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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수행·전법 산실 원명선원 강제 철거되나

  • 교계
  • 입력 2018.08.03 20:03
  • 수정 2018.08.04 15:22
  • 호수 1451
  • 댓글 0

2007년 수해로 재해위험지구
도에 편입돼 전각 철거 방침
법원 “집행 정지” 위기 모면
원명선원 “연내 이전 가능해”
도서관·유치원 등 지역 기여

개산 66주년을 맞은 제주 원명선원(주지 대효 스님)이 도량 이전 및 철거 문제로 제주시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시는 지난 7월20일 해당 전각에 대한 강제 철거를 예고했으나 제주지방법원의 집행정기 결정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상태다.

원명선원과 제주시청의 갈등은 2007년 9월 발생한 태풍 나리에 의한 수해가 원인이다. 당시 제주시 화북지역은 태풍 나리로 인해 하천이 범람하면서 특별재난지구로 선포됐다. 특히 하천 인근에 위치한 원명선원은 유치원과 사무실, 요사 등이 침수피해를 입었고, 일대 31만㎡가 침수위험 ‘다’ 등급의 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됐다.

사진 왼쪽에 위치한 건물들이 철거 대상인 원명선원 전각들. 원명선원은 오른편 3층 건물이 완공되면 종무소 등 옛 건물의 역할을 이전할 계획이다.
사진 왼쪽에 위치한 건물들이 철거 대상인 원명선원 전각들. 원명선원은 오른편 3층 건물을 연내 완공시켜 종무소 등 옛 건물의 역할을 이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침수피해를 입은 원명선원 전각과 토지 등은 재해위험개선지구 지정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로 편입됐다. 이에 원명선원은 2015년 기존 도량 옆쪽에 이전을 위한 신축불사에 들어갔다. 2016년 완공과 이전을 목표로 삼았으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현재 제주특별자치도로 편입된 전각을 이용해 불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원명선원은 신축건물이 완공될 때까지 기존 전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청원했다.

반면 제주시청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철거를 요구해 왔다. 2014년 10월 재해위험개선지구에 대한 정비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9차례의 자진이전 요청과 4차례의 계고 등으로 원명선원을 압박했다. 급기야 지난 6월 행정대집행 영장을 통해 “7월20일 9~18시 건물철거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이전할 건물을 준비하지 못해 길거리로 내쫓기게 된 원명선원은 결국 행정대집행 집행정지와 대집행영장 통지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제주지방법원은 행정대집행을 하루 앞둔 7월19일 “원명선원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며 “대집행영장 통지처분 취소 청구에 대한 판결이 있을 때까지 행정집행을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대효 스님은 “철거가 강행됐다면 제주지방문화재자료 제9호 원명선원 석조여래좌상을 비롯한 불구와 가제도구는 물론 사무실 집기를 길바닥에 쌓아놓고 천막아래 종무업무와 살림을 해야 할 운명에 놓였을 것”이라며 “법원의 결정으로 한 고비는 넘겼지만 원명선원 사부대중은 하루하루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시민의 불편은 외면하고 행정력을 강제철거에만 집중하는 시의 태도를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1963년 세워진 제주 최초 3층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현재 종무소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효 스님은 이어 “건물신축은 현재 주변 정리와 마무리 공사만 남은 상태로 연내 완공이 가능하다. 원명선원이 제주도민의 귀의처로서 역할을 쉼없이 다할 수 있도록 조금 더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963년 세워진 제주 최초 3층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현재 종무소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효 스님은 “건물신축은 현재 주변 정리와 마무리 공사만 남은 상태로 연내 완공이 가능하다. 원명선원이 제주도민의 귀의처로서 역할을 쉼없이 다할 수 있도록 조금 더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제주시는 태풍 나리에 의한 피해 이후 재난방지를 위해 200억원을 들여 하천을 정비했고, 건물신축은 현재 주변 정리와 마무리 공사만 남은 상태로 연내 완공이 가능하다”며 “본안소송을 통해 강제철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시민의 불편과 민원을 외면한 행정남용은 아닌지 재고해 시간과 혈세를 낭비하는 소송보다 원만한 타협으로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원명선원은 1952년 지웅 스님에 의해 문을 열었다. 사찰은 제주 전통의 돌집으로 된 법당과 요사, 그리고 1963년 세워진 제주 최초 3층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구성됐다. 이곳은 특히 현대 선지식들이 대거 주석하며 포교와 참선 도량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조계종 제5대 종정 서옹, 8대 종정 서암 스님을 비롯해 해인사 주지를 역임한 지월, 도견 스님과 월정사 조실 비룡 스님, 법문으로 신앙심을 고취시킨 일타 스님, 서양에 간화선을 전한 숭산 스님, 무소유의 메시지를 남긴 법정 스님 등이 이곳에서 수행하며 후학들을 제접했다.

뿐만 아니라 1964년 경내에 금강고등공민학교를 열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청소년들에게 학문의 길을 열어주었고, 사설도서관을 운영하며 자유와 평등의 사상을 심어주었다. 또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제주지부가 이곳에서 결성됐고, 1980년대 유치원을 개설해 운영하는 등 제주불교뿐 아니라 지역 근대사에 적지 않은 족적을 남겼다.

제주=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51호 / 2018년 8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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