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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라며 왜 내게 지옥 같은 고통을 주나”

기자명 임은호
  • 교계
  • 입력 2018.08.17 13:14
  • 수정 2018.08.18 00:20
  • 호수 1452
  • 댓글 186

불광사 사태 단초 된 ‘문자’ 당사자 A씨 첫 인터뷰

거짓이기에 사그라질 줄 알아
음해성 거짓 소문 갈수록 확산
스님과 동거설 얘기엔 큰 충격
경리 업무자 퇴사로 통장관리
스님 비자금 운운은 왜곡 불과
신도들 과도한 언행에 두려움
불교 위해 일했는데 이런 일이
불광사 안정된 후 복직 원해

창건주 권한과 주지 임명 등을 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서울 불광사.
창건주 권한과 주지 임명 등을 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서울 불광사.

서울 불광사가 창건주 권한과 주지 임명 등을 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사태의 단초가 된 ‘부적절한 문자’ 사건의 중심에 있는 교육원 종무원 A씨가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처음 밝혔다. A씨는 8월16일 서울 종로에서 법보신문과 만나 사건 경위를 비롯해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심경을 털어놓았다. 불광사 창건주 지홍 스님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A씨는 6월초부터 휴직상태다. 어렵사리 마음을 낸 A씨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허구들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거짓이 되풀이되고 그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에서 더 침묵할 수 없어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불광사 창건주 지홍 스님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받고있는 불광사 종무원 A씨가 8월16일 서울 종로에서 법보신문과 만나 사건 경위를 비롯해 그간의 심경을 털어놨다. A씨는 “허구들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휴직을 했다. 이유는?

“소문은 소문일 뿐이니 과거에 그랬듯 곧 사라질 것으로 여겼다. 신도들의 언행은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었다. 오랜 기간 불교계에서 일해 왔기에 그런 폭력적인 상황과 마주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일단 연차를 사용해 일주일 휴가를 냈다. 휴가 기간 중 좀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점점 더 확산돼 가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서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결국 휴가를 끝낸 후 바로 휴직을 했다. 더 이상 소문을 감당해낼 수 없었다.”

▶ 과거에도 이런 유사한 소문들이 또 있었나?

“스님과 여종무원과의 이야기는 간혹 입방아에 오르곤 했다. 조금만 친밀함을 보이면 신도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있었다. 하지만 곧 사그라졌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적은 인원이 장기 근무를 하고 있기도 했고 같은 성씨도 많아 가족처럼 지냈다. 입방아에 올라도 그냥 웃어넘기곤 했기에 ‘이번에는 내 차례네’라는 생각만 했다.”

▶ 의혹이 일었는데 왜 바로 해명하지 않았나?

“당시 지홍 스님이 신도들에게 직접 해명하셨기에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문이 커지고 나니 내가 마치 잘못해서 숨은 것처럼 돼버려 억울하고 속상하다. 이미 소문은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확대 재생산돼 있었다. 내가 나선다고 달라질 것이 없겠다는 판단에 지금까지 대응하지 않았지 뭔가 숨기는 게 있어서가 아니다. 게다가 대중 앞에 나선 스님에게 과격한 언행을 쏟아내는 신도들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스님에게도 저러는데 나한테는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드니 무서웠다. 소문이 돌기 시작할 무렵 종무실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조금이라도 불미스러운 게 있으면 다 얘기하라고 했다. 종무실장이 보기에도 크게 문제 될 만한 사안이 없었기 때문에 해명자리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 불광사 신도들과 통화를 주고받은 적은 있나?

“휴직하면서 모든 연락을 끊었다. 초기 개인번호로 모르는 전화가 몇 통 왔지만 받지 않았다. 혹시 흥분한 신도의 언어폭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전화통화조차 자유롭지 못한 나는 사실상 사회에서 격리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 의혹은 주고받은 문자에서 시작돼 ‘애인’ ‘첩’으로까지 확대됐다.

“그 문자가 그렇게까지 비화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지홍 스님과 사적인 문자를 주고받은 적이 거의 없다. 당시 문자는 직장상사의 기분을 맞춰준다는 생각으로 답한 것이다. 어떠한 감정도 없이 보낸 문자였다. 그 이후 업무 외에 주고받은 문자가 전혀 없다. 처음에는 문자 하나에 불과할 뿐인데 그렇게까지 확대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요즘은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보며 작은 것에 민감하게 행동하지 않은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하고 때론 자책하곤 한다. 미혼인 내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떨지 신도들이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일부 신도들이 주장하고 있는 ‘수위가 높아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문자들’이 무엇인지 나도 궁금하다. 오랫동안 믿고 일해 온 곳인데 이렇게 무지막지한 말들이 나온 것에 대해 ‘내가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고, 청춘을 바쳐가며 불광사에서 무엇을 했나’ 하는 자괴감뿐이다.”

