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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드러낸 불교개혁행동 ‘전국불자대회’

기자명 이재형
  • 교계
  • 입력 2018.08.12 22:08
  • 수정 2018.08.13 06:08
  • 호수 1452
  • 댓글 44

8월11일 전국재가불자 총결집대회 개최
“불자대회라지만 정치집회와 유사” 비판

조계종에 노골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는 불교개혁행동이 ‘전국재가불자 총결집대회’ 성공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불자들이 철저히 외면함으로써 한계 상황만 드러냈다. 이에 따라 불교개혁행동이 이번 불자대회를 계기로 이어가려던 종단 지도부에 대한 심판론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8월23일 예정된 승려대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은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불교개혁행동은 8월11일 6시30분 서울 보신각을 비롯해 광화문, 조계사 등지에서 ‘전국재가불자 총결집대회’(이하 불자대회)를 개최했다. 조계종 내부 갈등이 언론과 방송에 연일 오르내림에 따라 불교개혁행동도 이를 호기로 이번 행사에 최대한 많은 불자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매진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 동참자가 500여명에 그쳐 ‘전국재가불자 총결집대회’라는 명칭이 머쓱하게 됐다. 더욱이 내홍을 겪고 있는 불광사 신도 230여명의 참여를 제외하면 불과 200~300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행사 주관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그 숫자는 더욱 줄어들어 사실상 재가불자들의 동참이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재가연대 등 30여 단체 총력 기울였지만 불광사 신도 포함해 500여명

이번 행사를 추진한 불교개혁행동은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단지불회, 미동추, 민주주의불자회, 정의평화불교연대, 종교와 젠더연구소, 지지협동조합,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불교언론인협회, 불청사랑, 성평등불교연대, 깨어있는 조계사 신도모임, 포교사단 정포회, 불교문인협회, 조탄공, 불교문인협회 등등 30여개에 가까운 재가단체들의 연합체였다. 이들 단체는 많은 불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종단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의도였겠으나 ‘찻잔속의 태풍’에 그쳤다는 비판을 비켜가기 어렵게 됐다.

이들 단체가 이번 불자대회에 걸었던 기대와 달리 불자들의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은 일찌감치 있어왔다. 이들은 그동안 성명서나 팟캐스트 등을 통해 재가불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듯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렇지만 이 단체 중에는 한두 사람 등 소수인 곳도 여럿 있는데다가 상대적으로 큰 편인 참여불교재가연대마저 한때 1500여명에 이르던 회원수가 근래 10분의 1수준으로 급격히 쇠락한 상태다. 또 성평등불교연대 내에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종교와 젠더연구소 등이 포함돼 있지만 참여단체를 많아 보이게 하려고 불교개혁행동에 이중으로 올리는 떳떳치 않은 편법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들 단체의 주장만 들으면 불교계 사정에 밝지 않은 일반인의 경우 불교신자들과 많은 단체들이 종단에 굉장한 반발과 적개심을 가진 것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일부 방송과 언론들도 이들의 의혹 제기와 비리는 대단히 흥미로운 소재로 받아들여졌으며, 실제 많은 방송과 언론이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문화 공연에서도 찬불가 대신 민중가수들 노래만

그러나 이번 불자대회는 이들 단체의 주장이 불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또다시 증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762만이라는 한국불교계에는 수천 개의 신도회와 불교 모임이 있고, 웬만한 사찰 행사에 수백 명이 모이는 일도 흔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불자들이 이들의 주장을 외면하는 이유도 이번 행사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들의 불자대회를 유심히 지켜봤다는 불교학자들은 이들의 비판 방식이 도무지 불교적이지 않고 불교적인 정체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번 불자대회가 삼귀의와 반야심경으로 시작되고 마지막에 사홍서원으로 마무리하는 형식을 띄었지만 실상은 세간의 정치집회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 멸빈!” “종회해산!” “3원장 퇴진!”이라는 선정적인 구호의 포스터에, 종단과 특정 인물을 비판하는 깃발이 끊임없이 나부꼈다. 또 대회당일 가급적 붉은색 옷을 입으라는 주최 측의 지침에 따라 특정인을 겨냥한 ‘○○퇴진 ○○구속’이라는 문구가 큼직이 새긴 조끼를 입은 참가자들이 대다수였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삼귀의를 했다지만 전체적인 행사에서 승가에 대한 귀의는커녕 기본적인 존중이나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행사 중간의 문화공연도 불교와는 아예 거리가 멀었다. 식전 행사부터 민중가요가 등장하더니 민중가수라는 이수진씨와 안치환씨가 출연해 1시간가량 노래를 불러 “이게 불교행사인지 정치투쟁인지 모르겠다”며 의식 있는 불자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특정 스님 거론하며 “자해공갈단장”…비불교 단체들도 나와 스님들 비방

