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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대 총무원장 선거와 조계종 혁신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스님의 거취를 둘러싸고 진행되었던 갈등과 혼란이 일단락되었다. 총무원장스님의 사의 표명, 중앙종회의 불신임안 의결, 원로회의의 인준 등을 거치면서 총무원장스님은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스님 개인의 상처도 물론 크겠지만 이 기간 동안 입은 조계종 전체의 상흔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어쨌든 조계종은 이제 종헌종법에 따라 제36대 총무원장을 새롭게 선출하는 선거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이다.

지난 제35대 총무원장 선거 과정이 다시 떠오른다. 불교계 매체에서는 연일 후보자 스님들과 관계된 비위 기사를 쏟아냈으며, 그로 인해 생긴 갈등의 골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는 현실이다.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당선자가 과연 4년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는 이미 그 무렵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었다.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논자는 이 지면을 통해 4년마다 되풀이되는 현 총무원장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직선제든 간선제든 조계종단을 병들게 하고 있는 현행 각종 선거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하지만 오는 9월28일 조계종은 또 다시 현행 종법의 틀 안에서 총무원장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 남은 한 달여간 부디 지난해와 같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원해 보지만 이것 역시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 입후보하시는 스님들께 꼭 당부하고 싶은 사안이 하나 있다. 이번에는 상투적인 선거공약집이 아니라, 후보자스님 모두가 ‘대한불교조계종 혁신안’을 만들어 사부대중에게 공개하고, 이에 대한 폭넓은 평가를 받아달라는 당부이다. 1994년 개혁종단 출범 이후 조계종은 혁신의 노력을 꾸준히 진행해오지 않았다. 최근 수년 동안 끊이지 않고 있는 각종 불상사를 총합해 보면 누구나 쉽게 이러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특정 승려 몇몇의 문제를 논할 시기가 아니다. 조계종 전체의 명운을 걸고 대대적인 혁신안을 만들어내야 할 시기임이 분명하다. 후보자 등록을 함과 동시에 종단의 대대적 혁신안을 제시하고, 당선증을 교부받는 그날부터 재임 기간 내내 혁신안을 실천해 나갈 수 있는 후보, 이번 선거과정에서는 그런 후보자들의 경합 과정이 보다 치열하게 전개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총무원장 선거는 조계종을 구성하는 사부대중 모두와 직결되어 있는 선거임이 분명하다. 비록 320여명에 불과한 선거인단에는 들지 못하지만, 많은 조계종 대중은 입후보자가 펼치고자 하는 다양한 종책들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이제는 그러한 시대가 되었고, 그러한 대중들에게 알리는 일을 의무적으로 인지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적폐세력’ ‘해종세력’ 등의 황망한 신조어 속에 갇혀있는 구성원 상당수도 조계종 사부대중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대한불교조계종 혁신안’에 반드시 포함될 필요가 있는 사안들이 몇 가지 있다. 특히 종단의 각종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일은 시급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총무원장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혁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총무원장에게 부여되어 있는 인사권, 재정권 등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는 제도를 마련할 수만 있다면, 각종 선거제도의 폐단상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 입후보하시는 스님들께 다시 한 번 간곡한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번 선거는 선거인단만의 선거가 아니라, 조계종과 한국불교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부대중 모두와 함께 하는 그런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부디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 사이에서 조계종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고, 이를 과감하게 개혁해 나갈 수 있는 ‘혁신안’이 적극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kimsea98@hanmail.net

 

[1454호 / 2018년 9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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