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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대회는 무슨! 택도 없는 소리들 하네요”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18.08.01 21:27
  • 수정 2018.08.06 11:52
  • 호수 1451
  • 댓글 21

신규탁 선학회장 ‘월간 붓다’서 표명
승려대회는 비불교적인 개혁 방식
조계종 위기 대처 율장에 입각해야
스님들 왜 공부 안 하시냐고 질책
타종교인들 개입 원천 배제 요구
스님들에게 문제 해결 기회 줘야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월간 붓다’ 8월호에 기고한 편지 형식의 글을 통해 현 불교계 상황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털어놓았다. 한국선학회장이기도 한 신 교수는 불교계 비판문화와 관련해 “오죽하면 재가자가 출가자를 저렇게 비판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저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하는가 하면 “스님들은 왜 공부들을 안 하냐”고 질책도 했다. 또 조계사 앞의 시위, 1994년 개혁종단, 승가대학 및 행자 문제를 비롯해 최근 일각에서 언급되고 있는 승려대회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신 교수는 “지금 조계종 중앙의 위기 대처는 율장 정신에 입각해 불교 내부, 그것도 승단 내부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타종교인들 개입을 원천 배제시켜야 한다. 그리고 출가 불자들이 자체적으로 스스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보신문은 필자인 신 교수의 동의를 얻어 기고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형께 일자상서 씁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저 혼자 해결하기는 어려운 일들이 밀려오네요. 아무래도 제 속을 털어놓고 형께 상의해야겠습니다. 형도 아시다시피 저는 불교연구자 아닙니까? 어린 시절에는 불경 내용이 궁금해서 그저 단순한 호기심에서 경전을 배웠고 그 후 동경대로 유학 가서 박사학위 받고 지금껏 연세대학에 근무하고 있지요. 불경을 좋아했고 또 읽는 것을 좋아했지요. 그러다가 존경하는 스승을 마음에 품게 되어 자연스럽게 불자가 되었지요. 그 분이 어느 절의 어느 스님이신 줄은 형도 다 아시지요.

○○형께서도 언론을 통해서 듣고 보시겠지만, 최근 조계종의 중앙에 여러 소문이 무성하네요. 소문이야 소문으로 흘려들으면 그만이지만, 엄연한 사실들이 드러나니 두렵고 걱정입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내에서 수년간 약 수억원 횡령 사건 보도 말입니다. 저는 기독교 계통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어요. 종교인들은 비종교인들 보다 그래도 좀더 높은 도덕 감정과 언행을 해야 된다고 믿고 살던 우리들 아닌가요? 종단에서도 관심을 보이니 잘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형! 저의 진짜 고민은 따로 있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듯이 재가 불자들은 많고 많으니 일일이 어찌할 수 없다고 치더라도, 숫자도 얼마 안 되는 출가 불자 공동체의 좋지 못한 소식이 들려오네요. 사실 여부를 떠나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하기야 백 명이 넘게 연루된 외국 어느 나라 가톨릭 신부들의 어린이 성추행 보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그래도 여기는 한국 땅이잖아요.

대승불교를 믿는 우리의 전통에서는 부처님 제자를 둘로, 재가 불자와 출가 불자, 이렇게 나누지요. 다 같은 부처님 제자이지만 서로의 역할은 다르지요. 출가자들은 수행에 전념해야 하고, 재가자들은 출가자가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물자를 제공해야지요. 재가자들은 3귀의 5계를 지키지만, 출가자들은 그것보다 더 엄격하고 철저한 비구계 지킬 것을 약속한 것 아닙니까?

아무리 적은 인원이라고는 하지만, 종단을 비판하는 소리가 계속 들리네요. 어찌해야 할까요? 오죽하면 재가자가 출가자를 저렇게 비판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저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형! 한 말씀 해주세요. 마을에 사는 재가 불자가 잘못을 하면 산에 사는 출가 불자들이 가르침을 내리시지요. 그러면 산속에 사는 우리 형제들이 잘못을 했을 때, 마을 사는 우리가 침묵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요? 어찌 해야 할까요?

제 고민만 말씀드리다 인사도 못 올렸네요. 연일 30도를 넘는 더위가 계속됩니다. 아프신 데는 없으신지요? 골치 아픈 일들은 없으신지요? 기거하심에 불편하심은 없으신지요? 은혜롭게도 어머님은 급한 고비는 넘기셨습니다.

제 직업이 남 앞에 서서 말하는 일이 많아서 각별히 조심하고는 있지만, 구업을 지어 남 마음 아프게 하는 일들이 생기네요. 학문적으로 정확한 정보와 꼭 필요한 내용을 전하려고 항상 책 읽고 사유하지만 지나고 보면 부끄러운 점만 기억나네요. 남 앞에 선 다는 것이 갈수록 두렵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이 길로 들어선 직업 교수가 져야할 짐이라 생각하여, 저를 비춰보는 거울로 삼아 노력하고 있습니다.

○○형. 제 고민을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즈음 출가 불자들은, 즉 스님들은 왜 공부들을 안 하세요? 형은 아시지요? 제가 말하는 공부의 의미는, 절집에서 배우던 ‘치문’의 ‘석문등과기서(釋門登科記序)’에 나오는 그 ‘10과’라는 것. 참, 옛날 생각나네요. 예전에 제가 동경 유할 때에 중화서국에서 나온 표점본 두벌 구입해서 하나는 제가 보고, 하나는 형께 우송해드린 그 책 기억하세요? 중국 송나라 때에 간행된 ‘당고승전’ 말입니다. 거기에도 나오지요, 10과가.

