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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실존적 괴로움의 발생구조

연기적 현상에 대한 무지에서 괴로움은 발생

갈애와 집착 본질적인 원인
4성제와 12연기로 이어져
삼독·업·괴로움이 연쇄 발생
잘못된 자아의식 근본 고통

인도철학이나 불교는 인간의 불완전하고 유한한 삶을 근본적으로 실존적 괴로움으로 보며, 아울러 실존적 괴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 즉 완전한 행복(열반)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즉 인도철학과 불교는 인간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고난의 바다로 진단한 후, 인생에서 겪게 되는 실존적 괴로움을 견인하는 근본적 번뇌 등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성자나 붓다의 삶을 가장 이상적인 행복한 삶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실 초기불교에서 인간이 살면서 겪는 실존적 괴로움은 인간의 삶이나 이 세계가 조건에 따라 일시적으로 생멸하는 연기적 현상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하게 통찰하지 못하는 무지(無知, avidyā)로 인해 기인한다고 본다. 따라서 초기불교에서는 인간이 처한 그 실존적 괴로움을 완전히 해결하는 구체적 방법으로 명상이나 수행을 통해 자신이나 세계의 본질 및 그 실상에 대한 연기적 통찰을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초기불교에서 실존적 괴로움이 발생되는 기본구조는 연기설에 입각한 다양한 교설을 통해서 제시된다. 즉 인간의 실존적 괴로움은 4성제와 12연기 등에서 유전연기 혹은 유전문의 생멸구조로 설명된다. 예컨대 사성제에서는 고제의 생․노․병․사의 4가지 실존적 괴로움과 인생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愛別離苦) 등의 8가지 괴로움들(결과)은 그 본질적인 원인으로 갈애나 집착으로 제시되는 집제와의 인과관계로 설명된다. 또한 12연기에서는 실존적 고뇌가 4제 연기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무명으로 인해 순관의 형태로 전개되는 생·노사 등의 유전문의 구조로 제시된다.

아비달마불교에서는 유부가 12연기를 ‘삼세양중인과’의 형태로 설명하는데, 업과 윤회의 그 연쇄적 작용원리로 제시되는 3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3도(三道)’란 연기적 현상에 대한 근본적 무명에 기인하는 즉 ①번뇌(kleśa)와 ②업(karma), 이로 인한 ③실존적 괴로움(苦, duḥkha) 등이 연쇄적으로 생멸하는 그 역동적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러한 ‘3도’는 ‘혹․업․사(惑․業․事)’ 혹은 ‘혹․업․생(惑․業․生)’의 구조로도 설명된다. 이때 ①혹(惑)은 탐·진·치(貪瞋癡) 등의 번뇌를 말하고, ②업(業)은 미혹으로 인하여 습관적으로 짓게 되는 선악(善惡)의 행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업에 의하여 받게 되는 ③생사(生死)는 곧 실존적 괴로움(苦)으로 불린다.

요컨대 이 ‘3도’는 범부중생이 번뇌로 인한 선․악의 업에 따라 욕계․색계․무색계 등의 3계(三界)에 생사유전(生死流轉)하는 구조를 역동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3도’란 ①번뇌(kleśa) ⇒ ②업(karma) ⇒ ③고통(苦, duḥkha) 등의 그 역동적인 연쇄적 인과관계를 통해서 업과 윤회의 관계를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3도에서 제시하는 이 3가지 요소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12연기에 대한 유부의 아비달마적인 해석을 고려하면, 12연기의 각 지분 간의 그 역동적인 내적 원리로 제시되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결국 교리적으로는 실존적 괴로움의 문제가 연기설에 입각한 4성제와 12연기 등의 유전문의 구조에서 거시적으로 제시되는데 특히 그 역동적인 구체적 현상들은 3도를 통해서 설명된다. 하지만 일상적인 차원에서 보면, 인간들의 보편적인 그 실존적 괴로움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조건적으로 일어나는 연기적 현상들을 인지적으로 오인하는 것에 기인한다. 사실 인간은 학습과 경험을 통한 습관적인 업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내가 존재한다는 잘못된 자아의식을 가진다. 이때 여러 외적․내적인 조건들이 자신의 욕구와 부합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 이를 계속 추구하려는 애착심리나 거부하려는 회피심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바로 이러한 잘못된 자아의식에 기인하는 그 근본적인 심리적 경향이 실존적 괴로움의 구조를 견인하는 것이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50호 / 2018년 8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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