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들어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며 위상도 격상됐고, 불교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패트리시아 젠은 1970년대 인도에서 오랜 기간 공부를 마치고 어떻게 해야 불교계 내에서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할 수 있을 지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다.
그녀는 먼저 불교에 입문하려는 여성이나 비구니들을 돕기로 했다. 그 당시 티베트 불교의 여성 라마승 대부분이 글을 몰라 달라이라마 가르침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녀가 먼저 시작한 일은 11명의 비구니들에게 3개월 간 글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부처님의 딸’이라는 의미를 지닌 ‘샤카디타(Sakyadhita)’의 시작이다.
히말라야 티베트 불교계의 여성 불교인들이 주체가 된 모임 ‘잠양(Jamyang)’ 역시 그에 의해 창시됐다. 이렇게 불교계 여성 인력을 구축하는 일과 여성 불교인의 힘을 키우는 작업에 집중하던 그녀는 1977년 본격적으로 스님이 되기로 결심했다. 몇 년간의 수련을 거치고 1982년 마침내 비구니가 됐다. 그는 카르마 렉시 쏘머(Karma Lekshe Tsomo)로 사원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쏘머는 불교계 내 여성의 권리에 대해 주목했고 민감하게 대응했다. 그는 부처님의 아들과 딸들은 모두 같은 권리를 가지고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가며 서로 어우러지는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언젠가 그는 말했다.
“불교계에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지 않게 취급하는 것은 마치 명백한 진실을 연막 속에 가리는 것과 같은 것이랍니다.”
그는 사원 내에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고 똑같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했다. 여성과 남성 모두 불자들로부터 존경심을 받고 같은 규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애썼다. 히말라야의 티베트 불교계에서 종종 비구니스님들이 비구스님보다 물질적인 지원을 덜 받고 배움의 기회도 적게 받는 일을 개선하기 위해 렉시 쏘머는 “부처님께서 강조하신 것 중 하나는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라며 “이런 자애로 인해 우리는 궁극적인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티베트 사람들과 티베트 사원 내 불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애썼다.
그는 2000년 하와이대에서 비교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해 현재 미국 샌디에이고대 내 불교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그는 대학에서 ‘삶과 죽음의 철학’ ‘기본 불교 철학과 윤리학’ ‘불교계 여성파워’ 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올해로 74세가 된 카르마 렉시 쏘머가 대학에서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바로 히말라야로 향해 티베트 스님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가 읽고 쓰는 것을 지도한 이후로 그 수업을 받은 스님들에 의해 새로이 계속 수업이 이어졌기에 이제 티베트 여성 불교인들이 글을 읽지 못하는 일은 없다. 카르마 렉시 쏘머 덕분에 스님들은 불교 경전과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을 서적으로 읽으며 더욱더 깊은 불교 수련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부처님의 품으로 들어와 가치관을 바꾸고 다른 이들에게 등불이 되어 이끌고 있는 카르마 렉시 쏘모 이야기는 현재 힘든 일을 겪거나 삶이 무기력해지며 불평만 하는 이 세상 많은 사람에게 전해져, 그 사람들이 슬픔이나 무기력을 털어내고 다시 크게 힘을 얻고 가치관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소원해본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52호 / 2018년 8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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