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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와 두 여인

  • 기자칼럼
  • 입력 2018.08.27 11:11
  • 수정 2018.08.27 17:19
  • 호수 1453
  • 댓글 2

설정 스님의 조계종 총무원장 사퇴를 놓고 확인되지 않은 뉴스들이 흘러나왔다. MBC는 8월17일 당사자 확인도 없이 “감금됐다” 등 왜곡보도를 내보냈다. 이 보도의 한 가운데 한 여성이 등장한다. 개인 홍보대행을 자처하며 MBC 등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설정 스님은 조계사에서 쫓겨나 법련사에 은신한 스님이 돼버렸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들은 법련사 현장에서 몇 차례 신분을 물었고, 이 여성은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 모임’의 현진 스님을 거론했다. 설정 스님 스케줄을 담당하는 사서실 직원이 직접 종무원이냐 물었고, 해당여성은 아니라고 답했다. 설정 스님의 지인이 홍보를 부탁해서 돕고 있다면서 관계자라고 했다. 사서실은 그날 처음 본 여성이었다. 그녀는 “MBC가 방송에 안 낸다고 해서 인터뷰를 했다. 감금당했다고 한 적 없다”고 해명한 뒤 법련사에서 퇴장했다.

8월23일에는 다른 여성이 등장한다. 오전 11시경 “설정 스님이 일산모처에서 오후 3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는 문자메시지가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메시지는 승려대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는 단체에 소속된 부명 스님 명의로 전달됐으며 “광명성 보살에게 문의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무렵 설정 스님은 8월21일 기자회견에서 “산중(수덕사)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설정 스님이 입원한 병실로 알려진 동국대 일산병원 11층에 기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설정 스님의 상좌스님들은 “종단 혼란을 부추기는 일부 세력들이 큰스님을 이용하려는 것 같다”며 “기자회견은 없다”고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광명성 보살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거듭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거듭됐다. 기자들도 발이 묶였고, 애먼 의료진과 환자들만 불편을 겪었다.

기자회견은 결국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기자회견 소동을 일으킨 광명성 보살의 SNS에는 지난해 조계종으로부터 제적 징계를 받은 명진 스님이 조계사 인근에서 단식할 때 다정히 찍은 사진이 게재돼 있다.

이 여성들의 설정 스님을 향한 마음은 언뜻 이해가 되기도 한다. 조계종의 개혁에 한국불교의 희망이 달렸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자칫 어긋난 충정과 신심은 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우려는 이미 MBC뉴스와 기자회견 해프닝에서 현실이 됐다.
 

최호승 기자

이제 ‘가짜뉴스’의 책임은 누가 져야할 것인가. 정작 피해는 이 여성들이 돕고자(?) 하는 설정 스님에게 돌아가는 형국이 돼버렸다. 왜곡된 뉴스 등으로 혼란스러운 사부대중의 마음은 누가 위로해야 할까. 스님과 조계종을 염려한다는 여성들의 마음이 도리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지 그녀들 스스로 심각하게 돌이켜봐야 할 때다.

time@beopbo.com

[1453호 / 2018년 8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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