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정 스님이 극복해야 할 5가지 과제

기자명 최호승
  • 교계
  • 입력 2018.08.13 22:06
  • 수정 2018.08.14 08:38
  • 호수 1452
  • 댓글 16

기자회견서 ‘12월31일 사퇴’ 선언
선승 설정 스님의 마지막 승부수
12월 종주까진 곳곳에 난관 산적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8월13일 기자회견을 통해 “12월31일 총무원장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수많은 대중들의 신뢰를 받았던 한국의 대표적인 선승 설정 스님이 던지는 마지막 승부수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동시에 남송의 야부 스님이 “매달린 벼랑에서 손을 놓아버려야 대장부”라고 했듯 설정 스님도 진실과 책임을 위해 스스로 벼랑 끝에 섰을 수 있다. 그러나 ‘12월31일 사퇴’까지 극복해야 할 난관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 12월은커녕 자칫 8월도 넘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설정 스님이 험난한 여정에서 마주하게 될 5가지 과제를 선별해보았다.

1. 조계종 상징 종정스님 교시 훼손 논란

조계종 신성을 상징하고 종통을 계승하는 최고 권위와 지위를 갖고 있는 종정 진제 스님의 교시를 외면한 사실은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진제 스님은 8월8일 교시에서 설정 스님을 포함한 종도들에게 “종헌종법 속 명예로운 퇴진과 선거법에 의한 차기 총무원장 선출”을 요구했다.

평소 승가의 위계질서를 강조했고 7월27일 거취 표명을 했던 기자회견에서도 종헌종법 질서를 피력했던 만큼 설정 스님이 종정교시를 수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설정 스님이 이번에 12월31일로 사퇴 날짜를 못 박으면서 종정스님이 교시로 내렸던 명예로운 퇴진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정교시에는 설정 스님의 구체적인 퇴진 날짜가 명시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8월중 용퇴를 정중히 요청했다. 8월16일 예정된 중앙종회 전 물러날 경우 총무원장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선거를 치르도록 규정된 선거법에 의해 10월이면 36대 총무원장 선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정 스님의 사퇴 표명 기자회견과 교구본사주지스님들과의 면담 이후에 나온 교시에 “용퇴를 거듭 표명했다” “8월7일 밀운 스님 기자회견에 동석해 사퇴하기로 약속했다” 등이 언급됐다.

그러나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열어주려했다”는 밀운 스님은 종정교시 발표 직전 “종정스님의 하교를 이행 못했다”며 교권 자주 혁신위원장을 사직했다. 종단 안팎에서 설정 스님의 이번 선택이 종정스님의 권위를 훼손한 것 아니냐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원로회의 의장 세민 스님이 대독한 교시에서 “종헌종법 속에서 명예로운 퇴진이 이뤄지고,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원로회의 의장 세민 스님이 대독한 교시에서 “종헌종법 속에서 명예로운 퇴진이 이뤄지고,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 중앙종회 및 교구본사주지들의 반발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8월13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사퇴 시점을 “12월31일”로 밝혔다. 그러나 설정 스님이 12월31일까지 총무원장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장 8월16일 예정된 중앙종회의 ‘불신임 결의안’을 넘어서야 한다.

중앙종회사무처에 따르면 8월16일 211차 임시중앙종회를 앞두고 종회의원 43명이 연명해 ‘불신임 결의안’을 발의한 상태다. 불신임 결의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75명 가운데 최소 5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중앙종회의 불신임 결의안 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불교광장의 내부 표심 단속과 최근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에 미온적 대응으로 선회한 법륜승가회, 종단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비구니 종회의원들이 움직일 경우 ‘불신임 결의안’이 가결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설정 스님은 교구본사주지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벽이다. 지난 8월1일 총무원장 설정 스님으로부터 “8월16일 이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던 교구본사주지스님들은 8월13일 설정 스님의 사퇴번복에 격앙된 분위기다. 이에 따라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8월14일 오전 설정 스님의 사퇴 번복에 따른 유감 성명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8월15일 서울에서 긴급 교구본사주지협의회를 열고 향후 교구본사 차원의 대응방안을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교구본사주지스님에 따르면 교구본사주지들은 설정 스님이 당초 약속을 번복한 것은 “종도들과 국민을 기망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할 방침이다. 8월15일 논의 결과에 따라서 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총무원 종무행정 지침 및 분담금 납부 거부 등 초강수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면담 직후 “8월16일 임시중앙종회 이전 용퇴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면담 직후 “8월16일 임시중앙종회 이전 용퇴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3. 친자 의혹 해명 과제와 거센 퇴진 압박 여론

지난해 10월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 때부터 불거진 설정 스님의 친자 의혹 규명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친딸로 의심 받는 전OO씨의 소재지 파악과 유전자 검사 동의 의사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해명하겠다”는 설정 스님의 약속 이행이 늦춰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의혹 해명 의지에도 불교 안팎으로 불신은 더욱 증폭됐고, MBC PD수첩에까지 방영되면서 퇴진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 모임,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실천승가회 등 여러 단체들이 매주 집회를 열고 설정 스님의 친자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무조건적인 퇴진을 주장했다. 여기에 설조 스님이 단식을 강행함으로써 설정 스님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나중에는 타종교인과 외부인사까지 조계종 총무원장 퇴진 여론에 공조하기도 했다.