이날 쏟아져 나온 발언들도 결코 사찰에서 흔히 접하는 불자들의 언어는 아니었다. 지지협동조합 이사장 김경호씨는 대회사에서 “조계종의 모든 적폐 뒤에 ○○이 있다” “국고보조 사기 배후 ○○을 구속하라” 등 선동적인 구호를 외쳐댔다. 또 자신들이 인터넷매체와 PD수첩 등을 통해 현 총무원장의 즉각 퇴진을 사회 문제로 부각시켰던 당사자였음에도 중앙종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점을 찾으려 하자 입장을 뒤바꿔 이제는 “(종회의원들은) 자기들이 뽑은 총무원장을 자르려고 한다”고 호도했다.

안거 중에 불자대회에 참석한 전국선원수좌회 선림위원 원인 스님은 “○○ 스님은 지금까지의 죄만으로 멸빈을 넘어선다”며 “수좌회가 이 시기에 분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분연히 일어나 승려대회에 참가하라”고 주장했다. 불광사 신도라는 안모씨도 “조계종은 스스로 자정할 수 없으므로 평범한 불자들은 나와 소리쳐야 한다”며 “(불광사 창건주) ○○은 자해공갈단장이다. ○○ 물러나라”는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집회 중간 중간에 “(불광사 창건주) ○○을 매우 쳐라~”는 추임새가 들려나왔다. 화계사 청년동문이라는 장모씨는 “○○이 있어야 할 곳은 교도소, 감옥 보내고 ○○은 짐 싸서 방 빼라”며 “우리는 자비문중이니 이것을 도와주자”고 희화화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래를 여는 동국 공동추진위원회’(미동추)도 참가했다. 미동추는 지난해 말 참여불교재가연대로부터 ‘올해의 불자상’을 받았지만 실상은 불교와 거리가 먼 단체다. 이곳 핵심 멤버인 안드레 전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자신이 목사 아들이자 개신교인임을 이미 밝혔고, 노동자 총파업과 민중 항쟁을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 혁명을 목표로 하는 사회변혁노동자당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여럿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동추 소속 학생 김모씨는 “동국대에서 본 종단의 악행은 일부에 불과했다”며 “한○○은 퇴진하고 적폐원흉 ○○은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제되지 않은 언어는 근래 단식투쟁으로 눈길을 끌었던 설조 스님도 다르지 않았다. 설조 스님은 이학종 대변인이 읽은 ‘우리의 외침’이란 메시지를 통해 불자대회 참가자들의 ‘외침’이 율장을 봉행하고 종헌을 준수하는 일임을 언급한 뒤 최근 종정스님의 교시와 관련해 “‘율장을 받들어 종권을 준수하고… 사부대중과 국민여망에 부응하여… 위법망구하는 정신으로 불교교단 교권을 수호하여…’ 라는 내용이어서, 참으로 시의에 적절한 말씀”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대중들은 출가의 초심과 종정예하의 충정어린 교시를 받들어 제 스스로 썩어가고 교단을 파괴시키고 사회를 오염시킬 무뢰배들을 정리하고 종풍을 진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설조 스님 ‘나이’ 위조 이어 종정교시도 왜곡 논란

