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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자의 단주

  • 데스크칼럼
  • 입력 2018.08.27 10:56
  • 수정 2018.08.27 13:33
  • 호수 1453
  • 댓글 4

김성철 한국불교학회장 설계
삼귀의·10선계·육바라밀 담아
불자들 지계의식 높이는 계기

불교학자들이 불교계를 대하는 유형은 크게 4가지로 구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첫번 째는 ‘분리형’으로 불교학과 불교계를 명확히 구분 짓는다. 많은 학자들이 속하는 이 유형은 자신의 학문과 불교(계)를 결부시키지 않고 연구 활동에 전념하는 경우다. 믿음이나 종교 체험이 객관적 연구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도 여긴다. 두 번째는 ‘수행형’이다. 불교학을 연구하는 동시에 출가자 못지않게 참선, 염불, 위빠사나 등 수행에 매진하는 경우다. 이들은 방학을 이용해 집중 수련을 하는가 하면 남방국가에 가서 직접 수행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세 번째는 현실 불교계에 적극 뛰어들어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혁명가형’이다. 불교계 개혁을 위해 피켓을 들고 과격한 구호 외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이들의 비판은 주로 종단 집행부를 비롯한 제도권 스님들을 향하고 있으며, 1970~80년대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했다는 특성도 지닌다. 마지막으로 ‘신심형’을 꼽을 수 있다. 불법승 삼보에 대한 신심이 두텁고 스스로 모범적인 불자로 살면서 신행문화도 바꿔가려는 이들로 이기영, 서경수, 고익진 박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김성철 한국불교학회장은 전임 회장인 김선근 교수와 성운 스님과 마찬가지로 신심형 학자에 포함될 것 같다. 그가 한국불교학회장을 맡아 8월16~17일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개최한 첫 워크숍에서도 그의 학문적 성향이 잘 드러났다. 회장 취임당시 ‘한국불교 신행의 현대화를 위한 학문적 모색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처럼 이날 워크숍은 현실불교에 대한 비판을 넘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였다. 많은 불교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 불자들이 자신의 거주 공간에 불단(佛壇)을 모시는 일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도 뜻깊다. 다른 불교국가에서 모두 그러하듯 불상이나 불화를 모신 불단이 있어야 일상적으로 기도와 참회를 이뤄질 수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김 회장이 직접 설계해 만들어 보시한 단주도 눈길을 끌었다. 몇 해 전 수행능력의 정도를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것처럼 김 회장이 설계한 ‘호계주(護戒珠)’도 기존 단주와는 확연히 달랐다. 총 20알로 이뤄진 호계주에는 부처님과 가르침과 스님들께 귀의하는 삼귀의, 10가지 악을 행하지 않는다는 십선계, 대승불교에서 보살의 실천덕목인 육바라밀을 포함해 총 19가지 '다짐'이 새겨져 있고, 마지막 알에는 단주의 이름인 ‘호계(護戒)’가 새겨져 있다. 불자들이 매일매일 호계주를 굴리면서 19가지 ‘다짐’을 염송하고 실천하며 살아갈 때 정토세상이 열린다는 그의 신념을 호계주에 담은 것이다.

김 회장이 호계주를 구상한 것은 7~8년 전이다. 그는 불자와 비불자를 가르는 기준이 삼귀의 여부에 있다고 보았다. ‘부처님과 가르침과 스님’의 삼보에 대한 지극한 믿음을 다하는 삼귀의계(三歸依戒)를 지니면 불자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삼귀의계를 시작으로 십선계, 육바라밀계를 알 하나하나 새겨 넣어 호계주를 만들었다. 계율은 스님들뿐만 아니라 불자들도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덕목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호계주를 제작한 것은 작년 말부터다. 그동안 대량주문만 가능하다는 말에 제작을 접고 있다가 명보불교라는 곳에서 소량 주문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호계주를 제작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호계주’는 입소문을 타고 알려졌고, 경주지역을 중심으로 스님들이 수백 개씩 주문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운문사에서도 대량 주문한 것으로 전한다.

이재형 국장
이재형 국장

재가불자 불단 갖기 운동, 호계주 수지 운동을 벌이면 불교계가 서서히 밝아질 것으로 확신한다는 김 회장. 이렇게 신심 깊고 창의적인 불교학자가 있기에 진흙탕처럼 혼탁한 오늘날 불교계에서도 청초한 연꽃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리라.

mitra@beopbo.com

[1453호 / 2018년 8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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