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축총림 통도사 도감 도문 스님

“부모도 제대로 섬기지 못한 이가 어떻게 도를 얻겠습니까”

수많은 경전 속에 효 담겨
부모효도는 참회에서 시작
참회가 쌓이면 업장도 소멸
깨달음의 밑바탕은 자비심

우란분절의 진정한 의미는
부모 은혜 되갚으려는 날
큰 스승 멀리서 찾기보다
부모를 부처님 섬기듯 해야

통도사 도감 도문 스님은 “부모가 바로 큰 스승이며, 예배의 대상”이라며 “우란분절을 앞두고 부모님 은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통도사 제공
통도사 도감 도문 스님은 “부모가 바로 큰 스승이며, 예배의 대상”이라며 “우란분절을 앞두고 부모님 은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통도사 제공

‘선생경(善生經)’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은 무엇이고, 불행한 것은 무엇인가. 어버이가 살아계실 때가 가장 행복하고 부모가 돌아가실 때가 가장 불행하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한낮과 같다면 부모가 안 계실 때는 캄캄한 밤과 같다. 부모가 계실 때는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부모가 안 계실 때는 무엇인가 허전하다. 저는 출가를 했고, 저의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이맘때만 되면 무엇인가 가슴이 막 미어져 옵니다. 왜 그럴까요. 이 시기는 어머니의 제사가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여기 모든 대중 가운데도 부모가 계신 분도 있고 안 계신 분도 있으실 겁니다. 안 계신 분께서는 저와 같은 심정을 느끼실 겁니다.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는, 부처님께서 어느 날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뼈 무더기를 보고 절을 합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제자가, “하찮은 뼈 무더기에 왜 절을 하십니까?” 하고 묻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저 분들은 모두 옛날에 모두 나의 부모였느니라”고 하면서 “저 뼈를 남자와 여자로 구분해 보아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또 ‘범망경(梵網經)’에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가 하면, “모든 남자는 나의 아버지이며, 모든 여자는 나의 어머니이다. 부모님은 세세생생 나를 낳아서 나로 하여금 도를 배우게 하시므로 이제 깨달음을 얻는 것은 다 부모의 은혜이다. 사람이 도를 배우고자 하면 먼저 효도로 정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우란분절 2재 때 법좌에 오르신 법사스님께서는 “효도를 하는 것은 참회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며칠 전까지도 이 ‘범망경’의 말씀과 법사스님의 말씀을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도를 배우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가서 참선하고 마음을 닦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도를 이루기 위해서는 효도로써 정진하라고 했고, 법사스님께서는 효도를 하는 사람은 늘 참회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극정성으로 효도한 사람은 ‘오늘도 부모를 잘 모시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부모를 잘 모실 수 있을까’하며 항상 참회를 하게 됩니다. 이 참회를 통해서 업장이 녹습니다. 업장이 녹지 않고 어떻게 도를 이루겠습니까.

업장이 녹고 마음속에서 자비심이 우러나올 때 도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체 모든 중생을 모두 불쌍히 여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은 항상 온 몸에 자비심이 우러납니다. 보살이 자비심이 없으면 보살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극정성으로 효도한 사람은 항상 참회하고, 참회로 정진하고 참회로 모든 업장이 녹기 때문에 도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의 모든 남자는 나의 아버지이고, 모든 여자는 어머니이시다. 부모로부터 내가 태어났으며 길러졌으며 또한 부모로부터 내가 도를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이여. 도를 깨닫고자 할 때는 먼저 효도로 정진하라”고 늘 말씀하신 것입니다.

또한 경전에는 이런 경구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밧티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었다. 어느 날 부처님 제자 가운데, 은혜를 갚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 질문하는 이가 있었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을 줄 안다면 그는 마땅히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만약 조그마한 은혜도 잊지 말아야 하거늘 하물며 큰 은혜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은 나에게서 천리만리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항상 그 사람은 내 곁에 있는 사람과 똑같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은혜 갚는 일을 찬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은혜를 기억할 줄 모르고 갚을 줄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나와 가깝지 않다. 비록 그 수행자가 가사를 입고 내 곁에 있다고 할지라도 나의 제자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은혜 갚을 줄 모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크거나 작거나 은혜를 갚는 것을 즐겨하라.”

