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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교류 발목 잡는 대북제재

4·27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평창에 이어 자카르타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게임에서의 공동입장, 그리고 일부 종목에서는 단일팀 구성함으로써 남북 단합이 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그동안 끊어졌던 이산가족 상봉도 열리고 조만간 또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개성 공단을 재개해서 다시 힘차게 공장을 돌릴 기대감으로 들떠있다. 평양에서 열린 유소년 축구대회에는 한국 유소년팀이 참가하고, 그를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평양을 방문하여 변화된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새롭게 변모된 평양의 모습은 10년 전의 평양을 기억하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마저 선사하고 있다.

이 뿐인가. 그 동안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했던 민간단체들은 앞으로의 남북 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 단체들은 북한의 이곳 저곳 지원이 필요한 곳을 검토하고, 일부는 북한 측과 만나 구체적인 지원 방식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불교계 역시 지난 8·15 광복을 맞아 남북 공동발원문을 채택하여 불교 교류와 협력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이다. 금세라도 재개될 것 같은 민간의 교류와 협력은 무성한 논의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아무런 진척이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이다. 현재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는 역대 최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하다. 1990년대 이래로 북한은 유엔 안보리로부터 12차례에 걸쳐 제재를 받고 있다. 현금 유입의 차단, 섬유류와 석탄을 비롯한 주요 수출품의 무역 거래 제한, 중국의 정제유 수출 제한(연간 50만톤으로 제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 금지 등등 그야말로 전방위에 걸쳐 있다. 제재는 단지 유엔 차원만이 아니라 미국, 일본, 한국 등의 양자 차원의 제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의 경우에는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5·24 조치’를 통해 독자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고, 2016년에는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던 개성공단마저도 문을 닫아 버렸다.

국제사회의 제재 및 양자제재로 인해 남북관계의 발전에는 심각한 장애물이 조성되어 있다. 지난 7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통일농구대회는 선수단이 민항기 대신 군 수송기를 타고 평양을 가는 진풍경을 연출했으며, 지난 8월13일부터 평양에서 열린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는 4·27 정상회담 이후, 최초의 대규모 민간 방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경비는 대북제재가 해제된 이후에 지불하기로 약속하고 참가하였다. 또 지금 당장 현안이 되고 있는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는 대북제재의 지속을 주장하는 미국과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흔히 남북관계는 두 바퀴의 수레에 비유된다. 정부와 민간이 두 바퀴의 수레를 균형있게 잘 굴려야만 남북관계가 차질없이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정부만이 앞서가고 민간은 저 멀리 뒤처지고 있다. 이 핵심 원인으로 대북제재가 놓여있다.

더구나 현재의 제재는 북한에 대한 제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또 다른 ‘제재’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의 대북제재를 그대로 두고서는 남북관계의 발전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최소한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부분이라도 해제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정부의 더 큰 노력이 요구된다. 제재의 해제는 북한에 대한 ‘보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중요하게는 우리를 위한 ‘보상’이다. 왜냐고? 남북관계의 발전은 바로 우리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chungyc69@sogang.ac.kr

 

[1454호 / 2018년 9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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