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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정기학-상

기자명 법보

우연히 얻은 노트에 ‘반야심경’
매일 사경하다보니 마음 정화
물질 허망함 아니 정신세계 갈증
자기 완성 발원하며 수행 시작

61, 청정

일체의 모든 존재는 불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인간은 불성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존재이다. 나는 부산 서대신동에서 독서실을 운영하고 있던 중 우연히 아주 두꺼운 노트를 얻게 되었다.

거기에 ‘반야심경’을 하루에 한 번씩 사경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알아서 또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쓴 것이 아니라 그냥 노트가 생겼기에 또 옆에 마침 ‘반야심경’ 책이 있기에 ‘반야심경’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아무 목적 없이 사경을 시작했다. 처음 사경을 시작할 때는 한문을 잘 몰라서 한자 한자 되새겨가며 썼기에 ‘반야심경’ 260자를 다 쓰는데 두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하루하루 거르지 않고 꾸준히 써 나가니 왠지 마음도 편안해지고 해설되어 있는 내용을 보니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어 기분이 참 좋고 마음도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쓰다 보니 어느덧 습관처럼 매일 쓰게 되었고 두 시간 걸리던 것이 15분 정도면 ‘반야심경’을 다 썼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사경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면서 내 마음은 어느덧 정신세계를 갈망하는 수준까지 되었다. 물질세계의 집착과 욕심이 부질없고 허망함이 느껴졌다. 노트를 다 쓰고 나니 5년이 지났다.

그 후로 나에게 희한한 일이 많이 일어났다. 그 중에 하나가 내 마음 밭에 부처의 씨앗이 심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씨앗은 발아하여 싹이 텄다. 그때 나는 내가 부처가 될 수 있나 성인이 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전의 가르침이 마음에 강력하게 와 닿았었다. 그러나 내 꼬락서니를 보니 내가 무슨 부처가 될 수 있을까 하며 나의 수준을 보고 피식 웃었다. ‘부처는 아무나 되나.’ 그리고 내가 지금 하는 일도 있는데 그것을 다 팽개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을 떠나기를 염원한다니 스스로도 ‘미쳤다’라고 하며 어리석은 생각을 자책하였다.

그런데 그 부처의 싹은 마음 밭에서 계속 자랐다. 어느덧 마음 밭을 차지하는 비율이 10%, 20%, 30%에서 계속 자라더니 40%를 넘어서고 51%가 되는 순간 나의 마음은 물질세계에서 정신세계로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물질세계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 후회가 사라지고 오직 깨달음을 위해 수행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사는 이유와 목적은 자기완성이다’라는 것이 마음의 중심에 우뚝 새겨졌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으로부터 6년 전 모든 일을 정리하고 수행을 떠나게 되었다. 마음수련단체를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처음 5년간은 더디게 기초를 닦아 나갔다. 마음수련을 하는 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괴로워서 그 괴로움을 없애고자 오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분들은 대부분 마음이 정화되어 괴로움이 없어지면 이제는 다 되었다, 자신은 여기까지다 하며 마음수련을 그만두었다. 그러나 나는 그 정도에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깨달음이 목적이기 때문에 흔들림이 없었다.

수행을 통해 내가 살아온 모습을 보니 어리석기 그지없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이기심으로 살아온 것이었다. 그것을 아는 순간 정말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으로 나만을 위해 살아 왔으며 그로 인해 참 많은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수행은 나를 알아가고 참회하며 익어가고 있었다.

여러 수행단체를 찾아다니며 느꼈던 것은 어느 수행단체나 장단점이 있고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장점은 배우고 단점은 그냥 스쳐 지나갔다.

사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40대까지만 해도 나는 왜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일까 하며 자책하였다. 그러던 자신이 사경수행이 계기가 되어 정신세계를 탐구 하면서 그 어떤 부담도 걸림도 없이 정신세계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 복 중에 최고의 복이라고 생각했다.

 

[1454호 / 2018년 9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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