그러나 설조 스님의 주장은 율장과 종헌종법은 물론 종정스님의 교시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종정 진제 스님은 8월8일 교시를 통해 “종헌종법 속에서 (설정 스님의) 명예로운 퇴진이 이뤄지고,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며 “율장 정신을 받들어 종헌을 준수하고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사부대중과 국민 여망에 부응해 여법하게 선거법에 의해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정스님은 또 “정교분리 원리와 원칙에 의해 종교가 정권에 예속되거나 종속되면 안 된다”며 “외부세력과 정치권력이 종교에 절대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핵심적인 부분을 ‘…’ ‘…’ 등으로 처리해 나가며 마치 이번 불자대회를 종정스님의 교시를 받드는 것처럼 주장한 것은 기만이며 왜곡에 가깝다는 것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설조 스님의 메시지를 듣고 종정스님 교시마저 저리 왜곡할 수 있는지 참으로 황당했다”며 “나이를 11살이나 속여 병역을 기피한 것도 모라자서 이제는 종정스님의 진의까지 대중선동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마지막 보신각에서 출발해 교보문고, 미대사관, 광화문사거리, 경복궁 및 안국동 사거리, 우정국로에 이르는 거리행진도 정치집회를 방불케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비록 목탁소리가 울리기는 했지만 “○○퇴진 ○○구속” “종회를 즉각 해산하라” “범대책 기구를 즉시 수립하라” “종헌종법 즉각 개정하라” 등 구호와 고성이 거리에 난무했다.

불교를 표방하는 단체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시위가 장기화됨에 따라 일부 불교학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불자대회와 같은 방식은 불교와 거리가 멀 뿐 아니라 불교를 더욱 세속화시킨다는 것이다.

불교학자들도 “불교답지 않다” 우려…“더뎌도 불교적인 변화 모색이 최선”

A불교학자는 불자들의 과도한 출가자 비판을 지적했다. 그는 “불교사 전체를 통틀어 재가불자들이 승단 내부 일에 개입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승단 내부의 문제는 승단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율장의 대원칙으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고 승단의 화합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율장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삼비 지역의 스님들이 두 패로 나뉘어 시비하고 주먹다툼까지 벌일 때에도 재가불자들은 스님에게 예경과 공양을 거부하는 방식이었다”며 “불자들이 스님을 직설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것은 승단의 위상이 실추되고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불교학자는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불교에서 폭력적인 형태의 시위 방법은 옹호될 수 없음을 지적했다. 투쟁적인 방식의 시위는 지극히 세간적으로 그런 비난과 물리적 행동이 불교계에 정착된다면 일상에서 자비와 생명을 강조하는 불교의 보편사상도 결국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부처님께서 코살라국의 침략 앞에 고국인 카필라국이 멸망에 처했을 때 홀로 전쟁의 한복판에 들어가 좌정했던 것과 한국전쟁 때 한암 스님이 상원사를 불 지르려는 군인들을 향해 자신도 함께 태우라고 담담히 말했던 모습을 가장 불교적인 저항 방식으로 꼽았다. 이어 불교단체들이 삼보일배와 좌선, 염불, 예불 등 가장 불교적인 방식을 활용하면 불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C불교학자는 일부 불교단체들의 극단적인 비판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들 단체가 그동안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불교 내부의 변화를 꾀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며 “PD수첩 방송과 설조 스님 단식이 효과가 크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외부 언론이나 세력을 끌어들이고 극단적인 투쟁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투쟁노선은 특정인이나 집단에 대한 집요한 의혹제기를 통해 악인이라는 이미지를 강화시켜 나갈 수밖에 없다”며 “그들이 종단 세력을 바꾸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스님과 불교에 대한 대사회적 신뢰를 크게 떨어뜨려 불교에 대한 심각한 거부감과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불교인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종단 관계자도 “이들 단체의 비판이 종단이 어느 정도 청정해지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한 뒤 “그렇더라도 과거의 허물과 의혹을 일일이 들춰내 파렴치범으로 몰고 가서 설 자리를 없게 만들다보면 우리 불교계는 많은 선지식을 잃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불교적인 방법으로 불교의 변화를 꾀할 때 더디더라도 한국불교가 올곧게 설 수 있을 것”이라며 “나도 그를 수 있고 상대도 옳을 수 있다는 불교적인 관점으로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52호 / 2018년 8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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