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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where do I live

기자명 임연숙

현재 모습을 쌓아 역사로 기록하다

볼록렌즈로 풍경 보는 방식으로
현재 서울모습 이국적으로 표현
토분 사용했지만 얼룩없이 매끈
과감한 화면분할 추상적 느낌도

나형민 作 ‘where do I live’, 한지에 토분, 채색, 169×198cm, 2006년.
나형민 作 ‘where do I live’, 한지에 토분, 채색, 169×198cm, 2006년.

현대의 생활중심이 도시에 집중돼 있고, 마치 ‘현대’라는 시대를 대표하는 삶이 도시의 삶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수많은 다양한 삶의 모습과 욕망과 갈등과 문화적 체험이 뒤엉켜 있는 도시는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들이 자화상을 그리거나,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의 의미는 어떻게든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시점에 자신의 생각과 기분, 감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그것이 쌓여 역사가 되듯이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과 환경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 또한 시대와 감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역사를 기록하는 일일 것이다.

터키석을 연상하게 하는, 다소 이국적인 느낌의 짙은 푸른색은 하늘의 배경이 되고, 황토색 더미 속에 주택과 빌딩의 풍경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주거지역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익숙한 주변의 풍경, 지나치게 현대화되고 새것들로 채워진 도시가 아닌 예전에 어디선가 보고 느낀 적 있는 친숙한 동네의 풍경을 통해 서울을 기록하고자 한다.

표현방식에 있어 작가는 볼록렌즈를 나열해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풍경이 중첩되게 보여주는 렌티큘러 표현방식을 풍경에 적용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제 렌티큘러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풍경이 느껴지는 효과를 떠나 풍경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건물들의 표현이 한쪽 면에서 바라다 본 풍경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각기 다른 시점에서 바라다본 건물들이 조합돼 있는 모습이다. 각기 다른 시점에서 봤을 뿐이지 이것들은 실제 존재하는 풍경들을 재조합했다.

이러한 표현은 화면을 좀 더 넓고 깊이 있는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단순히 두 개의 화면이 분할 된 것이 아니라 넓고 깊게 뒤로 쑥 빠져나가는 듯 한 지평선이 느껴지도록 넓은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나형민 작가만의 독특한 화면 표현이자 산수화가 주는 공간감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말로 정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들의 고민은 늘 전통의 계승과 새로움과 창의적 표현에 있다. 특히 한국화의 장르적 특성은 이러한 태생적 고민을 안고 시작한다. 작가 역시 그러한 고민과 실험을 통해 산수화의 다원적 시점과 공간의 표현을 현대의 풍경화에 접목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얼룩하나 없이 매끈하게 표현된 푸른 여백과 토분이라는 일종의 흙가루를 화면에 붙여 자연스럽고 친근한 색감을 연출해 내고 있다. 흙가루이지만 두께감이나 텁텁하고 거친 화면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맑고 엷게 차분히 도시 풍경의 배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 색의 변화가 크게 없는 단색톤으로 명도 조절만을 통해 건물과 지붕을 묘사하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본 듯 한 모습과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의 마을은 세심하고 꼼꼼한 붓질로 완성되었다.

구체적으로 어느 동네 어느 풍경인지 모를 그저 도시의 일부분인 익명의 건물과 주거지역은 보이는 그대로의 풍경을 옮겨 기록하기 보다는 철저히 작가의 손에서 재구성 됐다. 또한 과감한 화면 분할을 통해 묘한 환상을 느끼게 하면서도 단순히 추상적이고 구조적인 느낌을 주기 보다는 사람의 온기가 있는 도시의 다양한 일상을 상상하게 한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전시디자인 팀장 curator@sejongpac.or.kr

 

[1453호 / 2018년 8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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