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폭염과 플라스틱 빨대

기자명 심원 스님

2018년 여름,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염으로 한반도가 불타고 있다. 연일 최고온도를 경신하던 서울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면서 마침내 ‘서프리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서울 풍경은 온통 붉게 보인다. 광화문 광장에서 종일 뙤약볕과 아스팔트 열기에 시달린 탓에 ‘붉은색을 넘어 노랗게 달궈진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사진은 화염지옥을 연상케 한다. 밤에도 3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초열대야가 이어진다.

올 여름은 1907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5일까지 일사병,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는 3329명으로 급증하고 더위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39명에 달했다고 한다. 견디기 힘든 것은 사람뿐만 아니다. 닭과 소, 돼지 등 가축이 폐사하고, 들판의 농작물은 말라 죽고, 양식장 물고기도 죽어가고 있다. 가히 재앙수준의 ‘살인적인 더위’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할 것 없이 온 지구가 폭염과 산불, 홍수와 지진 등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상이변이 더 이상 ‘이변’이 아니라 상시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상이변에는 자연적 요인보다 인간 활동에 의해 초래된 인위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가장 큰 주범은 화석연료 부산물인 이산화탄소와 축산폐수에서 발생한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의 과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이다. 이에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하여 1988년 UN총회 결의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을 설치하였고, 1992년에는 기후변화협약(UNFCCC)을 채택하였다. 47번째로 가입한 우리나라를 비롯해 196개국이 가입하고 있다. 이후 1997년에는 온실가스의 실질적인 감축을 위하여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의 감축의무를 명시한 교토의정서가 발효되었고, 2015년에는 교토의정서의 체제를 극복한 파리협정이 도출되어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참여하고 각국이 감축목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 새로운 기후체제의 근간을 마련하였다.

한편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환경문제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이 플라스틱으로 인한 토양과 해양오염 문제다. 현대인은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생활하고 있다. 우리 손에 단 몇 분밖에 머무르지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들은 수백 년이 지나도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미세한 분말이 되어 생태계를 떠돌며 농작물의 토양이 되고 해양 동물의 먹이가 된다. 그렇게 먹이사슬을 따라 돌고 돌아서 플라스틱은 결국 인간에게 다시 되돌아온다.

지난 3월, 재활용 업체들이 처리비용 부담을 이유로 비닐 수거를 거부하자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다. 이 사태로 포장재와 일회용품 과다 사용 문제가 공론화되고,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바다 오염과 해양생태계 파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그 가운데 특히 플라스틱 빨대가 주목받은 것은 너무 가볍고 작아서 재활용이 어려워 그 폐해가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빨대의 양은 엄청나다. 미국인이 매일 쓰는 빨대는 5억개에 달하고 유럽에서는 한 해 360억개가 넘는 빨대가 소비된다고 한다.

위기를 느낀 선진국들이 솔선하여 대처 법안을 마련하고, 기업들도 친환경 빨대 개발에 나섰다. 이에 호응하여 메리어트·하얏트·힐튼 등 세계적 체인망을 갖춘 호텔과 주요 항공사들도 플라스틱 빨대와 커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전세계가 ‘빨대와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인간에 의한 지구 환경 파괴는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국제사회와 영향력 있는 대기업의 노력과 협조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개개인의 환경문제에 대한 자각과 불편을 감수할 용기가 전제돼야 한다. 지금 당장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사용않기’ 프로젝트를 단 1주일만이라도 시도해 보자. 아마 10년 후 2028년 여름은 올해와 같은 폭염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강사 chsimwon@daum.net

[1451호 / 2018년 8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