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개한 산사서 나누고 비우고 채움의 가치 배운다
연꽃 만개한 산사서 나누고 비우고 채움의 가치 배운다
  • 법보
  • 승인 2018.08.20 15:36
  • 호수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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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송광사, ‘송광백련 나비채’

세시풍속 칠석 현대적 해석
전통문화에 불교 가치 녹여
9월10~15일 7회 나비채축제
연음식 나눔‧사진전 등 풍성
15일엔 나비채 음악회 개최
지역대표 문화축제로 발돋움
완주 송광사는 연꽃이 만개한 산사를 배경으로 가진 것을 ‘나누고’, 욕망을 ‘비우고’, 변함없는 진리를 ‘채우자’는 ‘송광백련 나비채’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 위에서 조우하는 칠월칠석. 둘의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는 칠석은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세시풍속 가운데 하나다. 천상의 사랑이야기처럼 마을 처녀총각들이 달밤에 마실을 나와 탑돌이를 하며 은밀한 사랑을 싹틔우기도 했고, 마을마다 남녀노소가 모여 음식을 나누며 즐겼던 날이기도 하다.

완주 송광사(주지 법진 스님)도 매년 칠석을 즈음해 ‘송광백련 나비채’라는 특별한 행사를 연다. ‘송광백련 나비채’는 북두칠성이 가장 밝게 빛나는 칠월칠석을 맞아 견우직녀가 오작교를 건너 사랑을 나누듯, ‘나비채’라는 사랑의 다리를 건너 모두가 평화로운 길을 걷자는 바람이 담긴 문화축제다. 가진 것을 ‘나누고’, 욕망을 ‘비우고’, 변함없는 진리를 ‘채우자’는 의미가 담긴 ‘나비채’는 송광사가 칠석을 맞아 지역주민들에게 올리는 ‘공양’이기도 하다. 연꽃 만개한 산사를 개방하고, 지역주민들을 초청해 음식을 나누고, 도량 곳곳에서 문화공연이 이어진다. 한여름 밤 오색찬란한 빛으로 물들인 무대 위에서는 클래식의 향연이 펼쳐져 환희심을 자아낸다. 횟수를 더해가면서 ‘송광백련 나비채’는 입소문을 타고 매년 1500~2000여명이 넘는 지역주민이 찾을 만큼 이제 전북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다.

송광사는 올해도 ‘송광백련 나비채’를 연다. 다만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예년과 달리 올해는 1달여가량 늦춰 9월10~15일 송광사 일원에서 개최한다. 축제기간 송광사 백련정에서는 연꽃차 시음 및 다례체험 행사가 열리며, 완주군 사회복지단체 종사자들의 봉사 모습을 담은 사진 공모전도 개최된다. 사회복지현장에서 나누고, 비우고, 채우는 삶의 가치를 실천하는 현장활동가들의 모습을 통해 나비채 정신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나비채 음악회’는 9월15일 오후 7시 송광사 특별무대에서 열린다. 음악회에서는 국내 정상급 기악연주자 및 성악가 14인이 출연해 아름다운 선율로 밤하늘을 수놓을 예정이다. 나눔행사도 이어진다. 송광사는 축제기간 동안 ‘연음식 나눔행사’를 마련해 사찰에서 준비한 연잎가래떡과 떡국떡, 연차 등을 지역주민들에게 전달한다. 완주군 사회복지시설과 지역주민 협의회, 관내 사찰 등 30곳에 연잎 가래떡과 떡국 떡 500kg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9월15일 관내 복지단체 종사자 1500여명을 초청해 공양을 대접하는 ‘나비채 만찬’의 시간도 준비하고 있다.

한여름밤 산사에서 열리는 나비채 음악회는 오색찬란한 불빛과 클래식 선율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br>
한여름밤 산사에서 열리는 나비채 음악회는 오색찬란한 불빛과 클래식 선율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송광사가 지난해 개최한 인문학강좌.
송광사가 지난해 개최한 인문학강좌.

송광사가 ‘송광백련 나비채’를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그 무렵 송광사는 회주 도영 스님의 원력으로 대대적인 도량정비 불사가 마무리돼 일주문 인근의 사유지가 사찰로 편입됐고, 그곳에 7000평 규모의 연지가 조성됐다. 매년 칠석 무렵이면 넓은 연지에 솟아오른 하얗고 빨간 연꽃이 푸른 종남산을 배경으로 장관을 연출했다. 때마침 주지 법진 스님은 만개한 연꽃을 배경으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나눔문화행사를 준비했다. 전통 세시풍속인 칠석의 의미를 살리고, 불교적인 색채를 가미한 문화행사를 연다면 ‘지역과 함께 하는 사찰’ 송광사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특히 공양의 의미를 되살린 나눔과 욕망을 비우고 진리를 담는다는 불교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행사를 연다면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송광백련 나비채’는 그렇게 기획됐다. 그런 점에서 나비채는 전통 세시풍속인 칠석의 문화적 의미와 불교정신이 조화롭게 녹아 스며든 문화축제인 셈이다.

송광사 나비채는 지역주민이 함께 만들어간다. 지난 2012년 나비채 개최를 위해 구성된 준비위원회는 사찰신도뿐 아니라 송광사가 위치한 소양면 주민을 비롯해 완주군, 전라북도 관계자들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년 나비채의 주제를 정하고, 프로그램에 따른 세부 기획 등을 논의한다. 해를 거듭하면서 나비채 준비위원회에 참가 의사를 밝히는 전문가들이 늘면서 행사규모가 커지고 내용도 풍성해지고 있다.

송광사는 이웃을 위한 나눔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백산장학회 장학금 전달식’.

송광사는 나비채를 일회성 축제를 넘어 일상의 실천운동으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나누고 비우고 채운다는 나비채 정신을 대중화시키고 이에 따른 실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송광사는 다문화 가족, 이주민 노동자, 독거노인 등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자비나눔를 비롯해 불우한 계층의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전달 등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에는 베트남 출신 며느리 등 이주민 가족들을 초청해 한가위 축제를 진행했으며 송광사 신도들과 이주민 가족들이 서로 결연모임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왔다. 또 2010년 구성된 ‘백산장학회’를 통해 매년 연말 지역의 불우한 가정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회주 도영 스님의 원력이 담긴 ‘군포교 활성화’를 위해 매월 정기적으로 군부대 위문 등을 이어가고 있다. 송광사는 또 지난해 3월부터 ‘나비채 인문학 강좌’를 열어 불교문화와 세계문명 등을 주제로 각계 전문가를 초청한 가운데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법진 스님은 “알고 보면 텅 비었고, 사라져 갈 것들뿐인데, 현대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 같이 앞만 향해서만 다투며 달려가고 있다”면서 “나비채는 현대인들이 지금 여기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어떤 것이 행복으로 향하는 길인지를 스스로 찾아보자는 실천운동”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내가 갖고 있는 지혜와 자비를 이웃들과 나누고, 내 안에 꿈틀거리는 온갖 욕망을 말끔히 비워내고, 비워낸 그 자리를 다시 지혜와 자비로 채우면서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며 “송광사 나비채 정신은 이 시대 현대인들이 실천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1452호 / 2018년 8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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