10과를 요샛말로 하면 전공이겠지요. (1)경전 번역하는 스님, (2)교리 해석하는 스님, (3)참선 익히는 스님, (4)계율 밝히는 스님, (5)불교 외호하는 스님, (6)신통력 보이는 스님, (7)목숨 바쳐 불교 지키는 스님, (8)경전 독송하는 스님, (9)복 짓는 불사하는 스님, (10)의식 집전하는 스님. 예비 승려 과정 4년을 거쳐 정식 승려가 되고나면, 위에 열거된 전공 하나는 가지고 일생을 살아야 하지 않나요?

주지를 포함한 크고 작은 보직하려고만 들고, 포교한다는 핑계로 마을에 예법도 없이 드나들고, 조정의 고관대작들과 교제하고, 이건 아니잖아요. 저는 물론 옛날 10과만이 전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과(科)도 없이 세월만 녹이려면 뭣 하러 이곳 부모형제 은혜를 끊고 절로 갑니까? 그곳 부처님과 조사님들의 은혜를 갚아야지요. 그 길이 공부 아닌가요?

스님들이 다 문제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닌 줄 형만은 아실 겁니다. 비구니 스님들의 활약은 현대에 들어 대단하시지요. 전통 강사로 전문 영역을 삼아, 전문교육도량도 일구시고, 각종 분야에서 활약하시고, 부처님 도량 여법하게 장엄하시고,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사부님 말씀 잘 이어 제자들에게 물려주시고, 문형제들과 우애 좋게 지내시잖아요.

조계사 앞에서는 연일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참에 저도 그 대열에 들어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는데 동참할까도 생각해보았습니다. ○○형! 저는 그렇게는 안 하렵니다. 형도 아시다시피 제가 2012년에 출간한 '한국 근현대 불교사상 탐구'(새문각) 있잖아요. 그 책에서도 밝혔지만, 저는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로 촉발된 당시 ‘비구-대처 분규’가 한국 현대 불교 역사에 가장 큰 오점이라 생각합니다.

비구만을 주장하는 조계종은 1962년에 종단등록을 했지요. 한편 비구를 중심으로 하되, 일시적으로 대처의 존속을 주장하는 태고종이 1970년에 설립되었지요. 전 이 사건을 ‘불교교단분열’이라 평가했습니다. 이 사건을 전후해서 한국의 불교교단은 분열 속도를 더해갔습니다. 이제는 종단이 400~500개도 넘을 것입니다. 감투만 있지, 종지와 종풍과, 소의경전이나 수행법, 계단의 구성과 점검, 제대로 된 게 없어요. 진각종 등 일부 빼고 나머지 종단은 의례의식도 동일하잖아요. 그것도 각 절마다, 각 스님마다 들쑥날쑥하지요. 이 꼴 저 꼴 보기 싫어 떠난 사람 많습니다.

그 뒤 1994년인가요? 저 무슨 ‘개혁종단’ 운운하는 사건 있지요. 세월이 흘렀는데 그 결과가 지금 무슨 꼴인가요? 서암 종정 쫒아내고. 교육과정 다 뒤집어놓고. 임진왜란 이후 형성된 전통강원의 교육과정을 죄 흩트려 동국대 3중대 비슷한 지방 승가대학으로 편제를 바꾸더니만, 이제 와서는 정원 미달이라고 그것조차 운영이 안 되어 닫아야 할 형편이라 하네요.

지방 승가대 축소 내지는 폐쇄를 반대하는 본사 주지 스님들의 대꾸는 목불인견이네요. 승가대 사라지면 절 일은 누가 하냐는 거지요. 아니 절에 가서 일하려고 중 되었나요? 부처님 말씀 읽는 훈련하고, 불교가 내려온 역사를 배워 이어가고, 상주권공 등 최소한의 안차비를 배우고, 율장의 조목을 귀에 더덕이가 붙도록 외워 그것이 무표업(無表業)이 되어 계체(戒體)가 형성되게 하여, 그렇게 ‘절집 사람’ 만들어야 되지 않나요? 무슨 머슴인가요? 툭하면 동원이나 하게. 승려대회는 무슨! 택도 없는 소리들 하네요.

○○형. 저는 이게 다 불교적 방식을 외면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1960-70년대 ‘분규’의 촉발이 대통령이라는 국가 공권력에서 시발되었지요. 1990년 초의 ‘개혁’이 율장정신이 아닌 승려대회라는 비불교적 방식으로 이루어졌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조계종 중앙의 위기 대처는 분명히 지난 세월의 방식으로 안 된다고. 율장정신에 입각해서, 불교 내부, 그것도 승단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타종교인들 개입을 원천 배제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출가 불자들이 자체적으로 스스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긴 시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지요. 1000일 참회정진 운운하는 그런 도법 스님 말에 속을 사람 없다는 거, 형도 아시지요. 부모님 상여 뒤에 곡하면서 보약 봉지 들고 따라가게요! 안거 지내고 우뚝하게 달라지신 ○○형의 모습을 뵙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1451호 / 2018년 8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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