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노후불안 없는 공동체서 삶 가치와 참 행복의 의미를 배우다
독박육아·노후불안 없는 공동체서 삶 가치와 참 행복의 의미를 배우다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18.08.20 13:24
  • 호수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 조현 지음 / 휴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행복’을 위한 선택이라 스스로를 다잡으며 쉼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내지만, 그 행복은 갈구하면 할수록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듯하다. 여기에 오늘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의 크기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은 삶을 더욱 지치고 힘들게 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미래를 예측하는 이런 저런 지표들은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게 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대신 수십 년의 노년을 홀로 살아가야 하고, 고독사 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런 시대를 앞두고 인간으로서 어떻게 존엄을 유지하며 안정적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 신적 존재가 된 자본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켜낼 가능성도 높지 않다. 재력, 권력, 혹은 대단한 능력이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 뿐 아니다. 높아지는 실업률은 그나마 이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할 청춘들을 옥죈다. 청춘들은 자족감과 자존감을 찾기도 전에 사회에서 규정한 외적 평가에 삶 자체가 떠밀려가기 일쑤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이런 고민들을 떨치고 살아가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만약 서로 소통이 되고, 정을 주고받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물론 많은 이들이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겠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일례로 전북 산내면은 귀촌자들이 만든 별난 시골 마을이다. 공부와 책읽기, 명상과 요리, 여러 운동, 술 만들기, 목공 등 모임이 50여 개나 있다. 모든 것이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는 인드라망 사상에 따라 움직이는 공동체다. 실상사가 귀농인을 위한 농업 실습용 땅으로 1만 평을 내놓으며 1998년 실상사귀농학교가 시작된 이래, 지리산권 면 단위 지역 가운데서도 가장 퇴락해 가던 시골이 달라졌다. 실상사 앞 산내초등학교엔 초등생과 유치원생 100여 명, 산내중학교에 50여 명, 중등부인 실상사 작은학교에 30여명이 다닐 정도로 활기가 넘친다.

“도시에선 삶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으니 늘 미래만 꿈꾸고 살았는데, 이곳에선 지금 이대로 더 바랄 게 없어요. 아파트, 차 그런 건 있다가도 사라지고, 그게 사라지면 삶도 휘청거리죠. 이곳에선 뭐가 있어서 좋은 게 아니라 이 삶 그대로 좋아요. -7년 전 귀촌한 조의제 씨”

이곳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공동체가 곳곳에 있다. 이 공동체들은 함께하니 외롭지 않은 혼 삶, 독박 육아가 없고 삶의 여백을 가르치는 공동체 교육, 문화가 살아 숨 쉬고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골살이, 노후 불안이 없고 상처마저 치유되는 곳들이다.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는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마을공동체 탐사기다. 국내 18곳, 해외 5곳의 공동체를 찾아 그들의 삶을 옮겼다. 한겨레신문에서 종교전문기자로 일하는 저자 조현이 이들 공동체를 찾아 자본주의 방식과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한 삶과 그 비결을 담아냈다. 저자가 3년에 걸친 공동체 탐사 취재와 300여 명을 인터뷰해 함께 하는 삶의 가치와 행복의 의미를 되짚었다.

“인간은 마을공동체에서 서로 돕고 의지하고 협력할 수 있고 저항할 수 있고 우리를 지켜낼 수 있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 우리에겐 그런 지성이 있으며 민주주의와 선거권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는 않다. 우리가 더 이상 우리라는 게 무색해질 만큼 모래알이 되어 힘을 잃어가는 사이, 대자본은 신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자본의 노예로 전락한 현대인들의 삶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그 대안을 찾아 발걸음을 옮겨온 저자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출세하고 부자가 되지 않아도 행복한 마을, 힘겨운 세상에서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하면 그 삶에 다가설 수 있는지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2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52호 / 2018년 8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