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불교정치가 필요하다
유능한 불교정치가 필요하다
  • 이성운 교수
  • 승인 2018.09.10 13:06
  • 호수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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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국가권력을 획득해 유지·조정하고 행사하는 기능이나 과정 및 제도라는 사전의 정의는, 정치의 제일의는 권력의 획득이라는 것을 설명해준다. 권력의 획득은 구성원들의 합법적으로 동의하는 선거에 의하거나, 위력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은 바야흐로 정치와 선거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8월29일에는 제36대 총무원장선거를, 9월5일에는 제17대 중앙종회의원선거를 공고했다.

조계종 종헌 54조에 의하면 총무원장은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되는데, 종단을 대표하고 종무행정을 통리하며, 총무원의 임직원과 각 사찰의 주지를 임면하는 등의 막중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 각 교구에서 직선되는 종회의원은 각종 종법의 개정안과 종법안을 제출하는 등 입법과 총무원 등을 견제할 수 있는 불신임안 결의 등 다양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조계종의 17대 종회의원선거는 임기가 다해 이뤄지는 것이지만 총무원장선거는, 종단 역사상 처음으로 전임 원장이 불신임됨으로써 치러지게 되었다. 불신임 이후에도 지난 8월26일에는 종단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은 ‘전국승려대회’와 ‘재가불자결의대회’를 열었고, 이에 맞대응이라고 하듯이 총무원과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참회와 성찰, 종단 안정을 위한 교권수호 결의대회’를 열었다. 어느 한 쪽의 승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총무원장의 불신임되기까지 전개된 일련의 과정은 불교 내외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고 보인다. 조계종단을 개혁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이나 종단 권력의 주류에서 설명하는 방어논리에 대해, 옳음이나 그름을 판단할 만한 능력이나 바른 정보가 필자에게는 없다. 해서 양비론이나 양시론이 아닌, 종단 정화와 종권 획득이라는 양상이 비정상적으로 일어나게 되는 배경을 형성하고 있는 인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예로부터 불가에는 ‘중(?) 벼슬은 닭 벼슬보다 못하다’며 총무원장이나 주지 등의 권력 획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상존한다고 보인다. 종단과 사찰을 대표하고 통리하며 입법과 견제 등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는 불교 정치에 대한 이 같은 견해는 참여 저조로 이어져 불교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수행과 전법의 현장에서 나와 협상과 관리라는 세속의 삶으로 나선 이들에게 수행자로서의 이력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 경향이 적지 않다. 수행도 잘하고 정치도 잘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것은 지나친 이상일 수 있다. 불교 정치가에게는 복잡계의 현실 행정과 정치에 적합한 능력을 요구하는 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셋째, 불교 정치에도 일반사회처럼 국가의 예산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유능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국가의 예산은 문화재 등의 유지보존을 위한 국가사업을 위해서이지, 수행과 전법이라는 종교적 지원을 위한 것이 아니다. 외형적 사찰의 유지보수는 불교발전의 필요조건은 될지 몰라도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불교 정치라는 표현은 아직은 조금 생소하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악간냐 숫타’의 기사는 불교 정치의 원천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의 욕심으로 사회가 혼탁해지자 초원의 왕 ‘크샤트리야’를 선출하고 그에게 대가를 지불한다. 선출된 이가 정의를 베풀어 사람들의 환대를 받는다. 사람들은 그를 ‘라자’(왕, 즐거워하는 자)라고 불렀다. 선거는 통해 지도자를 뽑고 그에게 책임을 믿고 맡기는 정치는 일찍부터 불교에도 수용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수행으로 자신을 잘 닦은 다음 길 잃은 자를 인도하는 과거의 권위적인 지도자에서 나와 다양한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복잡한 행정을 경영할 수 있는 그런 불교 정치가를 기다려본다.

이성운 동방문화대학원대 초빙교수 woochun50@naver.com

 

[1455호 / 2018년 9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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