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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포교하며 그린에 선 스님이 선 수행·골프로 풀어낸 불교이야기

  • 불서
  • 입력 2018.07.30 11:37
  • 호수 1450
  • 댓글 0

‘골프 공과 선사’ / 도범 스님 지음 / 조계종출판사

‘골프 공과 선사’
‘골프 공과 선사’

지난 겨울,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영미∼’라는 유행어까지 탄생시킨 대한민국 여자 컬링팀이 은메달을 획득하는 성적을 거두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흔들림 없이 평정심을 유지한 그들의 경기력 뒤에 사찰에서의 명상이 있었다는 후일담이 전해지면서 불교 명상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물론, 스포츠와 불교 명상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여자 컬링팀을 통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박찬호 선수, 골프여제로 불렸던 박세리 선수 등 특별한 무대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불교 명상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전해졌다.

하지만 스포츠와 불교 명상의 관계를 수행자적 입장에서 풀어낸 이는 없었다. 이 책 ‘골프 공과 선사’가 특별한 이유다. 책은 해인사에서 일타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이후 통도사 극락암, 태백산 도솔암, 봉암사, 용문사 염불암, 심원사, 망월사, 은해사 기기암 등 제방 선원에서 수행하고 해인사 율원 첫 졸업생이기도 한 도범 스님이 직접 골프를 치면서 수행과 골프의 닮은 점을 발견하고, 골프와 인생의 깨달음을 정리해 눈길을 끈다.

봉암사 주지를 역임하며 수행자들을 외호하는 한편, 종단사태를 수습하는데도 힘을 보탰던 스님은 1992년 미국 보스턴에 문수사를, 2년 뒤에는 마이애미에 보현사를 창건해 지금껏 미국에서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우연히 골프를 접하면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수행과 골프가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음을 깨달았다.

“골프는 정신수련이 필수인 운동입니다. 참선할 때의 집중력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은데, 그 정신수련이 선승들의 교훈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근본은 바로 마음이므로 참되고 꾸준히 번뇌 망상을 잠재워가며 정신집중수련을 하다보면 평온한 마음이 생활의 지혜로 응용됩니다. 타이거 우주의 경우 제이브 란자라는 정신력 트레이너를 두고 규칙적으로 정신집중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골프의 훈련법으로 골드 점 응시하기, 호흡집중훈련 등이 있습니다.”

“불교에는 과거의 기억에 집착하지 않는 무억(無億)과 미래의 일을 걱정하지 않는 무념(無念) 그리고 언제나 지혜롭게 살라는 막망(莫妄)의 삼구가 있습니다. 골프 또한 공을 앞에 두면 ‘슬라이스나 훅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잘 쳐야지’ 하는 긴장감이 생겨 마음의 평온을 잃게 되기 쉽습니다.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뜻과 같이 몸과 마음에 중심의 축을 유지해야 하며 리듬과 속도가 맞아야 합니다.”

골프가 ‘자신과의 싸움이요, 명상하면서 하는 운동이라서 불교와 관계가 깊다’는 데 생각이 다다른 스님은 골프 공(ball)과 불교의 공(空)이 우리말 발음도 같지만 많은 의미에서 중첩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골프가 18홀이고 홀컵 지름이 108㎜인 이유를 불교의 108번뇌와 연결해 설명하고 있다.

직접 골프를 경험하면서 ‘모든 괴로움이 탐진치 삼독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골프에서도 탐욕·성냄·어리석음이 미스 샷의 원인이며 미스 샷이 골퍼를 고달프게 한다’고 진단한 스님은 마음을 안정되게 유지하기 위해서도 평소 심신수련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도범 스님은 “가장 어려운 싸움은 허욕이나 게으름과의 싸움이며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스스로 어제보다 오늘이 좀 더 나아지는 삶”이라며 골프도 수행도 몸과 마음을 꾸준히 단련하는 데서 진보가 있음을 역설했다. 골프 속에서 세간 삶의 의미를 찾아낸 스님의 골프 이야기에서 행주좌와어묵동정의 일상에서 수행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50호 / 2018년 8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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