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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음기도 중 이적을 본 불자

기자명 이제열

“ 못된 관세음! 소리 지르라”
30년 전 관음기도로 찾아와
기도 중 음성 듣는것 문의해
그 불자의 업식이 만든 허상

30여년 전 한 여성 불자가 관음기도와 관련해 나를 찾아온 일이 있었다. 그 불자는 내게 관음기도를 하게 된 동기와 가피 등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에는 집안의 평온과 자녀들의 안녕을 위해서 정성껏 기도했다고 말했다. 기도는 늘 다니는 절이 집 가까이 있어서 그곳에 찾아가 했고 절 마당에 관세음보살님이 모셔져 있어 주로 그 앞에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기도를 하는 중에 앞에 계신 관세음보살이 산 사람처럼 느껴지더니 나중에는 눈도 껌벅거리고 웃기도 하는 등 갖가지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다. 더러는 정병에서 액체를 흘려 머리에 쏟아 붓는가 하면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로 설법까지 한다고 했다. 그 불자는 이제 관세음보살의 모습을 보면서 관세음보살이 찡그리거나 슬픈 모습을 띠면 집안에 우환이 생길 징조고, 웃거나 무언가를 주면 경사가 생길 징조로 받아들인다고까지 했다.

그 불자는 자신이 체험하고 있는 일을 다른 사람의 삶에도 적용시켰다. 그들에게 길흉화복을 예언하는가 하면 어떤 문제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도나 천도재를 하라는 등 방편까지 일러준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 불자가 기도를 많이 하여 큰 가피를 얻었고 관세음보살과 깊이 통하여 중생을 제도하는 일을 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나는 그 불자에게 가피를 얻었으면 됐지 왜 나를 찾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불자는 처음에는 신기하고 거룩한 일이라 생각하여 그 현상들을 계속 믿고 좇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지금은 눈을 뜨면 기도하는 일에만 신경이 쓰이고 오늘은 관세음보살이 어떤 모습을 보이실지 기대와 두려운 마음 때문에 삶이 평범하지 못하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면서 기도 중에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이 진정 정상적인 것인지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불자에게 먼저 성장과정과 현재 생활에 대해 물었다. 기도 중에 일어나는 현상과 기도하는 사람의 성격, 그리고 살아온 과정과는 아주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거의 이러한 기도 체험을 하는 불자들의 삶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게 공통점이다. 그 불자도 마찬가지였다. 어렸을 적 삶도 힘들었지만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온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나는 그 불자에게 먼저 관세음보살의 진면목이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그리고는 그동안 만난 관세음보살은 진짜가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이 만든 환상임을 일러주었다. 진리에 대한 무지와 세상을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고통의 업식이 관세음보살이라는 허상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불자에게 이제는 관세음보살에게 소원을 빌지 말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편으로만 삼으라고 했다. 마당에 모셔진 관세음보살에게만 가서 기도하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혹 기도 중에 또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예전처럼 그런 모습을 보이거든 “저런 못된 관세음!”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라고 일러주었다.

지금 그 불자는 과거의 관음기도를 버린 지 오래다. 대신 관세음보살을 염하며 열심히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모름지기 기도란 어떤 외적인 소원성취나 기이한 체험을 하는데 있지 않다. 자신의 마음을 맑혀 그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었던 부처님과 보살들의 원리를 깨우치는 것이 참된 기도다. 더 분명하게 말하면 관세음보살 기도는 자신이 곧 관세음보살이 되기 위함이다.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통해 관세음과 같은 자비와 자비를 구현하고자 함이 관음기도의 본질인 것이다.

‘금강경’ 말씀에 “만약 형상이나 음성으로 부처를 보려 한다면 이런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하는 자라 능히 부처를 보지 못하리라”고 하였다. 무릇 기도 중에 일어나는 일은 모두 집착할 바가 못 된다. 그게 하늘을 옮기고 강물을 마시는 일이라 해도 일체가 허깨비 같은 모습들에 불과하다. 기도 도중에 일어나는 어떠한 일도 마음에 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52호 / 2018년 8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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