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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도 재가자도 '구업'으로 얼룩진 한국불교

기자명 임은호
  • 교계
  • 입력 2018.08.10 22:09
  • 수정 2018.08.11 05:54
  • 호수 1451
  • 댓글 23

스님에 "도둑놈” "강도” 등 독설
비구니스님에게는 "꽃뱀” 운운
SNS·인터넷 댓글도 점입가경
스님도 신도 하대…무시 일쑤
외부 언론도 ‘스님’ 대신 ‘승려’
막말은 가장 비불교적인 행위

“너 같은 것은 죽어도 돼.” “○○이 마구니 ○○야, 지옥에나 떨어져라.” “저런 ○이 불자냐.”

조폭영화에나 나올법한 말들이 불자들의 집회에서 홍수처럼 쏟아진다. 집회 현장뿐 아니라 방송, SNS, 인터넷 댓글까지 불자들의 언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막말과 욕설이 범람하며 불교계를 멍들게 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불자들의 집회와 시위에서 쏟아지는 막말은 오가는 시민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일쑤다.

재가불자 중심의 불교개혁을 표방하며 8월4일 서울 보신각 등지에서 열린 ‘불교개혁행동’ 출범식에서도 여지없이 막말이 쏟아졌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에서 ‘파계 권력승 집단’ ‘부역자’를 운운하며 몇몇 스님들의 얼굴 사진을 내걸고 피켓과 구호를 외쳤다. 자신을 불자라고 소개한 여성은 특정 스님을 “도둑놈”에 비유하며 “○○은 승복이 걸맞지 않다. 옷을 벗겨드리겠다” “도둑놈에서 보시금을 시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의 발언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온라인에서의 ‘막말’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사 댓글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스님에게 ‘스님’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노골적인 욕설이 관행처럼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다. 한 사찰 신도는 인터넷 매체에 올린 기고문에서 자신의 재적 사찰 회주였던 스님을 ‘시정잡배’라 부르는가 하면 시종일관 스님을 ‘그’라고 호칭했다.

페이스북 등 SNS도 예외는 아니다. 6월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촬영된 동영상의 댓글에서는 비구니스님을 ‘꽃뱀’에 비유하며 비하하는 일도 벌어졌다. 또 “중놈” “호로XX” 등 온갖 욕설이 난무한다. 출세간의 언어로 세간을 정화시키기는커녕 세간의 언어가 불교계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년 전부터 지속된 교계 유명 스님과 저명인사들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은 불자들의 구업에 대한 의식을 희석시키고 그것을 ‘진보’ 혹은 ‘깨어있음’으로 둔갑시켰다.

서울 봉은사 전 주지 명진 스님은 2010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온갖 험담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법회에서도 스님들을 향해 “창녀보다 못하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서울대 모 교수도 팟캐스트 등을 통해 특정되지 않은 스님들에게까지 ‘놈’ ‘강도’ 등 막말을 일삼았다. 심지어 저서에서 비구니스님에 대해 ‘남자 승려들에 빌붙어 아부하는 여자 스님’이라는 민망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자신이 스님이고 불자라니까 용납되지 일반인이나 타종교인의 발언이었다면 불교계가 훼불로 들고 일어날 일이다.

교계 내에서부터 스님과 신도들 간의 예의가 무너지자 방송 등 교계 밖에서도 ‘스님’이라는 호칭 대신 서서히 ‘승려’로 표현하거나 아예 스님에 대한 호칭을 빼버리는 현상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막말이 몇몇 스님과 재가불자들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일부 스님들이 연로한 재가불자에게조차 반말하거나 하대하는 풍토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특히 몇몇 스님들의 일상화된 반말이 부지불식간에 언어사용의 신중함을 약화시키고, 막말에 대한 감각도 무디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막말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날이 갈수록 거친 말과 욕설, 자극적 문구가 눈길을 끌고 심지어 일부 불자들은 이 같은 언설에 대해 ‘속이 시원하다’고 평가하거나 ‘날카로운 비판’처럼 여기며 동조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비판이 사라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불교를 배워 지혜와 자비를 체득하고 이를 통해 업장을 소멸해야 할 불자들이 오히려 불교계에 들어와 구업을 짓고 두터운 업장을 쌓고 있는 셈이다.

허우성 경희대 철학과 교수는 “신구의 세 가지 업 가운데 입으로 지은 죄인 구업은 불자가 소멸해야 하는 탐진치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이어 “막말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갈등을 해소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지극히 비불교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51호 / 2018년 8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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