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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禪畵), 진리의 에너지 담긴 청색을 덧대다

  • 문화
  • 입력 2018.07.24 15:53
  • 수정 2018.07.26 18:05
  • 호수 1450
  • 댓글 0

갤러리 비선재, 윤양호 개인전
‘오직 모를 뿐’ 단색화 40여점
원·청색으로 전하는 수행 과정
“관념 놓으면 본래가치 드러나”

바퀴를 뜻하는 차크라에서 청색은 이성과 진실, 이해의 에너지를 의미한다. 원광대 선조형예술학과 교수는 이 같은 청색을 통해 내면의 진리를 체득해 가는 선(禪)의 세계를 표현한다. 서울 갤러리 비선재가 윤 교수의 36번째 개인전 ‘NUR WEIS NICHT(오직 모를 뿐)’을 진행한다.

윤 교수는 대표적인 단색화 작가다. 처음 단색화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1년이며, 흰 광목천에 검은 원을 그린 대작을 제작한 것이 1994년이다. 그는 1996년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그가 내면의 정신성을 나타내기 위해 선택한 조형언어는 도형과 색채다.

‘Zen geist-아는 것을 버리다’, 91×72.7cm, Mixed media on canvas, 2018년.
‘Zen geist-아는 것을 버리다’, 91×72.7cm, Mixed media on canvas, 2018년.

원은 단순하지만 끊임없이 순화하는 자연을 상징한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순환하는 가운데 모든 것은 변화하며, 변화하는 가운데 우리의 지식과 경험도 새로운 가치를 찾아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치들은 다시 일정기간 순환하며 또다시 변화한다. 이러한 반복적 과정 속에서 우리는 수행적인 관점으로 삶의 지혜와 존재 가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수행은 인식의 확장이며 그 과정에서 느끼는 다양한 인식의 변화는 지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윤 작가는 원형의 확장된 형태로 색면과 무수히 많은 점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안료를 수십번 덧칠하고 점을 찍기 위한 반복적인 붓질은 행위성의 강조이자 수행의 과정을 의미한다.

그의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특징은 빨려 들어갈 듯 화면을 채운 색채다. 돌가루, 모래 등으로 만들어낸 청색 안료는 단순하고 절제된 추상형태에 정신의 깊이를 더한다. 그는 이브 클랭이 발명한 청색 물감에 오랜 세월 체득한 경험을 더해 다양한 변형의 깊고 선명한 청색을 덧댄다.

‘Zen geist-아는 것을 버리다’, 227.3×181.8cm, Mixed media on canvas, 2018년.
‘Zen geist-아는 것을 버리다’, 227.3×181.8cm, Mixed media on canvas, 2018년.

청색에 대한 관심은 1990년대 파리 현대미술관에서 이블 클랭의 작품을 본 이후다. 그는 이브클랭이 허공을 탐색하며 추구했던 정신성과 그의 선 수행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내며,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허물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발현하는 유사한 정신성을 통해 시공간을 넘어 인간의 본성은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고, 이를 작품에 담아왔다.

“인간은 서로 소통한다. 작가와 관객은 작품을 통해 교감하고 공감한다. 수행의 과정을 담은 작품 속에서 함께 호흡하며 내가 그랬듯이 관객 스스로 자아를 찾아가길 바란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얻기 위해 복잡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이 아는 것을 내려놓고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관념에서 벗어난 순간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를 느끼게 될 것이며 그 에너지는 내면에 숨겨진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작품은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한편 갤러리 비선재가 마련한 윤양호 교수의 두 번째 개인전에는 그의 조형적, 미학적, 표현적 개념이 심화된 신작 40여점이 소개된다. 갤러리 비선재는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전시는 9월17일까지 계속된다. 02)793-5445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50호 / 2018년 8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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