불교에서는 마음의 기능과 그 특성에 따라 체는 같고 작용에 따라 달리 불린다고 설명한다. 즉 먼저 심은 신․구․의의 3가지 업(業)이 ‘집기(集起)하기 때문에 심이다’라고 정의한다. 또한 의는 ‘사량(思量)하기 때문에 의이다'라고 라며, 식은 ‘요별(了別) 때문에 식이다'라고 설명된다.

요컨대 마음이란 ‘심․의․식’에 관한 아비달마적인 설명방식을 통해 용어와 그 특성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마음의 실제적인 역동적 현상들과 그 작용기제는 어떻게 이해되고, 아울러 이는 명상의 체계와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가? 이러한 문제는 마음의 구조에 대한 연기적 통찰 및 일상적으로나 수행의 과정에서 심신의 조화를 통해 마음을 직접적으로 닦아나가는 명상의 체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교리적으로는 초기불교에서 마음이 일어나거나 활동하는 가장 기본적인 구조는 6처임을 상기해야 한다. 이때 처(處)는 마음이 생겨나는 장소이자 문(門)을 의미한다. 즉 ‘6처’란 6처 중 의근에 해당하는 마음이 5감관(혹은 5문)을 쫓아 발생하는 인식의 연기적이고 그 역동적 생기관계를 시사한다. 이는 아직 인간심리의 주관적 측면이 대상적 측면과 인과관계를 형성하기 이전의 단계나 명상 등을 통해 마음이 비교적 내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포괄한다.

이런 점에서 명상이나 수행의 기본구조는 6문을 어떻게 이해하고 관찰하며 알아차림을 확립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요체임을 직시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의 인식은 눈을 뜨면서부터 외부의 대상과 관계를 맺으며, 특히 외부대상을 언어적으로 인식한다. 이때 마음이나 인식은 느낌, 정서, 감정, 생각, 의지, 판단, 분별 등의 많은 심리적 요소들이 주어진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있는 형태로 작용하거나 일어난다. 이러한 인식의 구조는 12처와 18계, 그리고 5온과 12연기 등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서 설명된다.

한편 교리적으로 6처⇒12처⇒18계⇒5온 등으로 전개되는 그 연기적 현상들을 명상이나 수행론적으로 살펴보면, 사실 초기불교에서 제시하는 6처 등의 교설들은 범부의 일상적 차원과 이에 대한 연기적 통찰을 제시하는 명상이나 수행적인 차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예컨대 범부의 일상적 차원은 6처 등의 연기적인 현상들에 대한 알아차림(sati)이 확립되지 않아, ‘탐욕․성냄․어리석음’이라는 3독심이 ‘신․구․의’의 3가지 형태로 조건적으로 전개되는 일상적 인식과 행위들이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명상의 차원은 6처를 비롯한 12처와 18계, 그리고 5온 등의 유기적 현상들에 대한 연기적 통찰 및 성찰을 통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자각과 알아차림이 동반되는 것을 말한다.

결국 명상심리의 구조와 그 핵심요소는 일상적으로나 명상의 차원에서 6문을 기반으로 심신의 활동과 움직임을 여실하게 알아차리는 일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즉 6처 등의 연기적 현상들에 대한 알아차림을 명확히 확립하는 것이 명상수행의 요체인 것이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49호 / 2018년 7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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