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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 불교적 삶으로 세운 신행 이정표

  • 불서
  • 입력 2018.08.20 13:33
  • 호수 1452
  • 댓글 0

‘공덕 : 대한불교조계종 제5회 신행수기 공모 당선작’ / 법보신문 엮음 / 모과나무

‘공덕 : 대한불교조계종 제5회 신행수기 공모 당선작’ 

“1987년 1월21일 아들이 세상 빛을 본 지 5일 만에 남편이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경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무의식 상태였다. 올림픽 경기로 온 나라가 들떠 있었던 1988년에 남편은 6인실 병실로 이동되었다. 나는 아들을 안고 병실에서 24시간 남편을 간병하며 병원 생활을 했다. 남편은 교통사고 후 9년만인 1996년에 식물인간 상태로 집으로 퇴원해 31년이 지난 현재까지 투병 중에 있다.”

1983년 결혼해 1984년 첫딸을, 987년 아들을 낳은 이 여인은 의식도 없이 병상에 누운 남편을 돌보면서 그 긴 세월을 어찌 살아왔을까? 짐작조차 어렵다. 그녀는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현실에 절망했다. 절로 원망도 나왔고, 삶에 대한 희망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러나 그대로 무너지고 포기할 수 없었다. 남편을 살리고, 아이들을 지켜내야 했다.

윤애경, 그녀는 이 절망적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며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잠시라도 여유가 생기면 떠오르는 망상을 떨치려 공부에 매진했고, 전산학 학사 학위를 받으며 정보처리기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그 사이 딸은 대학을 마친 후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고, 아들은 대학 재학 중 부사관으로 임관해 군에 터를 잡았다. 남편 간병을 시작한 후 불교에 연이 닿아 부처님 가르침을 배웠고, 끊임없는 기도와 봉사로 나와 남을 아우르는 삶을 이어오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5회 신행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윤애경(보련화) 씨의 ‘살아 계신 나의 부처님’은 절망과 고난의 현실을 극복하고 삶을 개척해온 신심을 그대로 담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주최하고, 법보신문과 불교방송이 공동 주관하는 신행수기 공모 당선작을 엮은 ‘공덕’에는 수없이 많은 번뇌와 고통을 겪으면서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기도 했지만, 그 마음의 얼룩을 조금씩 지워나간 자리에 희망을 그려 넣은 이들의 신심어린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올해로 5회째를 이어온 조계종 신행수기 공모는 모든 이들이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치유의 마음을 나누는 대표적 신행마당이다. 여기에는 고통에 지쳐 내일을 잃고 방황하거나 주저앉은 이들이, 부처님을 만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사연부터 가족의 부재로 인한 슬픔을 신행으로 이겨낸 이야기 등이 가득하다. 공모전 수상작들은 각자가 느끼고 경험한 신행의 모습들이 각양각색이면서도 ‘공덕’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5회 신행수기 공모 당선작을 엮은 ‘공덕’에는 절망을 딛고 선 이들의 신행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림=근호

‘공덕’이라고 하면 보통 막연하게 소외이웃돕기나 보시 등을 떠올리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공덕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신행수기 당선작에서 만나게 될 주인공들 삶에서 그 공덕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삶이다.

공덕의 시작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바로 보고 세상을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이 공덕의 기본이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바를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공덕이다.

“잠들기 전, 감사의 명상을 한다. 이 세상 마지막 숨 쉴 때까지 좋은 생각, 좋은 마음으로 부처님을 닮아가고자 노력한다. 어떤 일이 닥쳐와도 긍정적인 생각이고자 한다. 남을 위한 기도가 나를 위한 기도이고, 사바세계를 무대로 멋지게 살다가야 하기에 오늘도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린 이미 행복한 사람이다.”

이처럼 절망 속에서도 스스로 쌓아올린 공덕이 바탕이 되어 두터워진 신심은 삶을 견고하게 만들었고, 신행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밑거름이 됐다. 불자로서의 삶보다는 교계의 정치적 사안에 더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혼돈의 시절, 이 시대에 온몸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 이를 고스란히 삶속에서 보여준 참 불자들의 이야기는 마치 가물거리는 혼침 끝에 듣는 죽비소리 같다. 1만3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52호 / 2018년 8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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