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강지인의 동시 ‘그런 거였구나’
39. 강지인의 동시 ‘그런 거였구나’
  • 신현득
  • 승인 2018.08.28 10:06
  • 호수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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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 피우면 맏이만 꿀밤 맞는 이유

고구마 익었나 알기위해선
가장 큰 고구마 찔러보면 돼
맏이만 매번 혼나는 이유를
고구마 통해 천진스레 풀어

어린이들은 ‘그런 거였구나!’ 하고 부모님이 나를 꾸짖는 이유를 깨닫는다. 세상을 조금씩 배우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세상에 대해서 배우는 것을 철이 든다고 한다. 철이 든 어린이는 의젓하다.

시인들은 어린이의 성장을 재미있게 표현한다. 아는 것이 쌓여서 어린이의 키가 된다고 한다. 정말일까? 어린이는 학교에서 배운다. 가정에서도 배운다. 글동무, 놀이동무와 어울려서 배운다. 아는 것이 많아지면서 키가 점점 커진다. 아는 것이 쌓여서 키가 됐다는 말은 그래서 틀림이 없다.

또 아는 것이 쌓여서 힘이 된다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아는 것이 많아지면서 어디서든지 떳떳해지고, 망설이지 않게 된다. 이것이 곧 힘이다. 그래서 아는 것이 힘이라 했다. 또 아는 것이 쌓여서 어린이들이 예뻐진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아는 것이 많은데서 마음이 넉넉해지고 표정이 밝아지면 예쁜 어린이가 된다.

여기에 두 동생을 거느린 어린이가 있다. 맏이는 두 동생을 잘 돌보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어른들로부터 자주 꾸중을 듣는다. 동생들이 말썽을 부리기 때문이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억울해.’ 그 생각을 하다가 ‘엄마 아빠는 맨날 나에게만 자꾸.’ 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런 거였구나!’하고 엄마 아빠를 이해하게 된 일이 있다. 세상 일, 한 가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시 한 편을 펼쳐보면서 생각을 할까?

그런 거였구나
강 지 인

침이 꿀꺽
군 고구마
익었나?
안 익었나?
젓가락으로 찔러보려는데
할머니가 그러신다
큰 놈으로 찔러봐.
큰 놈만 익으면 다 된겨!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우리 삼 형제 말썽 피우면
맏이인 나만 꿀밤 맞는 이유!

동시집 ‘수상한 북어’(2018)

숯불에 고구마를 구웠다. 삼형제가 둘러앉아 고구마 익기만 기다린다. 동생 둘이 먹고 싶어 침을 꿀꺽한다. 맏이인 나도 침을 꿀꺽 삼킨다. 먹고 싶은 것이다.

익었나를 알기 위해 젓가락으로 고구마 이 놈 저 놈을 꾹 꾹 찔러보는데,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한 말씀하신다.

“큰 놈으로 찔러봐. 큰 놈만 익으면 다 된겨!”

할머니 말씀을 통해서 맏이인 내가 깨닫는다. ‘우리 삼형제 말썽 피우면 맏이인 나만 꿀밤 맞는 이유가 그런 거였구나.’ 하고 말이다.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살이에서 큰 것 한 가지를 알았다.

“나는 안다. 너희들 그런 거 아니?” 하고 반 동무들에게 자랑 할 일 한 가지가 생겼다.

반 동무들은 “그러냐?” 하며 내 생각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것이 동생들로부터 “형아야!” 로 불리는 맏이인 나의 키가 되고 힘이 되고 슬기가 될 것이다.
시의 작자 강지인은 좋은 동시를 쓰면서 앞서가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아동문예’지를 통해서 등단한 이후에 황금펜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동시집 ‘할머니 무릎 펴지는 날’ ‘잠꼬대하는 축구장’ ‘상상도 못했을 거야’ 등을 출간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53호 / 2018년 8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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