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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설정 스님 친딸” 친모 증언 논란

기자명 최호승
  • 교계
  • 입력 2018.07.24 17:43
  • 수정 2018.07.25 11:48
  • 호수 1450
  • 댓글 23

하와이 무량사 도현 스님 7월24일 녹취록 공개

1999년 2월 녹음된 대화 내용 담겨
원치 않았던 2차례 관계 후에 출산
조계종 면담 때와는 다른 사실 주장
“설정 스님 거취 표명해야” 목소리도
조계종 “혼란 부추기는 행위” 비판

미국 하와이 무량사 주지 도현 스님은 7월24일 서울 우정총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20여년 전 김씨가 자신을 찾아와 나눴던 발언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미국 하와이 무량사 주지 도현 스님은 7월24일 서울 우정총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20여년 전 김씨가 자신을 찾아와 나눴던 발언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친자 의혹과 관련해 “전*경은 설정 스님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던 친모 김*정씨가 20여년 전 한 스님을 만나 “설정 스님의 친딸”이라고 주장한 녹취록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김씨가 전씨를 임신하는 과정과 출산 이후 입양과 관련해 구체적인 진술이 담겼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와이 무량사 주지 도현 스님은 7월24일 서울 우정총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20여년 전 김씨가 자신을 찾아와 나눴던 발언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도현 스님은 “설조 스님이 30여일 넘게 단식하고 있지만 미동도 없는 조계종을 보면서 참담함을 느꼈다”며 “주위 만류도 있었겠지만 개인 안위만 생각한다면 지도자 자격이 없다. 조속한 사퇴만이 종단 위상을 회복하는 길”이라며 녹취록 공개이유를 밝혔다. 스님은 이어 “녹취록은 의혹을 검증하고 있는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님에 따르면 녹취록에는 1998년 섣달그믐(1999년 2월15일)날 김씨가 병원 치료차 미국에 있는 설정 스님 거취를 묻고자 하와이 무량사를 찾은 날 만나 나눈 대화내용이 담겼다. 도현 스님은 “김씨가 ‘자신은 설정 스님의 여자’라고 밝히고, ‘(그 사이에서) 딸이 있으며 설정 스님을 만나지 못하면 죽겠다’는 말을 해서 녹취를 하게 됐다”며 “녹취는 김씨의 동의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녹취록을 공개한 것에 대해) 설정 스님과 김씨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이 22세였던 당시 설정 스님과 대청댐 인근 차 안에서 강요에 의해 성관계를 맺었다. 이후 한 번 더 관계를 맺으면서 아이를 임신을 하게 됐다. 아이를 출산하고, 아이 양육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설정 스님과 나눈 대화내용도 상세히 기록됐다. 그러면서 도현 스님에게 “죽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외에도 50여 쪽에 걸쳐 작성된 녹취록에는 김씨가 아이를 출산한 이후 입양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통을 겪으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도 담겼다.

그러나 도현 스님이 이날 공개한 녹취파일은 음성인식이 쉽지 않다. 따라서 이 여성이 전씨의 친모인지 여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도현 스님은 “녹취만 들어서는 김씨가 맞는지 불분명할 수 있다”며 “그러나 내가 김씨와 나눈 대화임에는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스님은 “그때가 선방스님들과 한해를 마무리하며 차담을 나누기로 한 날이었는데, 김씨를 만나느라 참석하지 못해 날짜를 정확히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설정 스님의 친자 의혹은 지난해 10월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반면 당시 의혹 제기는 한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내용을 기초로 한 것이어서 신뢰에 의문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설정 스님 측이 “사실 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내부 갈등이 확산되면서 종단 안팎에서 조속한 의혹해명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퇴진 요구가 있었지만 의혹 제기만으로 총무원장을 사퇴하는 것은 종헌종법에 벗어날 뿐 아니라 종단의 장기적인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설정 스님 의혹과 관련해 원로, 중앙종회의원, 율사스님 등이 참여하는 의혹 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진상파악에 착수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도현 스님이 공개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여성이 전씨의 친모인 김*정씨일 경우 지난 5월 “전*경은 설정 스님과 무관하다”고 말했던 김씨의 주장도 신뢰를 잃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경우 설정 스님의 의혹과 관련해 종단 차원에서 진행하는 의혹 규명위원회의 활동에 차질을 빚고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조계종 중진 스님은 “‘자신의 딸은 설정 스님과 무관하다’는 김씨의 말은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며 “설정 스님이 이제 의혹을 해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친자 의혹을 받고 있는 전*경씨와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이런 상황에서 종단의 혼란은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설정 스님께서 향후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은 이날 오후 대변인 입장문을 내고 도현 스님이 공개한 20년 전 녹취록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입장문에서 “김*정씨는 올해 5월 진실을 밝히는 영상을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며 “그 내용은 1999년 당시 본인 스스로 심신이 매우 불안한 상황이었고 당시의 진정과 소송 등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조계종은 이어 “도현 스님은 20년 전 어떤 의도로 김*정씨와의 대화를 녹음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며 “조계종은 당사자 스스로 허위라고 밝힌 내용을 새로운 것처럼 이제야 공개해 혼란을 부추기는 도현 스님과 그 배후 세력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50호 / 2018년 8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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