지홍 스님의 퇴진을 촉구하는 불광사 신도들.
지홍 스님의 퇴진을 촉구하는 불광사 신도들.

▶ 신도들에 의하면 지홍 스님이 A씨의 집에 자주 왕래했고 심지어 동거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집과 자동차를 사줬다는 이야기도 있다.

“(눈물을 보이며) 동거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본가가 불광사에서 멀어 인근 이모 집에서 얹혀살고 있다. 이모와 할머니까지 계신 집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님이 어떻게 집에 방문하고 심지어 같이 산다는 말인가? 집과 자동차도 그렇다. 매일 버스를 타고 출퇴근했다. 교통카드 사용에 대한 관련 증거자료도 있다. 면허증은 있지만 운전을 못 한다. 자동차가 있었으면 아침저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힘들게 출퇴근을 왜 하겠나. 상황을 모르는 이모는 요즘 내게 일하러 언제 가느냐고 자꾸 묻는다. 아프다고 둘러댔는데 쉬는 기간이 길어지니 어디가 정말 많이 아파서 그런 건가 싶어 걱정하고 계신다. 도대체 동거한다는 얘기의 근거는 무엇인가. 무슨 목적인지는 몰라도 이렇게까지 상처를 줘도 되는 것인가.”

▶ 스님의 개인통장을 담당하며 비자금 관리를 해왔다는 얘기가 있다.

“스님 통장을 관리한 것은 사실이다. 오랫동안 경리업무를 보던 직원이 2015년 퇴사하면서 새로운 직원이 적응할 때까지만 담당하기로 했다. 이는 당시 종무실장이 스님께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그 직원이 얼마 후 퇴사했고 새로운 직원이 입사했다. 담당자가 계속 바뀌면서 일을 넘겨줄 타이밍이 없었다. 스님 개인통장 관리는 그리 일이 많지 않았다. 스님이 소임을 맡고 있는 곳에서 급여가 들어오고 있는지, 스님이 후원하는 곳에 매달 후원금이 잘 입금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통장정리를 하는 것이다. 또 스님이 직접 인터넷뱅킹을 사용하기 힘들 때 말씀을 주시면 그 일을 대신 처리해 드리는 등 입출금 관리를 하는 수준이었다. 스님께 처음에는 입출금 금액과 잔액 등을 파일로 만들어 이메일로 보고했다. 나중에는 문자로 보냈다. 스님께서 문자가 편하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스님의 입출금 내역은 눈에 띄게 색다른 게 없었다. 게다가 비자금 관리는 내 역량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 휴직기간을 마치고 다시 일할 생각이 있나?

“건강상의 이유로 중간에 잠시 퇴사한 적이 있기도 하지만 재입사하면서 10여년을 불광사에서 보냈다. 교육원에서 소임을 맡아 정말 최선을 다해 일했다. 대학에서 불교를 공부했던 것을 기본으로 강좌뿐 아니라 각종 장단기 교육프로그램과 수행프로그램 등을 기획했다. 상급자로부터 실적이 좋다는 평가도 꽤 많이 받았다. 오랫동안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해온 신도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어왔다. 이번 사태를 안타까워하며 안부를 묻는 신도들도 계시다. 그동안 나름대로 신도들의 신행생활에 도움을 주고 포교에 힘써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지금 모습을 보면 어떤 근거로 저러는지 무섭고 괴롭다. 나는 오랜 기간 출가를 고민했을 만큼 불교는 내 인생의 중심축이다. 의혹이 하루빨리 사라지고 불광사가 안정돼 내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

▶ 요즘 심경은?

“불자라는 분들이 왜 내게 지옥 같은 고통을 주는지 모르겠다. 나뿐 아니라 이 사실을 아는 가족들도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다. 특히 인터넷상의 각종 험담과 욕설 때문에 부모님이 매우 속상해하신다. 특히 내 신상과 관련된 댓글들은 도저히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로 모욕적인 게 많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절차로 방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교집안 식구끼리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 부모님도 마음을 많이 다잡으셨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기 때문이다. 떠도는 의혹들이 명확히 밝혀지고 사태가 원만히 잘 해결되길 바란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52호 / 2018년 8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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