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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나란다’라던 중앙승가대, 재가자 입학 추진

기자명 권오영
  • 교계
  • 입력 2018.07.26 20:34
  • 수정 2018.07.27 17:23
  • 호수 1450
  • 댓글 12

총장 성문 스님, 이사회서 밝혀
입학생 감소 대책…TF팀 구성
“재가자에 입학 기회부여” 검토
기본교육기관 정체성 상실 우려
승려교육 부실에 실효성도 회의
교육기관조정 큰 틀서 논의필요

조계종 승려전문교육기관이자 기본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 전경. 중앙승가대 홈피 캡쳐.
조계종 승려전문교육기관이자 기본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 전경. 중앙승가대 홈피 캡쳐.

‘한국의 나란다대학’을 표방하는 중앙승가대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입학생 감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반 재가자들도 입학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학생 정원 미달이 장기화되고 이에 따른 대책마련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지만 중앙승가대가 재가자 입학을 허용하는 것은 조계종 기본교육기관이자 승려전문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법인 승가학원(이사장 설정 스님)은 7월24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회의실에서 제114차 이사회를 열고 신입생 감소 등 중앙승가대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승가학원 이사 법산 스님은 “중앙승가대 입학 정원이 120명인데 입학생이 30여명인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줄어들다보면 학교가 고사될 수 있다. 학교의 존폐가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총장 성문 스님은 “중앙승가대는 정부 예산을 받지 않고, 대학역량평가 대상이 아니라서 (입학생 정원 부족에 따른) 교육부 제재대상도 아니다”며 “그러나 중앙승가대 활성화는 종단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학내 교수, 동문들을 중심으로 교육혁신위원회를 발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재가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입학생 감소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종무행정, 사회복지 등의 분야에 능력을 갖춘 재가자들을 배출할 경우 종단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가을께 열리는 이사회에서 보고 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승가대는 현재 재가자 입학생 유치를 위해 학내규정 등 관련법 개정과 교육환경 개선 등을 검토하기 위한 TF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TF팀은 재가자 입학생 유치를 위한 학과 신설, 장학 혜택, 졸업 후 취업 보장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승가대 학인현황에 따르면 1~4학년 전체 학인 수는 156명(타종단 스님 21명 포함)에 불과하다. 학년별로 보면 4학년은 타종단 학인을 포함해 45명으로 입학정원의 38%에 그쳤고, 3학년은 40명으로 33%, 2학년은 41명으로 35%, 1학년은 29명으로 24% 수준이다. 이 같은 감소률이 지속될 경우 몇 년 뒤에는 중앙승가대 입학생이 10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학생보다 교수‧직원이 더 많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재가자 모집을 통해 부족한 입학정원을 충당하겠다는 것이 성문 스님의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가자에게 문호를 개방할 경우 중앙승가대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승가대는 1979년 한국 전통승가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시대에 맞는 현대적 승가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특히 기본습의 등 승려로서 갖춰야 할 특수교육과 일반 정규대학이 갖는 전문교육을 병행하면서 조계종 유일의 현대적 승려전문교육기관으로 불렸다. 때문에 재가자가 입학할 경우 ‘승려전문교육기관’이라는 중앙승가대의 위상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 재가자 입학에 따라 사미․사미니 신분의 학인스님들이 정식 스님이 되기 위해 익혀야 하는 습의교육 등 교과과정의 대폭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 이럴 경우 중앙승가대를 조계종 기본교육기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승가대가 재가자에 문호를 개방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승가대 운영예산 가운데 종단 지원금과 불자들의 후원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앙승가대가 승려전문교육기관이자 종단 기본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릴 경우 조계종 분담금도 지원근거가 약화될 수 있고, 불자들의 후원금도 대폭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또 재가자의 입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장학금 등 각종 혜택을 약속할 수밖에 없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들도 줄줄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따라서 중앙승가대가 재가자에게 입학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게 우려하는 측의 주장이다.

중앙승가대 한 동문은 “입학생 감소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더라도 단시일 내에 성과를 내겠다고 재가자 입학부터 검토하는 것은 승려전문교육기관인 중앙승가대의 존립의의를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앙승가대 입학생 문제는 조계종 기본교육기관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틀에서 검토돼야 할 사안”이라며 “현재 조계종 교육원이 진행하고 있는 기본교육기관 구조조정 차원에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50호 / 2018년 8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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