설정 스님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 규명과 종단 혁신에 대한 전권을 위임했던 종령기구가 유명무실해진 것도 부담이다. 총무원장 취임 후에도 범계 의혹 제기가 계속되자 설정 스님은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 카드를 꺼냈다. 3개월 한시적인 활동 기간 안에 의혹의 완전한 해소에는 이르지 못했다. 게다가 전체 위원장이던 밀운 스님과 소위원장 도법 스님, 간사 일감 스님이 연이은 사퇴로 이어졌다.

법원이 뒤늦게 유전자 감식병원을 지정하면서 유전자 검사 샘플 채취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조계종 행정수반으로서 위의를 떨어뜨렸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설정 스님이 남은 기간 동안 반드시 해명해야할 의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불교개혁행동은 8월11일 서울 보신각을 비롯해 광화문, 조계사 등지에서 ‘전국재가불자 총결집대회’를 열고.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비롯한 3원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불교개혁행동은 8월11일 서울 보신각을 비롯해 광화문, 조계사 등지에서 ‘전국재가불자 총결집대회’를 열고.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비롯한 3원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4. 종단 개혁을 위한 혁신위 구성 난관

설정 스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종단개혁을 추진할 혁신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설정 스님은 “(기존의)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아닌 명실상부한 개혁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종단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며 “혁신위원회는 종단의 원로, 중진, 그리고 모든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혁의지가 투철하고 경험 있는 분들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정 스님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 종령기구로 구성된 ‘교권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교권자주 및 혁신위원회’는 지난 6월11일 MBC PD수첩 등이 설정 스님의 은처자 의혹과 관련한 보도로 인해 논란이 확산되자, 종단 차원에서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출범했다. 의혹규명에 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취지로 원로, 교구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 율사, 비구니 대표 등 50여명의 위원들로 구성됐다. 설정 스님은 위원회의 법적 지위를 담보하기 위해 ‘교권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종령기구로 격상하기도 했다.

그랬던 설정 스님이 ‘교권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유명무실한 위원회”라고 언급함에 따라 위원회 활동에 참여했던 원로를 비롯한 위원들까지 설정 스님에 대한 지지를 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럴 경우 설정 스님이 새롭게 구상하는 혁신위원회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종단 원로와 중진, 종도들의 불신이 커진 상태에서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설령 혁신위원회가 꾸려졌다고 하더라도 온전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7월18일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당시 위원장 밀운 스님은 “3개월 시한부 활동이지만 가급적 의혹을 규명해 밝혀내야 한다”며 “최종적으로 총무원장스님과 당사자의 유전자 검사가 이뤄져야 해결이 된다”고 강조했다.
7월18일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당시 위원장 밀운 스님은 “3개월 시한부 활동이지만 가급적 의혹을 규명해 밝혀내야 한다”며 “최종적으로 총무원장스님과 당사자의 유전자 검사가 이뤄져야 해결이 된다”고 강조했다.

5. 종도들과의 약속 번복 및 신뢰 회복도

설정 스님이 12월31일 사퇴하겠다고 공표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사퇴를 밝혔던 입장을 사실상 번복했다. 설정 스님은 교구본사주지스님들과 만나 “8월16일 이전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용퇴를 권유하려던 당초 입장문이 보류된 이유였다. 이어 설정 스님은 종정 진제 스님과 밀운 스님에게도 사퇴 입장을 밝혔다. 밀운 스님 기자회견과 종정교시가 잇달아 발표된 계기였다.

12월로 사퇴로 입장을 바꾼 설정 스님의 달라진 입장은 선거제도에서도 나타났다. 설정 스님은 이번에 “세속적이고 타락한 종단의 선거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직선제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사부대중이 인정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 취임 초 기자간담회에서 “종단 개혁 때 만든 선거법이 종단을 죽이고 있다. 부처님은 만장일치제를 주장했다. 절집은 만장일치에 의한 추대 문화”라고 역설했다. 2018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도 “선거는 불교와 맞지 않다. 직선제든 간선제든 선거는 피해야 한다”며 “종단의 원로, 교구본사주지, 중진스님 등과 논의해 임기 중에 선거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설정 스님은 삼보정재를 소실시키는 선거법 자체를 비판했던 소신과는 달리 설정 스님 퇴진을 부르짖던 적폐연대 등 세력들이 주장하는 직선제를 언급함에 따라 선거제도에 관한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온다. 개혁의 성공이 종도들의 신뢰에서 비롯되고 그것은 일관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도들에 대한 신뢰회복도 설정 스님이 넘어야 한 산이다.

조계종 중진스님은 “우리 불교계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 맞닥뜨린 것은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라며 “설정 스님은 불교계 안팎으로 실추된 자신과 종단의 위상을 끌어올려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7월2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타종교 성직자를 비롯한 외부 세력의 압력에 의하지 않고 종헌종법의 질서가 존중되고 종단 구성원들의 뜻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7월2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타종교 성직자를 비롯한 외부 세력의 압력에 의하지 않고 종헌종법의 질서가 존중되고 종단 구성원들의 뜻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52호 / 2018년 8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