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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옷을 위한 오관게

기자명 최원형

청바지 1벌 만들려면 4인 가족 일주일치 물 소비

아시아는 의류 생산인한 오염지대
연간 버려지는 옷도 9만톤 이상
유행 지난 패스트패션 제품 소각
심각한 노동력과 자원도 낭비

뒤집어 세탁된 옷을 바로 잡다가 우연히 꼬리표를 보게 됐다. Made In India, 글자를 보자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인도 풍경이 그려졌다.

인도는 부처님이 태어나신 나라이기도 하지만 내게는 오라투팔라얌 댐이 먼저 떠오른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에는 노이얄 강을 막은 오라투팔라얌 댐이 있다. 댐에 갇힌 노이얄 강물은 우리나라 4대강이 보로 물을 가둬서 생긴 녹조처럼 극심한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 오염은 이 노이얄 강 서쪽으로 약 32km 떨어진 곳에 세계 최대 의류산업도시인 티루푸르가 있기 때문이다. 의류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독성 폐수로 인해 노이얄 강물이 매우 심하게 오염되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의류에는 Made In India 꼬리표가 붙는다. 그러니 꼬리표에 적힌 그 나라를 확인하는 순간 반가움에 앞서 오염이 됐을 그래서 그 젖줄로 먹고 살 사람들의 고통스런 삶이 먼저 떠올랐던 거다. 방글라데시 다카의 부리강가강, 캄보디아의 메콩강 등도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우리가 입는 옷은 오염덩어리라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청바지 1벌을 만드는데 약 7000리터 가량의 물이, 티셔츠 1장에는 약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한다. 물 7000리터라는 양을 가늠하기란 어렵다. 환경부가 발표한 상수도 통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명이 하루에 사용하는 수돗물 양이 평균 287ℓ라고 한다. 이 양을 4인 가족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1148ℓ로 대략 4인 가족이 일주일 정도 쓰는 물을 청바지 1벌 만드는데 쓰는 셈이다. 왜 청바지 만드는데 이토록 많은 물이 들어갈까? 염색도 해야 하고 특히나 요새 청바지는 자연스레 보이도록 워싱을 거쳐 상품으로 내놓기 때문이다. 워싱은 천을 찢고, 긁어내고, 달구고, 삶으면서 천이 낡은 듯 자연스러워보이도록 만드는 공정을 이르는 말이다. 청바지를 워싱하려면 물만 많이 쓰이는 게 아니라 천을 낡아 보이게 만드느라 광물도 쓰이고 전기와 화학약품 등도 많이 쓰이다보니 자연스레 오염물질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런 작업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는데 그러다보니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입을 피해 또한 상당하다.

비단 청바지만의 문제일까? 모든 옷들은 염색과정이 필요하고 다양한 디자인과 유행을 만들면서 엄청난 물이 소비되고 오염발생 또한 꾸준히 증가한다.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의류 브랜드의 생산 지역을 아시아로 이전하는 아웃소싱을 했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인건비마저 싼 아시아지역으로 의류공장이 몰리는 이유다.

미국 의류신발협회에 따르면 제조회원사의 97%가 해외로 이전했고 그 가운데 70% 이상이 아시아로 갔다고 한다. 그 결과 현지 의류공장이 위치한 지역주민들은 오염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오염은 아시아에, 싼 값의 옷을 맘껏 사는 즐거움은 미국이? 이거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닐까? 뿐만 아니라 요새는 빠르게 바뀌는 유행으로 인해 한철 입고 버리는 옷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소위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리는 이 흐름은 고작 2주 정도 유행하다 또 다른 유행으로 갈아탄다. 유행이 지나고 팔리지 않은 옷들은 어떻게 될까? 아울렛 등을 거치며 싼 가격에 판매되다가 몇 가지의 경로를 거쳐 결국은 쓰레기처리장으로 가서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고가 브랜드 의류는 싼 가격에 할인 판매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 우려 때문에 소각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얼마 전 트렌치코트로 유명한 영국의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는 개당 200만원을 웃도는 멀쩡한 옷과 화장품 등 약 420억 원 어치를 불태워 없앴다.

그 옷을 생산하느라 쏟아 부은 사람들의 노동력과 자원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유행을 창출하느라 쉼 없이 만들면서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팔리지 않은 옷들은 태워지거나 매립되면서 지구를 두 번 오염시킨다. 그리고 또 옷을 빠르게 만들어 내다니!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발생 의류쓰레기는 2008년 하루 162톤에서 2016년 하루259톤으로 거의 60%가량 늘었다. 버려지는 옷이 연간 9만톤 이상 나온다는 얘기다. 석유화학제품인 폴리에스테르가 의류의 주요 소재인데 한 해 폴리에스테르 생산하는 데만 약 110억 리터의 석유가 들어간단다. 그러니 석유화학제품을 태우거나 매립하는 동안 이산화탄소, 메탄을 포함한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요즈음 기승을 부리는 폭염과도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옷 한 벌 입는 일에도 오관게가 필요할 것 같다. 이 옷은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며 입어야하지 않을까?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50호 / 2018년 8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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