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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대회 열겠다는 스님들 들여다보니

기자명 권오영
  • 교계
  • 입력 2018.08.07 19:24
  • 수정 2018.08.08 08:31
  • 호수 1451
  • 댓글 54

실천승가회, 전 총무원장 추대 세력
수년 간 총무원 부실장 등 중책 맡아
현 종헌종법도 94년 종단개혁 성과
‘권승들 만든 종법’ 주장은 어불성설
수좌회 공동대표는 “승려대회 반대”

실천승가회를 비롯한 일부 승가단체 소속 스님들은기자회견을열어 8월23일 승려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실천승가회를 비롯한 일부 승가단체 소속 스님들은기자회견을열어 8월23일 승려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8월16일 이전 용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선거 때만 되면 산문을 뛰쳐나와 ‘승려대회’ 운운했던 일부 수좌들과 실천불교전국승가회(실천승가회)가 포함된 몇몇 승가단체들이 승려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종단 안정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에 틈만 나면 승려대회 운운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천승가회 전 의장 청화, 효림 스님을 비롯한 실천승가회, 전국선원수좌회 의장 월암 스님, 청정승가탁마도량 대표 원인 스님 등 30여명의 스님들은 8월6일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모여 8월23일 서울 조계사에서 승려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승려대회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월암, 원인, 퇴휴(실천승가회 명예대표) 스님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들은 앞서 서울 조계사 인근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승려대회는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공생하면서 종헌종법을 무력화시킨 무리들이 다시 종단을 농락하려는 것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설정 스님보다는 전임 총무원장을 성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설정 스님이 총무원장에 당선된 것은 8년간 종권을 사유화한 자승 스님과 그에 따르는 스님들 때문”이라거나 “승려들의 의식주가 불안정한 것은 권승들이 만들어 놓은 현재의 불합리한 종헌종법에 원인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사실상 현재 종단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가 전임 총무원장 탓이라는 것이다. 이는 최근 설정 스님이 종단 혼란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승려대회 개최명분이 줄어들자 비판의 대상을 급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자승 총무원장 체제’ 출범의 한 축을 담당했을 뿐 아니라 소속 회원들이 자승 스님 재임 8년간 종단 주요소임을 꾸준히 맡았던 실천승가회까지 자승 스님을 비판하고 승려대회 개최를 주장한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09년 실천승가회가 주축이 된 중앙종회 종책모임 무차회는 자승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추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실천승가회 소속 스님들은 총무원 부실장을 꾸준히 맡았고, 서울 조계사 등 주요사찰의 주지를 지냈다. 또 자승 스님의 추천으로 직능직 중앙종회의원에 선출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으로서 최대 위기에 내몰렸던 2012년 ‘백양사 도박사건’의 주축도 실천승가회 소속 스님들이었다. 그럼에도 실천승가회 소속 스님들은 자승 스님의 재임기간 내내 불교사회연구소장을 비롯한 종단 주요소임을 두루 맡았다. 따라서 ‘8년간 자승 스님을 따른 무리들’이라는 비판은 결국 시류에 편승한 책임전가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승려대회 기획홍보팀장이라는 허정 스님도 전임원장의 재임기간인 2011년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을 맡았던 전력을 보도자료에 담아 ‘자승 스님을 따르는 무리들’임을 자인한 셈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와 함께 승려대회 개최를 주장한 스님들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권승들이 만들어 놓은 현재의 불합리한 종헌종법”이라는 비판에서도 실천승가회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불합리한 종헌종법’은 1994년 실천승가회가 주축이 된 승려대회를 통해 출범한 조계종 개혁회의에 의해 기초됐다. 이후 몇 차례 일부 종헌종법이 개정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1994년 개혁회의가 입법한 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천승가회는 이번 승려대회의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 자신들이 주축이 돼 만든 개혁입법조차 부정하고 권승들이 만들었다고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승려대회 운운하는 것은 종단 혼란을 틈타 대중을 선동하고, 이를 통해 종권을 차지하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기자회견에서 월암 스님은 “청정승가와 불교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승려대회를 개최하는 것일 뿐 종권을 두고 다투는 세력 싸움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월암 스님 등은 불과 며칠 전까지 총무원장 스님의 즉각 사퇴를 주장하다가 정작 설정 스님을 만나서는 “수좌회에서 지켜 드릴테니 승려대회까지는 절대 물러나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어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반응도 있다.

일부 승가단체들이 때만 되면 승려대회를 운운하면서 종단 안팎에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치 성향이 강한 수좌들은 그렇더라도 전임 원장 체제에서 많은 혜택을 누렸던 실천승가회까지 ‘권승’ 운운하며 종단 비판과 승려대회 개최를 주장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천승가회를 겨냥해 ‘세간의 철새정치인들을 보는 것 같다’는 비아냥과 함께 “특정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종단 비방에 나서기보다 자신들의 과오를 돌아보고 종도들 앞에 참회부터 하는 것이 출가자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의정 스님과 더불어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현묵 스님은 한 중진 스님을 통해 “수좌회 차원에서의 승려대회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월암 스님 등이 주도한 승려대회 개최 주장은 전국선원수좌회의 의견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51호 / 2018년 8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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