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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역단 지역복지 자광팀 임소영 포교사-상

기자명 임소영

몸 속 병 다스리며 불교인연 맺어 포교사 활동

사경 내용 궁금해 불교대학 입학
야간반 총무 소임 살며 2년 정진
노인복지시설 운영하면서도 수행
포교사로서 전법 9년째 접어들어

64, 천수

그야말로 나를 위해 준비된 날이었다.

알람 소리에 얼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세수를 하고 간단하게 옅은 화장을 하고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남편은 기차역까지 배웅하려고 차에서 대기 중이었다. 예약해 놓은 서울대학병원으로 진료를 가는 날이었다. 귀찮고 힘들지만 이렇게라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그랬는지 기분은 좋은 편이었다.

워낙 군데군데 질환이 많은 몸이다. 6년째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고 있다. 여기저기 4곳에 분포된 종양들이 진행되지 않고 멈춘 상태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불안하기도 했지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병원으로 향했다. 어쩌면 가족력이 있는 질환들이라 늘 긴장이 되곤 한다.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쉬우니,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는 ‘보왕삼매론’ 가르침이 스쳐가는 이유는 뭘까. 이런 저럼 탐심 내려놓으라는 숙명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를 위해 준비된 불연이 완벽하게 다가왔으리라.

친구가 ‘사경’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뭔지도 몰랐다. 집 근처 절에서 배운다고 해서 가봤다. 어렵고 힘들어서 잘 안 됐다. 하지만 시각적으로 너무 좋아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럼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고, 얼마 안 가서 사경을 이끌던 회장도 바뀌었다.

사경을 권선한 친구와 가끔 팔공산 갓바위도 함께 가고 사찰 참배도 다녔다. 그러나 그냥 의미 없이 왔다갔다했던 터라 불교대학이 있다는 사실 조차 몰랐다. 사경하는 내용을 알아야했으며 절에 가도 아무것도 모르니 배워야 했다. 어느 사찰에서 운영하는 불교대학에 입학했지만, 낯설어서인지 적응이 어려웠다. 마음 다잡고 다시 입학한 불교대학에서는 강의 열심히 듣고 모든 생활의 초점을 불교대학에 맞춰서 살았다. 부처님 공부를 해보니 가슴에 와 닿고 현실적인 가르침이었을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그동안 살아온 날들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2년 동안 결석 한 번 안했다. 버스를 타고 1시간을 가야 도착하는 불교대학을 선택해 다니면서 입학생 200명과 수업을 듣는 야간반 총무를 2년 동안 도맡았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항상 오후 11시가 넘었다. 막차가 끊겨 도반이 집까지 태워주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남편은 “가까운 곳도 많은데 왜 먼 곳을 다니냐”며 안쓰러워했다.

졸업하고 포교사고시에 응시해 합격해서 연수받고 품수 받았다. 15기 포교사. 벌써 8년이 지났지만, 포교사 품수를 받던 그해의 초발심은 누구보다 강했다. 밤잠 안자며 사경하고 정초 등 때마다 기도에 입재하고 정성을 다해 정진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해 5월 어린이집에 취직했다. 이주다문화 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집을 운영해보고 싶어서다. 원장은 어린이집 20년 운영 경력이 있었다. 마음에 품고 있던 목표를 꺼내자, 원장은 노인복지시설을 권하며 노인복지시설 관련 정보를 알려줬다. 생각해보니 시부모님이 계시고 남편이 장남이어서 모시는 게 우리 몫이기도 했다. 그 인연으로 조그마하게나마 노인복지시설을 시작하게 되는 시절인연을 맺게 됐다.

생소하고 힘든 과정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바쁜 일상이었지만 그래도 부처님 가르침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밤에는 어르신들 돌보면서 짬이 날 때마다 열심히 사경했다. 부처님 말씀에 의지하고 힘을 얻어 노인복지시설을 이끌어 나갔다. 관련 업무를 공부하고 듣고 배우느라 정신없이 수년이 지나갔다. 그 과정 속에서도 포교사로서 부처님 법을 전하는 일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일단 주어진 역할은 열심히 수행하며 지냈다. 그렇게 9년째로 접어들었다.

amita0219@hanmail.net

 

[1455호 / 2018년 9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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