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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스님들,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요”

기자명 최호승
  • 교계
  • 입력 2018.07.27 10:30
  • 호수 1450
  • 댓글 7

조계종 중앙·산하기관 종무원 57명 호소문 발표

“조계종 제35대 집행부 출범을 함께 해 주신 교구본사 주지스님들과 중앙종회의원스님들은 종단 운영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느끼고 현 상황의 타개와 종단의 혁신과 변화의 길에 절실하게 나서 주시기 바랍니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기관 재가종무원 57명이 7월27일 불자 자존감 상실, 종단 위상 추락, 승가공동체 분열 등을 우려하며 사태 해결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종무원들은 “내부에 종단 정상화와 안정을 이끌고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는 가시적인 모습이 불투명하다”며 “현재 상황이 조속히 타개되고 종교단체로서 시대적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호소문의 취지를 설명했다.

종무원들은 호소문에서 “총무원장 선거 당시부터 제기된 일부 의혹들은 이제 종단 운영 전반을 향한 의혹과 비난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의혹의 진위는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특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운 심정을 표명한 뒤 종단 지도자들의 각성을 요구했다.

종무원들은 “제35대 총무원 집행부 그리고 교육원 포교원의 교역직 종무원스님들, 중앙종회를 비롯한 종정기관의 소임자 스님들은 어떻게 문제들을 해결할 것인가”라며 “종단 안정과 발전을 위해 얼마나 절박하게 스스로를 던지고 있는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물론 재가종무원들도 현 상황의 책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며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편안한 생각에 빠져 주변의 핑계 거리와 구실만 찾았던 것은 아닌지 통렬히 되짚어 본다”고 반성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합리적인 종무행정의 선을 넘어섰지만 덮어버렸던 우리 과오”라고 성찰한 종무원들은 “지난 시기 문제들을 확인하고 바로 잡는 조치들과 함께 종단의 미래와 전망을 종도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종무원들은 “근본적인 혁신과 변화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강조하며 종단과 설조 스님 그리고 적폐청산 시민연대를 향해 7개 사항을 호소했다.

종무원들은 △중앙종무기관·산하기관 교역직 종무원의 문제 해결책 수립 및 공표 △35대 출범을 함께 한 교구본사·중앙종회 등의 책임 의식 △설조 스님의 단식 중단과 건강한 모습으로 비판과 제언 요청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의 객관적 조사 △시위 주도단체의 근거 없는 비방과 자극적인 언행, 불교공동체 훼손 행위 중단 △문제의 본질 왜곡하는 타종교 성직자들의 부적절한 입장 표명 △재가종무원들의 시위 대응 동원 지시 재고 등을 요청했다.

끝으로 종무원들은 “종단 구성원 스스로 성찰과 혁신이 없이는 희망이 없다”며 “우리의 작은 소망이 종단의 미래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50호 / 2018년 8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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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호소문 전문.

현 상황에 대한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무기관·산하기관 일반직 종무원 호소문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 상황이 막막하고 때로는 부끄럽기도 합니다.

총무원장 선거 당시부터 일부에서 제기되었던 의혹들은 이제 종단 운영 전반을 향한 의혹과 비난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당초 제기되었던 의혹의 진위는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있습니다.

조계사 앞에서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스피커의 굉음을 들으며 근무 시간과 관계없이 집회 시위대를 막아서야 하는 것이 새로운 업무가 되어 버렸습니다.

제기된 의혹과 현재의 상황에 대해 종무원들 스스로 자신의 일처럼 당당하고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다면 이렇게 안타깝지 않았을 것입니다. 종단의 대응 방식이 처음부터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조금 더 치밀하고 성숙하고 불교다운 것이었다면 이렇게 부끄러워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저들보다 조용하고 더 진실해야 합니다. 우리들은 저들에 견주어 훨씬 더 무겁고 진지해야 합니다. 한 여름 아스팔트 거리에서 시위하는 이들보다 더 뜨겁고 절실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조계사 앞을 눈살을 찌푸린 채 귀를 막고 지나는 시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점점 커져가는 시위와 대응의 양상이 결과적으로 어느 누구에게 짐이 되고 누구의 허물이 될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무기력해야 하는지, 왜 주도하지 못하고 대응에만 급급해야 하는지. 다른 종교의 성직자들조차도 함부로 불교와 종단 내부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비난하는 이 상황에 분노와 치욕으로 떨리는 몸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총무원장스님은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 나가실 것인지요. 제35대 총무원 집행부 그리고 교육원 포교원의 교역직 종무원 스님들은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실 것인지요. 중앙종회를 비롯한 종정기관의 소임자 스님들은 무엇을 하고 계신지요. 신입 종무원들까지 시위대 앞에 세우는 것 이외에 무슨 일을 하실 수 있는지요. 종단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얼마나 절실하고 절박하게 스스로를 던지고 계신지요!

