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불을 끄고 별을 켜야
110. 불을 끄고 별을 켜야
  • 최원형
  • 승인 2018.08.27 17:01
  • 호수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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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별 되살리려면 에너지 씀씀이 줄여야

대기 깨끗한 날에도 별보기 어려워
옛 천문학자·점성술사 눈으로 관찰
대기오염 탓보다는 빛 공해가 원인
에너지 과용 지구 온난화와도 직결

폭염으로 힘든 와중에도 연일 하늘은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드리워진 풍경을 보며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자주 떠올렸다. 미세먼지로 마음까지 뿌예지던 날들을 경험했던 터라 비현실적이다 싶을 만큼 아름다운 하늘이었다. 하루를 마감할 시간이 다가오면 파란 하늘은 노을에게 무대를 넘겨줬다. 아름답다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표현 말고 달리 수식어를 찾기도 어려웠다. 날마다 새롭게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니 감탄하기에도 벅찼다. 삭막한 도시가 어쩐지 풍성해진 느낌이었다. 감상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저녁노을의 바통을 별이 빛나는 밤이 이어 받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도시에서는 왜 별이 사라진 걸까? 대기가 매우 깨끗한 날조차도 도시에서 별을 보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어릴 적 여름밤이면 은하수가 흐르는 하늘을 쳐다보며 모깃불이 사그라질 때까지 평상 위에 누워 있곤 했다. 아무리 대기가 차고 맑은 겨울밤이라 해도 이젠 고작해야 오리온자리 정도나 볼 수 있는 참으로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하늘이다.

티코 브라헤는 그 옛날 변변한 도구도 없이 맨눈으로 별을 관측하며 천문학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어디 그뿐일까? 그 옛날 수많은 천문학자며 점성술사들은 모두 육안으로 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밤마다 무수한 별들이 쏟아지니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을 테고 그것이 오늘날 우주적 시공간으로까지 우리의 사고를 펼치는데 기여하는 시발점이 됐다. 별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안내했고, 망망대해에서 큰 의지처가 됐었다. 대체 그토록 흔하던 별들이 오늘날 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을까?

2012년에 미항공우주국(NASA)이 한 해 동안 야간 전망이 관측가능한 적외선 이미징 관측시스템을 이용해서 지구를 찍은 이미지들을 공개한 적이 있다. 그 이미지는 지구의 빈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꽤 크다. 이미지를 보자마자 내 나라부터 찾아봤다. 그리고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반도국임에도 대륙과 연결되지 못한 채 섬처럼 홀로 빛나고 있었다. 북한은 평양 한 곳을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밤을 찍었으니 당연히 깜깜해야 하겠으나 그 어둠으로 인해 남한이 섬이 되고 보니 매우 생경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인접해있는 남한은 대낮처럼 환했다. 심지어 연안에서 좀 떨어진 바다조차 매우 밝았다. 아마 밤에도 불을 밝히고 고기잡이를 하는 배들인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그 이미지는 지구 어디를 가든 경제발전이 이루어진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들이 매우 분명하게 구분지어 보여줬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을 제외하고는 인도의 북부 정도가 밝게 빛났다. 유럽은 대부분 지역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북한만큼 깜깜한 곳은 아프리카와 남미대륙이었다. 아프리카는 지중해 근처가 좀 밝았고 대륙 바깥으로 아주 드문드문 불빛이 보였다. 남미대륙 역시 바깥쪽으로 마치 대륙을 표시하려고 불을 밝힌 것 마냥 불빛이 드물게 보였다.

우리나라는 일찍이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현재는 대략 90% 이상의 인구가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에는 밤새도록 가로등이 켜져 있고 건물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밤늦도록 혹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도 많다. 밤이 낮처럼 환할 수 있는 것은 전기에너지 덕분이다. 전기에너지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그로인해 밤에도 도시는 잠들지 못한다. 잠들지 못하니 별 볼 일이 사라졌다. 우리가 도시에서 별을 만날 수 없는 까닭이 미세먼지나 배기가스 등에 의한 대기오염 탓도 있겠으나 빛 공해가 더 큰 원인 제공자다.

8월 22일은 에너지의 날이다. 2003년 8월 22일은 역대 전력소비가 최고였던 날로 이날을 계기로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 위해 2004년에 만들어졌다. 올여름 폭염으로 지구온난화의 공포를 꽤 심각하게 경험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온실가스다. 2014년 기준, 국내 상위 10개 업체에서 배출한 온실가스가 국가 배출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회사 포스코,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현대제철, 현대그린파워, 포스코에너지, 쌍용양회공업이 그들이다. 10개 기업 가운데 발전회사가 7개다. 전기를 만드느라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그로 인해 폭염이 발생하니 전기를 더욱 많이 소비하게 되어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악순환의 고리다. 그리고 그 전기는 도시의 별마저 삼켜버렸다. 그러니 밤하늘에 별을 되살리는 일은 신이 아닌 우리의 에너지 씀씀이에 달렸다. 불을 끄고 별을 켜야 할 시간이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53호 / 2018년 8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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