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외곽, 흔히 변두리로 불리는 곳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곳임에도 공간적인 의미에서 그다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다. 소도시의 외곽은 통념적인 ‘풍경’의 카테고리 밖에 있는 비풍경적 요소들로 이뤄져 더욱 그러하다. 근대화 과정의 의해 생산되고 동시에 슬럼화 된 공간은 21세기적 우리 삶의 단면이자 기형적인 근대성의 증상적 지점이다.
관심 갖지 않아 보지 못했던 소도시 외곽의 일상들이 화폭의 작품으로 대중들과 만난다. 최은경 작가는 8월22일부터 9월5일까지 서울 통의동 인디프레스에서 초대전 ‘우리 마을의 어스름’을 진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에서 최 작가는 소도시 외곽의 모습, 그 중에서도 밤의 풍경들을 유화 작품으로 소개한다.
작품 속 도시의 풍경은 흐리고 푸른 빛이 감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 삶의 유형 속에 유형화되지 않는 무의식 속 내재된 회복에 대한 열망을 이야기한다. 좌절과 상실이 반복되는 지금과 다시 나아갈 수 없다는 허깨비 같은 마음, 희망 없음의 여기에서 예기치 않게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열망이다.
“소도시 외곽의 밤은 도시의 밤보다 검고 깊고 아득해 오히려 더 평면적이다. 밤은 우리 삶의 유형 속에 유형화되지 않은 무의식 속에 내재돼 있는 회복에 대한 구체적 꿈꾸기다. 한편으로 그것은 이룰 수 없었던 꿈이라는 자각에서 비롯된 고통을 기반으로 한 네거티브 자각몽이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53호 / 2018년 8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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