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계룡산의 두 교조
3. 계룡산의 두 교조
  • 이제열
  • 승인 2018.09.04 10:23
  • 호수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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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왕이라 믿었던 이들의 말로

한결같이 신통 영생 말했지만
10년도 채 되지않아 모두 소멸
계시는 오직 중생이 만든 허상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과거 충청도 계룡산은 수많은 신흥 종교단체가 활동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두마면 신도안이라는 마을을 중심으로 퍼져있는 신흥종교단체가 500~600개 정도 되었다. 산속에 들어가면 갖가지 전각과 종교 상징물들이 서있고 자칭 구세주라는 도인이나 교조들이 앉아 있었다. 신도안 마을은 이런 이들을 따르는 신도들로 붐볐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모두 철거됐지만 이를 그대로 두었더라면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을지 모른다. 세계유일의 종교백화점을 없애버린 것이다.

당시 필자는 구도 차원에서 이들을 찾아다닌 경험이 있다. 약 6개월가량 계룡산 암자에 머물면서 산속에 숨어 사는 교조와 도인들을 만났다. 이들의 유형은 대개 세 가지로 나뉜다. 불교적 유형, 기독교적 유형, 민족종교 유형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세상을 구할 구세주이고 정통이며 종교적 완성자라고 여긴다. 이들은 예언과 기적과 신통을 앞세우고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계룡산 구석구석을 뒤지며 많은 교조들과 도인들을 만났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두 사람이 있다. 기독교에서 파생한 세계일주평화본부의 양도천 목사와 민족종교에서 파생한 해월교의 해월선녀이다. 양도천 목사는 정통신학을 전공한 기성교단의 목회자였는데 계룡산에서 기도하던 중 한님이라는 신을 만나 계시를 받고 세계일주평화국이라는 나라를 세웠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기독교의 여호와 신은 하나님이 아닌 한님이며 자신이 곧 재림예수이고 천년왕국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자신의 신체를 보여주었는데 하나님의 계시로 성기를 제거해버렸다. 자신은 거룩한 메시아이기 때문에 성기 따위는 필요치 않다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은 죽지 않는다고 했다. 영생하는 존재라고도 했다. 양도천 목사는 필자에게 자신이 임명한 장관들도 소개해 주었다. 총무처장관, 재무장관, 내무장관 등을 소개했다. 재미있는 일은 농림부장관의 경우 그곳에서 채소를 가꾸는 농부였고, 총무처 장관은 양도천 목사의 설교를 받아 적고 이를 복사해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가정 주부였다. 그런데도 당시의 신도수가 5000명 정도 되었다. 서울의 돈 많고 직책 높은 사람들이 신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해월교는 제주도에 살던 한 여인이 세운 신흥종교였다. 해녀였던 해월선녀는 바닷가에서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 인간계의 왕으로 등극하였다. 백일동안을 금식하면서 하느님으로부터 만인의 왕으로 임명을 받았다고 했다. 임금이 입는 화려한 곤룡포를 입고 구슬이 주렁주렁 달린 왕관을 쓰고 앉아 있었다. 그녀는 계시 받은 내용과 하느님의 권능으로 사람들을 향해 설교를 하였다. 설교의 요점은 자신은 곧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선택된 구세주이며 미륵이고 재림예수라는 것이었다. 아무런 학식도 없고 종교 지식도 없었지만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설교를 비 내리듯 하였다. 왕궁처럼 잘 지어 놓은 웅장한 교당 안에는 흰색 한복을 입은 신도들이 가득 자리를 채운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세월이 지난 현재 그들과 그들이 세운 교단은 과연 어찌 되었을까? 그들의 말대로 그들은 영생을 성취하고 교단은 번성하여 세상을 통치하는 왕국으로 발전하였을까? 그렇게 될 리 만무하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듣기로는 그들 모두 십년도 안 되어 죽음을 맞이하고 그 교단도 해체되었다고 한다.

이런 일화를 소개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참다운 종교는 예언과 기적과 신통을 앞세우지 않는다. 스스로 신이라고 하거나 구세주라고 자칭하는 자는 모두 사이비다. 또한 불교의 입장에서 특히 당부할 것이 있다면 계시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게 하느님이 내렸건 부처님이 내렸건 모든 계시는 중생의 마음이 만든 거짓현상으로 믿을 바가 못 된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454호 / 2018년 9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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