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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수행의 계위와 깨달음

4과(四果), 열반 성취하기 위한 수행목표로 제시

초기경전이나 율장에서는
며칠 만에 아라한과 증득
교학과 수행이 체계화되며
수행의 단계 4가지로 확립

초기불교가 제시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깨달음을 통한 완전한 행복 즉 열반을 성취하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이때 깨달음이란 과연 무엇인가? 사실 붓다의 궁극적인 깨달음의 내용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여러 이견이 있다. 하지만 초기경전이나 율장 등의 기술들을 고려하면 붓다의 깨달음은 4성제나 12연기 등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붓다의 깨달음은 연기법이나 연기의 도리로 이해된다. 요컨대 연기의 도리라는 깨달음의 내용 그 자체는 교설이나 교리로 확립되기 이전에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제시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컨대 ‘상윳따니카야’에서 붓다는 왁깔리 존자에게 다음과 같이 ‘법을 보는 자는 나[붓다]를 보고, 나[붓다]를 보는 자는 법을 본다”고 설했다. 왁깔리 존자는 붓다의 설법을 듣고 곧바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점에서 붓다의 궁극적인 깨달음은 연기의 이치나 도리로 이해된다. 결국 초기불교에서 ‘맛지마니카야’의 ‘연기(緣起)를 보는 자는 법(法)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는 표현은 연기법이 교설의 형태로 확립되기 이전에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제시된 연기의 도리로서 붓다의 깨달음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초기경전이나 율장을 살펴보면 붓다에게 가르침을 들은 제자들은 곧바로 아라한이 되거나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아라한을 증득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즉 ‘붓다의 최초의 제자인 다섯 비구들은 불교에 귀의한 지 5일 만에 아라한이 되었고, 수자따는 여행 도중에 붓다의 법문을 듣고 곧바로 아라한이 되었으며, 밧다 장로는 일곱 살에 아라한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이 초기불교에서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재가자나 승려의 엄격한 차별 없이 아라한이 된 것으로 설명된다. 이는 초기불교에서 깨달음이나 아라한을 성취하는 길이나 그 경지가 아비달마불교 등에서 설명하는 방식과는 상당히 달랐음을 시사한다.

여러 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수행의 과정이 초기부터 단계적으로 체계화된 것은 아니다. 초기불교의 중후기에 교학이나 수행과정이 점차로 체계화되면서, 수행단계는 다음과 같이 4단계로 확립된다. 즉 초기불교에서 궁극적인 깨달음이나 열반을 성취하기 위한 수행의 목표로서 제시된 4과(四果)는 ①예류과(預流果) ②일래과(一來果) ③불환과(不還果) ④아라한과(阿羅漢果) 등이다.

①예류과(預流果, sotāpanna)는 성자의 흐름에 들어간 단계로 수다원(須陀洹)으로 불리고 ②일래과(一來果, sakadāgāmin)는 한 번만 욕망의 미혹한 세계(욕계)로 돌아온 후 해탈을 얻는 단계로 사다함(斯陀含)으로 불린다. 나아가 ③불환과(不還果, anāgamin)로서 다시 미혹한 세계(욕계)에 태어나지 않는 단계로 아나함(阿那含)으로 불리고 ④아라한과(阿羅漢果, arahant)는 최고의 해탈을 완성한 단계로 설명된다.

아비달마불교에서는 ①예류과에서 ③불환과까지는 배워야 할 것이 있기에 ‘유학(有學)의 단계’로 보며 마지막 ④아라한은 모든 수행을 완전히 실천하여 모든 번뇌를 여의고 해탈열반을 성취하여 배워야 할 어떠한 것도 없는 상태이기에 ‘무학(無學)의 단계’로 구분한다. 이러한 4단계의 수행과정은 과(果)를 향해 수행해 가는 단계(向)와 거기에 도달한 경지(果)로 나누어 모두 8단계로 설명하기도 한다. 즉 이것을 4향4과(四向四果) 혹은 4쌍8배(四雙八輩)로도 부른다.

결국 4향4과는 3계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데 ①예류과는 성자의 흐름에 막 들어가는 지위라는 뜻으로 7회 정도를 천상과 인간계에 태어난 후 열반(涅槃)을 얻고 ②일래과는 한번만 욕계의 인간계에 태어나면 해탈하며 ③불환과는 욕계에는 다시 태어나지 않고, 색계나 무색계의 천상에서 열반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고의 ④아라한과는 인간이나 천상의 공양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는 의미이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55호 / 2018년 9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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