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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해야 할 일

기자명 성원 스님

좋고 잘하고 해야할 일 찾기 어려워
합창단 활동은 3가지 모두 실현
신제주불교대학 어린이 합창단
세상 모든 어린이에 행복 선사하길

대학을 막 졸업할 무렵 친구들과 함께 적성검사를 해봤다.

당시 취업률은 180% 넘었으니 무엇을 할 것인가 망설이거나 취업문 앞에서 초조해서가 아니었다.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니 일할 사람이 늘 부족했다. 대학졸업을 앞둔 2학기가 시작하자마자 대부분 취업을 확정짓고 또다른 기업에 응모해 이중 합격하는 일도 있었다.

자신을 바로 아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적성검사의 결과에 매우 놀랐다. 상담교수님이 사회봉사분야의 직업을 가져보라 권했다. 당시 너무나 생소한 말이어서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라 했다. 즉석에서 ‘저는 그런 일 안합니다. 나를 위한 일을 할 겁니다’라고 반박하자 웃으면서 모든 분야에 적성이 나타난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냥 하고 싶은 일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일을 하면 되겠다고 했다. 졸업 후 종교도 바뀌었고 출가의 길을 한참 걸어와서 되돌아보니 그때 적성검사가 엉터리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지난 일요일 신제주불교대학에 보리수어린이합창단을 창단했다. 지난 여름휴가 때 전국의 사찰을 참배하면서 신도들의 고령화를 직면하고 곧바로 모집광고를 하며 늦더위와 싸웠다. 법당하나로 강의실을 겸하는 대학 사정에도 불구하고 전단을 뿌리며 홍보해 41명의 단원을 모았다. 창단식에는 10년 전 약천사 주지로 있을 때 창단한 리틀붓다어린이합창단원 모두가 와서 신입단원을 위해 축가를 불렀다.

합창단 활동에 열의를 가지니 사람들이 노래를 좋아하느냐고 자주 묻는다.

살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있고, 잘하는 일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일생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고, 잘하는 일을 마음껏 하는 사람의 인생은 빛날 것이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은 진정 세상의 빛이 된다고 믿는다.

합창단은 내게 3가지를 모두 실현해준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을 좋아하고, 기획하고 준비하는 일에는 소질이 있고, 무엇보다 어린이 포교는 불가에 인생을 던진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절체절명의 소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어린아이들에게 붓다의 자비사상을 전하며 노래를 통해 아름다운 어린 시절의 감성을 일깨워 주는 일은 모든 것에 앞서 우리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하는 일 전체가 좋아하고, 잘하고, 해야 할 소명이 부여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하는 일을 잘 분석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과 잘하는 부분, 힘들지만 해야 할 일을 찾아 즐기며 힘쓰는 것이야말로 진정 우리가 살아가는 소명이라 생각한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급여까지 받는 행운을 가지기란 정말 쉽지 않다. 한 달 내내 힘들고 어렵지만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와 피곤의 보상이 급여일 것이다. 좋아하는 영화를 관람하듯이 즐겁기만 하면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터는 세상 어디에도 없고 그런 복을 지은 사람 어디 있으랴!

생각해보면 난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좋아서 출가했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수 있고, 나의 불교적 신념에 젖어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소명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니 말이다.
 

성원 스님

이제 또다시 시작하는 어린이합창단 활동이 서귀포에 이어서 그 열기가 이곳 신제주에도 거침없이 타올라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행복을 선사할 수 있기만을 모두 함께 발원하고 기도하면 좋겠다.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456호 / 2018년 9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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