물론 저희 일반직 종무원들도 현 상황의 책임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편안한 생각에 빠져 주변의 핑계 거리와 구실만 찾았던 것은 아닌지 통렬히 되짚어 봅니다.

이제 저희 일반직 종무원들은 지금의 상황을 그저 지켜보거나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조계종단을 아무나 함부로 건드리고 훼손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비록 직접적으로는 몇 가지 의혹에서 비롯되었으나, 더 근본적으로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합리적인 종무 행정의 선을 넘어서고 반드시 해결했어야 할 문제들을 덮어 버렸던 우리의 과오, 그리고 종도와 시민 사회의 시선을 무시하고 외면한 과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지난 시기 종단운영 과정에서의 문제들을 확인하고 이를 바로 잡는 조치들과 함께 종단의 미래와 전망을 종도들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내 한 몸 지키려는 대응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찾아 무겁고 진지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종도와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종교단체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시민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혁신과 변화만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입니다.

지난 10개월여의 시간처럼 앞으로도 종단이 주도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까 깊이 우려됩니다.

저희 일반직 종무원들은 이런 때일수록 더욱 성실하고 엄정하게 맡은 바 종무행정을 집행하도록 노력할 것임을 다짐하며 호소합니다.

현 상황에 대해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일반직 종무원은 다음과 같은 호소를 드립니다.

1. 지금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총무원장스님을 비롯한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의 교역직 종무원들께서는 현 상황에 대하여 빠른 시일 안에 문제해결책을 수립하여 종도들에게 공표하고 종단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 제35대 총무원 출범을 함께 해 주신 교구본사 주지스님들과 중앙종회의원 스님들은 종단 운영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느끼고 현 상황의 타개와 종단의 혁신과 변화의 길에 절실하게 나서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사회는 시민의식 향상과 참여 확대로 투명한 사회문화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종교단체와 종교인은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적 실천으로 사회와 함께 해야 합니다. 이것은 앞으로의 종단 운영에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어야 합니다.

3.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생명입니다. 설조스님께서 단식을 통해 요구하시는 뜻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이제 무엇보다도 스님의 건강을 잘 지키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단식을 멈춰주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비판과 제언을 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그리고 스님의 단식 중단이 현 상황을 더 지혜롭게 해결하는 첫 걸음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4.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는 그동안 제기되었고 제기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빠른 시일 안에 객관적으로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종도들에게 반드시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조사의 신뢰를 위해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한 사안에 있어서 당사자들의 의견까지 청취하여 주시기를 요청 드립니다.

5. 현재 집회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개인과 단체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장된 권리로써 본인들의 주장을 표현하되 자신들의 목적만을 이루기 위해 근거 없는 비방과 자극적인 언행, 불교 공동체 훼손 행위 등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필요 이상의 위협은 물론, 종단과 사찰 운영의 기본적인 업무를 방해하고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6. 작금의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다른 종교의 성직자까지 나서 종단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단합니다. 여러분들의 주장과 언행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문제의 해결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나치지 않도록 좀 더 신중하게 주의하고 자중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7. 상대가 누구이든 간에 부당하게 종단의 구성원과 시설물과 공간 등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경우에는 저희 일반직 종무원들이 앞장서서 종단의 보호와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대응 방식을 전제로 한 일반직 종무원 동원 지시는 재고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 일반직 종무원들은 종단의 근본적 혁신과 변화를 위해 미미한 발걸음이나마 내딛고자 합니다. 종단과 한국불교 발전을 위한 길이라면 그 무엇에도 걸림 없이, 저희 일반직 종무원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실천들을 흔들림 없이 해 나갈 것을 발원합니다.

불보살님이시여! 저희들 가는 길에 한량없는 용기와 가피를 주시옵소서!

불기 2562년 7월 27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무기관·산하기관 일반직 종무원

고명석 고상현 권종민 김병주 김상호 김영일 김영주 김유신 김윤희 김지선 김한나 모아라 문광식 민 활 박광현 박상준 박성주 박용규 박정규 박종선 박종학 박채현 성만제 성병진 손승희 손영희 신학녀 심원섭 심은비 심주완 양진호 양한웅 유종우 윤영희 이권수 이동선 이분희 이상봉 이석심 이승은 이진희 인용민 장경미 정효선 조미애 조민수 지운규 최윤영 최현호 한승희 함경완 황효성 홍민석 홍민지 ○○○ ○○○ ○○○ 등 5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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