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승가대 2018년 가을 학기 졸업생들이 학위기(學位記)를 받지 못했다. 총장직 사표를 냈던 성문 스님이 총장 복귀를 선언하며 출근함에 따라, 총장·직무대행 중 누구 명의로 학위기가 나가야 할지를 확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앙승가대 학사 일정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는 방증이다.
성문 스님은 2018년 3월 총장직에 오르며 “현 승가교육의 위기 상황을 인지하고 중앙승가대만의 새로운 체계와 내용을 구축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 약속을 실현시키려면 임기 4년의 시간만으로도 녹록치 않은데 취임 6개월 만인 2018년 8월 스스로 총장직을 내놓고 총무원 총무부장 직을 안았다. 그 이유는 총무부장 직을 단 하루 만에 사퇴하며 전한 일언에서 유추할 수 있다. “종단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었는데 제 역량이 부족한 것 같아 사의를 표명했다.”
조계종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총장과 총무부장 직 모두 ‘종단을 위한 일’이다. 그러나 객관적 무게감은 총장으로 기운다. 총무부장은 총무원 부서간의 소통과 종단 행정의 원활한 수행을 맡는 것이고, 총장은 세간의 정신적 지도자를 육성·배출하는 승가교육을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총장직을 단 몇 개월 만에 내놓을 수 있느냐는 비판이 인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 총장은 6개월 만에 그만 두고 단 며칠 만에 복귀해도 될 만큼의 가벼운 자리는 아니다. 더욱이 2001년 김포학사 시대를 열며 명실상부한 ‘나란다대학’으로 우뚝 설 것임을 천명했던 중앙승가대학 아닌가. 졸업생들에게 학위기도 줄 수 없는 파행을 초래하는 건 승가교육 혁신 원력을 품었던 총장의 행보가 아니라고 본다. 법적 문제는 놔두고라도 직무대행 체제 속에서 학사 일정이라고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적어도 성문 스님이 교육혁신 원력을 다시 펼치고 싶다면 정관이 규정한 이사회의 절차와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1455호 / 2018년 9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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