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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담마딘나 ③

기자명 김규보

“지긋지긋한 번뇌에서 벗어나리”

수행완성 선언 후 집으로 귀가
위사카 시험에 막힘없이 답변
거룩한 자유 함께 나누며 정진

황금 마차를 탄 담마딘나는 비구니 처소로 향했다. 기뻐하는 남편의 표정과 무심히 흐르는 풍경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문득 지난 며칠을 되돌아보았다. 출가를 결정한 것은 남편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되었다. 담마딘나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슬픔과 분노의 감정에 휩싸여 안절부절했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왜 고통받아야 하는 것인지 억울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이 지긋지긋한 고통에서, 번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담마딘나는 남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눈을 감았다. 비구니 처소에 도착해 황금 마차에서 내려 옷을 갈아입고 머리카락을 밀었다. 더욱 기뻐하는 남편의 얼굴을 뒤로하고 처소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담마딘나는 혼자가 되었다. 이 지긋지긋한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나리라.

며칠이 흘렀다. 비구니들과 수행을 하던 어느 날 아침, 담마딘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가만히 눈을 뜬 담마딘나는 비구니들에게 말했다. “최고의 경지를 이루고자 의욕을 일으켰다. 마음으로 이를 느꼈다. 더는 욕망에 묶이지 않으니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나는 최고의 경지를 이루었다.” 담마딘나가 수행의 완성을 선언했다는 소문이 남편의 귀에 들어갔다. 위사카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의심이 일었다. 담마딘나가 사람을 보내 집을 방문하겠다는 소식을 알렸을 땐 의심은 더욱 커졌다. 수행이 힘들어서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집에 도착한 담마딘나는 정원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겼다. 위사카는 합장하여 인사하고 질문을 던졌다. “스님. 성스러운 여덟 가지 길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위사카는 담마딘나의 지혜를 시험해 보고자 했다.

“바른 견해, 바른 사유, 바른 말, 바른 행위, 바른 생계, 바른 정진, 바른 알아차림, 바른 삼매입니다.” 위사카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렇다면 스님. 분별하는 마음은 어떻게 생기는 것입니까.” 위사카의 질문은 출가하기 전, 담마딘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번뇌에 대한 것이었다. 번뇌는 어디에서 왔는가. 담마딘나는 위사카를 지긋이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뗐다.
“도반이여. 범부는 성스러운 법을 배우지 못하여 법에 인도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물질을 자아라고 관찰하고 자아 안에 물질이 있다고 관찰합니다. 인식을 자아라고 관찰하고 자아 안에 인식이 있다고 관찰합니다. 알음알이를 자아라고 관찰하고 자아 안에 알음알이가 있다고 관찰합니다. 도반이여! 모든 것이 변하고 있음에도 불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성스러운 법을 배우고 법에 인도된다면 불변한다는 착각은 생기지 않습니다.”
“스님! 열반이라 부르는 것을 또한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도반이여! 그대의 질문은 범주를 벗어났습니다. 열반은 헤아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열반은 모든 것이 이르러야 할 궁극입니다.”

담마딘나의 막힘없는 대답에 위사카는 희열을 느꼈다. 담마딘나는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거짓으로 깨달음을 선언한 게 아니었다. 번뇌의 원인을 알고 번뇌를 부수었다. 위사카는 확신을 얻고 싶었다. 붓다에게로 달려가 담마딘나와 나눈 대화를 말씀드렸다.

“위사카여! 담마딘나는 깨달았다. 담마딘나의 지혜는 크다. 그대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하였어도 나는 담마딘나와 똑같이 대답했을 것이다.”

붓다의 말씀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자 담마딘나는 정원 구석에서 여전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위사카는 정성스럽게 절을 하고 담마딘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도반이여. 그대가 인도해 준 덕분에 이곳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그대의 공덕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내가 집으로 돌아온 것은 거룩한 자유를 함께하기 위함입니다. 고통도, 번뇌도 없는 자유로, 이제 내가 그대를 인도할 것입니다. 거룩한 길을 그대와 함께, 세상 모든 이와 함께.” <끝>

김규보 법보신문 전문위원 dawn-to-dust@hanmail.net

[1450호 / 2018년 8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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