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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문인수의 무량수전

기자명 김형중

의상과 선묘의 사랑 이야기 각색
마음속 연인 외호했던 진심 읊어

부석사는 신라 화엄십찰 하나
아미타불 모신 무량수전 백미
의상 향한 선묘의 연모가 빚은
사찰 곳곳에 사랑 흔적 담아내

나는 바람이 되어 무량(無量)하다.
용의 눈을 마음에 박으니
저 한꺼번에 꿈틀대는 녹음, 잎새 잎새들이 전부 비늘이다.
어느 날은 또 바위가 되어 도적떼를 물리치고
공중에 사뿐 앉아 그대를 지키나니.
“저 이마에 흐르는 땀 봐라.”
- 의상대사는 마침내 이 절(浮石寺)을 마무리 지었다. 무량수전에, 극락정토 한복판에 아미타여래불을 모신 일 -
내 이름은 선묘, 지금도
바람이다.

6월30일, 부석사를 포함한 한국의 천년 고찰 7곳이 ‘한국의 산지승원’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한국의 산사가 1000년 이상 국민의 신앙과 수도, 생활 기능이 어우러진 종합 승원(僧院)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기둥의 배흘림 미학과 극락세계에 이르는 문인 안양문과 안양루 누각에서 내려다보는 소백산 연봉들이 한눈에 들어가는 경관은 최고이다.

문인수(1945~현재)의 ‘무량수전’은 당나라 유학승으로 부석사에서 화엄종을 창종한 의상대사와 선묘(善妙) 아가씨의 사랑 일화를 각색하여 쓴 시이다. 부석사는 신라 10대 화엄사찰 중 하나로 ‘화엄경’의 구품연화대에 계신 아미타불을 모신 무량수전이 백미이다.

의상대사가 당 유학을 마치고 신라로 돌아와 소백산에 무량수전을 짓고 화엄사상을 전파하려고 하자 이교도와 도적떼 무리가 합세해 방해할때, 선묘가 공중에서 너럭바위로 변하여 의상을 보호해 무사히 부석사를 짓고, 무량수전에 아미타불 모시는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무량수전 뒷편 북서쪽 모서리에 선묘아가씨의 초상을 모신 선묘당이 있다.

이국의 긴 머리 선묘아가씨는 바다를 건너온 의상대사에게 반하여 구이선녀가 일곱 송이 칠경화를 선혜선인(석가모니의 전신)에게 바치듯이 부부의 연을 맺기를 원했으나 출가 구도승의 뜻을 꺾지 못하자 바다에 몸을 던져 의상대사의 구법 원력을 돕는 용이 되어, 의상대사를 따라 바다를 건너 부석사에 왔다.

시인은 선묘아가씨가 천오백 년이 지난 오늘까지 용의 비늘로 변하여 부석사의 나뭇잎이 되고, 녹음이 되어 꿈틀거리며 또 바람이 되어 나뭇잎이 마치 용의 비늘처럼 반짝반짝 빛나도록 바람을 일으킨다고 읊고 있다. 지독한 연모이다. 연인을 외호하기 위하여 용이 되고, 공중에 떠있는 너럭바위가 되고, 용의 비늘로 화현하고 또 바람이 되어 임과 함께 하는 선묘 아가씨의 사랑을 읊고 있다.

정호승 시인은 영주 부석사를 찾았을 때 어머니의 품속 같이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50대 초반 무량수전에 들어가 처음으로 절을 올리다가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시가 ‘그리운 부석사’라고 한다. 선묘아가씨가 의상대사를 사모하는 마음을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기다리다 죽어버려라” 하고 표현했다. 그리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라고 부석사 창건을 돕는 선묘아가씨의 사랑의 일화를 읊고 있다.

문인수의 ‘무량수전’을 읽고 ‘선묘아가씨의 사랑’을 생각해 보았다.

“이생에서 짝을 이루지 못할 인연이라면/ 차라리 바다 속에서 몸을 바꿔/ 임을 외호하는 용이 되리오// 이생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할 인연이라면/ 차라리 큰 돌이 되어 하늘을 떠도는/ 임을 지키는 부석(浮石)이 되리오// 이생에서 옷을 벗지 못할 인연이라면/ 차라리 머리털을 베어서 덧신을 삼고 다리뼈를 뽑아/ 임이 가시는 길 함께 하는 육환장(六環杖)이 되리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50호 / 2018년 8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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