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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한국불교, 이 시대·사회 책임지라 ⑩ 휴암스님, 1987년 ‘한국불교의 새얼굴’

기자명 법보

사람 마음 다스리는 게 종교 본질

사찰 운영, 법회중심으로 전환
승려교육 대학수준으로 올리고
설법능력 고양·의식 통일 필요
절과 포교당 긴밀히 협력해야

매듭 없이 얽힌 실꾸리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그런 점에서 우리 불교가 발전하기 위해서 해결할 목표를 셋으로 요약 해 본다.

첫째로, 법회 중심으로 사찰 운영 형태를 전환해야한다. 모든 교당은 법회 중심으로 운영하고 불공은 이에 부수되게 해야 한다. 일체 모임의 날짜를 일요일 중심으로 개혁해야한다. 법회 중심으로 하기 위해선 모든 승려의 교육수준이 균등해야하고, 하루 속히 모든 승려가 균등하게 대학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산중 사찰은 전통적으로 음력날짜를 중심으로하는 것이 도리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거듭 문제되는 것은 법회, 즉 설법의 방향이라고 하겠다.

둘째로 설법과 의식의 동질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근한 예로 사찰의 수입에서 신도의 불공 헌금이나 시주의 동기를 기복적 동기에서 부처님의 법에 의해 자신의 존재가 구제받게 된 자각에서 우러나온 감사와 헌신의 동기로 전환시키는 의식교육이 의식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것은 불교인에게 전체 정신을 기르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설법과 현실은 서로 겉돌고 말 것이다.

세째로, 개인이 마음대로 중을 만드는 전통적인 제도를 하루 속히 철폐해야한다. 승가 사회가 교육을 등한히 하게 된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개인이 중을 만드는 제도의 탓이다. 승려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개인이 중을 만드는 제도의 탓이다. 우리는 하루 빨리 전국에서 모여 드는 모든 행자를 공동교육으로 훈련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한다. 모든 승려가 대학수준의 교육을 받고서야 선원이나 강원에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산중의 절과 도시의 교당은 수행과 포교면에서 상호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복합적인 체제를 확립하여야 한다. 전 민족의 불자화를 위한 포교에 일대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제 불교의 생명은 교육에 있음을 크게 자각 할 때가왔다. 모든 다른 집단을 참작하되, 우리의 고유미를 십분 살리는 방법을 연구해야한다. 오늘의 한국 승려의 정신적인 기백을 마비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승단에 신도를 공적으로 대하는 제도적장치가 없어서 신도를 사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게 된 점에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불교계에 대사상가가 나오지 못한다 할 정도이다. 오늘의 승려들이 하는 법문 내용의 수준이 낮고, 사상과 정신을 고취시키는 법문이 자취를 감추고 저급한 법문이 난무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도 이 풍토가 사사로운 풍토이고 공적인 풍토가 못되어 있는 탓이다.
 

휴암 스님

차제에 필자가 스님들에게 하나 더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스님들이 정치를 너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정치란 권력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런 생각이 불교계 스님들의 답답한 점이다. 정치란 전체에 대한 관심을 말한다. 세속적으로 전체를 실현하려는 것이 정치요, 출세간적으로 전체를 실현하려는 것이 종교인 것이다. 전체를 취급한다는 점에서는 이 양자가 비슷하지만, 전체관과 가치관에 있어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고로 이 세상에서 가장 정치에 관심이 컸던 분이 공자·예수·석가·소크라테스 같은 성인들이라고 하겠다.

한편 정치란 바른 다스림 아닌가? 힘으로 다스리는 것을 거부하고 이 세계를 진리로써 다스리려는 본질적인 의욕을 보인 이가 그분들이란 것이다. 고로 종교란 하늘나라의 정치라는 말이 적당하다. 부처님 나라의 질서라고 해도 될까? 이것이 종교다. 종교의 본의는 사람의 마음과 그의 정신을 다스리는데 있다. 그런데 그 인간의 마음과 정신이란 결국 인간의 일상생활 전반에 작용된다. 그러므로 종교는 필연적으로 세속정치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한계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1450호 / 2018년 8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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