부처님께서는 설령 천리만리 떨어져 있더라도 늘 은혜를 갚는 수행자는 나와 가깝게 있는 것과 똑같다. 그러나 그 반대로 설령 나의 옆에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있다고 하더라도 은혜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나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따끔하게 충고를 합니다. 또한 부처님께서는 부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 것인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 세상에 두 사람에게는 아무리 착한 일을 많이 하더라도 그 은혜를 갚을 수 없다. 한 분은 아버지이고, 한 분은 어머니이다.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에는 아버지를 모시고, 오른쪽 어깨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천 년, 만 년, 의복과 음식과 평상과 침구와 의약을 풍족하게 공양한다고 하자. 그리고 그 부모가 어깨 위에서 오줌과 똥을 누더라도 자식은 그 은혜를 다 갚지 못할 것이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은 바로 효도라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은혜를 갚아도 갚아도 끝이 없는 분이 바로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들이여. 알아라. 부모의 은혜는 너무나도 지중하다. 우리들을 안아주고 길러주고 때때로 보살펴주기를 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저 해와 달을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 은혜를 갚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행자들이여. 부모에게 항상 공양하고 효도를 항상 하되 그 시기를 놓치지 말라. 그대들은 이와 같이 생각하고 공부해 나가도록 하라.”

아버지와 어머니 덕분에 찬란한 태양과 아름다운 별과 달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시기란 무엇일까요. 법문을 시작하기 전에도 제가 7월 백중이 될 때는 가슴이 아프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바로 저는 부모님께 효도 한 번 못해보고 출가하였습니다. 누군가 제게, “만약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해보고 싶습니까?”하고 물어본다면, “두 분을 모시고 여행을 한 번 다녀오고 싶습니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저는 출가해서 가장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서른두 살에 포교당 주지를 맡아 살 때였습니다. 한창 젊은 혈기에 무엇인가 열심히 해봐야 되겠다며 여러 가지를 하는데, 그중에서도 불교계가 어린이 포교에 미약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신도들과 원력을 모아 어린이집 불사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참 순진하고 복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하필 그 시기에 IMF가 터졌습니다. 결국 알고 지내던 신도들조차 모두 다 떨어졌습니다. 수안 스님 작품 전시회도 했지만 회관 대실비도 마련하지 못하고 적자로 마쳐야 했습니다. 너무 힘들고 막막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던 그 시절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정말 어머니를 보고 싶다. 어머니가 계신다면 한 번만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머리를 깎고 부처님을 믿고 출가한 제가,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볼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안 계신 겁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효도할 때, 시기를 놓치지 말라고 하셨는가 봅니다.

그래서 저도 우란분절이 되면 저와 인연된 분들과 더불어 부모님의 위패를 꼭 올리고 있습니다. 이때가 되면 제가 불효자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란분절을 맞아 부모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부모은혜 갚기를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경전에는 또 이런 말씀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한 젊은 바라문이 찾아와 여쭙는 내용입니다. 그 바라문은 하늘을 섬기는 외도였습니다. “저는 늘 살면서 여법하게 법답게 걸식을 해서 그것으로 부모님을 봉양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공덕이 됩니까. 되지 않습니까?”

외도의 질문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젊은이여. 그 공덕은 젊은이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출가 수행하지 않는 누구라도 걸식을 여법하게 해서 재물을 얻어서 부모에게 공양을 올리면 큰 복덕을 얻게 되느니라. 또 하늘은 너의 집이니 하늘을 섬기고자 하면 먼저 부모님께 공양을 하라. 큰 스승을 공양하고자 하거든 먼저 부모님께 공양을 올려라. 부모가 바로 위대한 스승이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절에만 부처님이 계신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각자의 집에도 부처님이 계신다는 말씀과 같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 나를 가장 훌륭하게 가르친 분은 바로 부모님입니다. 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예배를 하고자 하면 먼저 부모님께 예배를 하라. 그렇게 하면 살아서 명예를 얻고 죽어서도 하늘나라에 태어난다.” 예배의 대상이 누구입니까. 바로 부모라는 말씀입니다. 부모는 스승 중에 가장 위대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도 부처님께 절하라고 가르치지 않으셨습니다. 바로 부모님께 절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집이 바로 하늘이며, 부모가 바로 큰 스승이며, 예배의 대상입니다.

이 뜨거운 날씨가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과 함께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 인연공덕으로 부처님의 가피가 항상 하기를 기원 드립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8월5일 영축총림 통도사 설법전에서 봉행된 ‘불기 2562년 우란분절 제 4재 법회’에서 통도사 도감 도문 스님의 설법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1451호 / 2018년 8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