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판사판(理判事判)

일부 정치수좌들이 민낯

이판사판(理判事判)은 가슴 아픈 불교역사가 담겨있다. 보통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쓰는 용어인데, 조선시대 불교가 그랬다. 유교의 나라 조선은 불교를 철저히 파괴했다. 도성을 비롯해 번화가에 즐비했던 사찰은 부서지고 스님들은 산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척박한 땅을 일궈 절을 짓고 불조의 혜명을 이었다.

함께 출가했지만 어떤 스님은 이판으로 교학과 수행에 전념했고 사판들은 농사짓고 탁발하며 어려운 절 살림을 꾸려갔다. 이판과 사판,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불교는 살아남기 힘들었다. 스님이 된다는 것은 천민이 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이판이건 사판이건 길은 막다른 골목이었다. 조선시대 많은 고승들은 이판과 사판을 구분 없이 겸했다. 그래야 불교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금도 이판과 사판은 존재한다. 이판인 학승과 수좌들은 공부하고, 주지를 비롯해 대중의 생계를 맡은 사판들은 살림을 꾸려 수행을 돕고 있다. 사실 강원을 마쳐야 스님이 될 수 있으니 학승 아닌 스님이 없고, 선방에 방부를 들이지 않은 스님 또한 드무니 수좌 아닌 스님이 없다. 사판의 삶은 쉽지 않다. 대중들의 생계를 짊어져야하기에 법회부터 각종 재를 비롯해 신도상담까지 바지런을 떨어야 한다. 그러면서 틈틈이 수행을 이어가야 한다.

그런데 선원에서 전문적으로 수행만 하는 소위 수좌들이 안거 중간에 뛰쳐나와 툭하면 저잣거리에서 종단을 비방하고 사판들을 모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종단에 선거라도 있으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니 눈 밝은 선지식은 찾아보기 힘들고, 돈 잘 걷고, 성명서 잘 쓰고, 대중을 선동하는 연설실력 출중한 수좌들이 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산속에서 이슬만 먹으며 수행에만 전념하는 청정수행자로 불리기를 바란다. 불자들과 사판스님들이 피와 땀으로 마련한 시줏밥을 먹으면서 고마움도 모르고, 공부 또한 안하면서 종단 비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조계종의 앞날이 갈수록 이판사판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55호 / 2018년 9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