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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희생자·후손에 간절히 참회합니다"

기자명 조장희
  • 사회
  • 입력 2018.09.09 18:53
  • 수정 2018.09.10 00:01
  • 호수 1456
  • 댓글 0

조계종, ‘베트남전 희생자 추모재’
양민 희생자 9000여 영가 왕생발원
재한 베트남 이주민 200여명 동참
“불교계 추모의식에 큰 위로·감사”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9월9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한국군에 희생당한 베트남 민간인 약 9000여명을 위한 ‘베트남 전쟁 양민 희생자 추모재’를 봉행했다.

“오늘 자리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에게 희생당한 베트남 양민들을 위한 추모의 자리입니다. 올해는 비무장 민간인 135명을 희생시킨 ‘베트남 하미 양민 학살 사건’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베트남전에서 희생된 영령들과 후손분들에게 참회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자리가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상처의 아픔을 보듬어 베트남과 우리나라가 더욱 가까운 친구의 나라가 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발원합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 스님)사 9월9일 봉행한 ‘베트남 전쟁 양민 희생자 추모재’에서 위원장 혜찬 스님이 참회문을 낭독했다. 참석한 베트남 이주민들을 위해 통역하던 사회자의 목소리에 눈물이 스며들었다. 울컥한 사회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로 퍼지자 객석에 앉아 있던 베트남 이주민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전쟁은 끝났지만 베트남 사람들에게 전쟁의 고통은 진행형이었다.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진행된 추모재는 종단 차원에서는 처음 마련된 행사라 그 의미가 더욱 특별했다. 추모재는 조계종 사회부장 진각, 사회노동위원장 혜찬 스님의 추모사, 베트남 불교협회중앙예식국 부국장 팃픅찌 스님의 인사말, 한국식 추모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진행된 추모재는 종단 차원에서는 처음 마련된 행사라 그 의미가 더욱 특별했다.

팃픅찌 스님은 재한 베트남 불교공동체 원오도량 지도법사 팃정만 스님이 대독한 인사말에서 “한국불교계에서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에 의해 희생당한 양민들을 위로하는 추모재를 봉행하는 것에 감격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에서 많은 불자들과 함께 희생당한 분들은 원망을 버리고 극락왕생하기를, 그 역사를 목격한 분들은 과거의 아픔을 버리고 편안한 생활을 하길 기원한다”며 “부처님의 자비로 아픈 과거를 치유하고 평화롭고 밝은 미래를 위한 실제적인 행동을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지몽 스님의 집전으로 추모의식은 40여분간 지속됐다. 스님들의 간절한 염불소리에 맞춰 베트남 이주민들은 두손을 모아 단정히 합장하고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염불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터져나왔던 울음은 추모의식이 마쳐질 즈음 점차 잦아들었다.

한국에 이주해 온 딸의 초대로 행사에 참석한 응우엔타까이(65)씨는 “가족 중에 베트남 전쟁에 참석해 목숨을 잃은 아픔이 있는데 한국 스님의 참회 말씀을 듣고 깊이 위로받았다”며 “과거의 아픔을 잊기 어렵지만 한국 불교계의 관심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지몽 스님의 집전으로 추모의식은 40여분간 지속됐다.

부산 동아대에서 유학중인 완태록(27)씨도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희생 사건을 접했을 때 타오르는 분노를 느꼈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실망하기도 했다”며 “조계종에서 양민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재를 봉행한 것에 큰 위로를 받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베트남 사람들 중에서는 양민 학살 사건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며 “이번 추모재를 계기로 왜곡된 역사가 바로 잡히고 진실된 역사가 알려져 두 나라가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트남전쟁(1955~1975)에 참전한 한국군은 파병 기간(1964~1973) 4만여 명의 베트남 군인을 사살했다. 특히 맹호부대 청룡부대 등이 9000여 명의 양민을 학살했다고 알려져 양국간에는 보이지 않는 앙금이 자리하고 있다. 현지인들은 ‘한국군 증오비’ 80여개를 세우고 상처를 잊지 않고 있다.

베트남 이주민들은 추모의식을 함께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회부장 진각 스님은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이 스님들의 염불을 듣고 극락왕생하길 발원한다”며 “한국 정부는 이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조사와 희생자 가족·친지·베트남에 대한 배상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계종 사회부장 진각, 사회국장 해공, 사회노동위원장 혜찬, 부위원장 혜문, 시공, 노동위원 대각, 시경, 유엄, 설법연구원장 동출, 원오도량 지도법사 팃정만 스님과 국내 거주 베트남 다문화가족, 유학생, 노동자 등 원오도량 회원 200여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베트남전쟁 양민 희생자추모재에는 200여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1456호 / 2018년 9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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