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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법시대와 참회

지금은 말법시대다. 말법에 대한 의식은 6세기 중국의 혜사(慧思)에 의해 종교적 자각과 더불어 내면화되었다. 그는 악한 비구의 박해를 겪고 나서 그것을 말법시대에 들어선 교단의 타락으로 간주했다. ‘입서원문’에서 금자의 ‘반야경’을 서사하고, 미륵불 시대에 태어날 것을 발원하고 있다. 길장(吉蔵), 선도(善導), 신행(信行) 등의 조사들에 의해 그 인식은 깊어져 간다. 비장방(費長房)은 ‘역대삼보기’에서 불멸의 시기를 6종류로 종합하고, 자신은 주(周)나라 광왕(匡王) 4년설(서기전 712년)을 택하고 있다. 이는 주나라 목왕(穆王) 53년설(서기전 949년)과 함께 동아시아에서는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정상말 삼시의 어원을 교행증과 결합시킨 조사는 7세기 법상종의 조사 기(基)였다. 그는 ‘대승법원의림장’에서 교법과 수행과 각증을 대비시켜 정법기에는 이 세 가지가 구비하지만, 상법기에는 각증이 없고, 말법기에는 수행마저 없다고 보았다. 중국에서 정토교와 삼계교가 태어난 것은 이 말법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말법시대에는 번뇌 치성한 인간의 근기가 낮아져 도저히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고 보았다. 정토교는 아미타불의 서원에 의지하여 다음 생에 극락정토에 가는 것을, 삼계교는 바른 모든 법과 모든 가르침을 받들 것을 주장했다.

정상말의 시간적 배분은 경전이나 조사들마다 다르다. 정법과 상법은 500년, 1000년으로 설정하고 말법은 만년에 해당한다. 최대 기간인 정법 1000년, 상법 1000년으로 쳐도 지금은 말법시대에 들어 있다. 그렇다면 말법기에는 어떠한 현상이 벌어질 것인가. 알려진 것처럼 ‘대집경’ 의 5견고(堅固)설에서는 부처님 스스로 당신이 멸한 후 500년을 차례대로 해탈, 선정, 독송・다문, 탑사 조성, 투쟁이 견고해질 것으로 본다. 앞의 2000년을 보내고 마지막 투쟁견고에 대해서는 싸움으로 인해 순백 청정한 법을 뜻하는 백법(白法)이 은멸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비록 승려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스스로 가사를 입었다고 하지만, 금계를 훼손하며 여법하지 않은 가짜 이름으로 행세한다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예언이 정확할까. 이 시대야말로 말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자본주의의 몸짓불리기를 따라서 큰 절, 큰 탑, 큰 불상을 짓기에 여념이 없다. 석가모니불 당시의 혁명적인 정신은 어디가고, 중생구제가 목표인 사찰들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자 이를 지키기에만 급급한 스님들은 국가공무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거짓말, 성추행, 갑질 등 개인적인 도덕의 타락은 이제 더 이상 언급할 가치도 없다. 경전에서는 탐진치 3독심을 넘어서지 못하면 참된 수행자가 될 수 없음을 누누이 설파하고 있다. 그런데 파벌로 나뉘어 말은커녕 폭력이 난무하며, 산내의 법정은 고사하고 산외인 국가의 법정으로까지 달려가고 있다. 정녕 오탁악세의 말법시대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말법은 선사시대 이래 약육강식의 세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이러한 야만의 세계를 정화시키기 위해 나온 소중한 불법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교단이 인간에 의해 오염되는 것을 말한다.

처방은 한 가지다. 모두가 참회하는 일이다. 정토교에서 말하듯이 말법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죄악 심중한 범부다. 선도는 ‘왕생예찬’에서 말법의 중생을 위해 삼품의 참회를 설한다. 하품참회는 전신이 뜨겁고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 중품참회는 전신이 뜨겁고 모공에서 땀이 나며,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는 것, 그리고 상품참회는 온몸의 모공에서 피를 흘리며, 눈에서도 피눈물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 일찍이 도선(道宣)이 ‘사분율행사초’에서 승려들에 대해 “내심은 불법을 믿지 않으며, 교리의 지식도 없고, 승려로서의 절도도 완전히 결하고 있으며, 불상이나 경전에 대해서도 공경하는 마음도 없다”고 하며, “속인들로부터도 경멸되고, 정법을 훼손하고 있다”고 꾸짖은 것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어떤 참회를 해야 석씨 문중을 연 석가모니부처님께 부끄럽지 않을까.

원영상 원광대 정역원 연구교수 wonyosa@naver.com

 

[1456호 / 2018년 9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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