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갯벌은 갯벌이어야 한다
113. 갯벌은 갯벌이어야 한다
  • 최원형
  • 승인 2018.09.18 09:39
  • 호수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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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명으로 한 걸음 내딛는 중국의 행보

들고나는 물흐름 살아있어야 갯벌
다양한 저서생물·새·사람 삶 품어
탄소 흡수해 기후변화 저감 기여
갯벌 간척에 철새 생사 달려있어

지난 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화성갯벌에 다녀왔다. 마침 여름 철새인 저어새며 붉은 어깨도요 등 다양한 도요물떼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썰물 때 바닥이 드러나는 곳을 갯벌이라고 하는데 진흙 혹은 모래가 퇴적되어 형성된 땅이다. 그런데 이런 설명으로는 갯벌을 매우 협소하게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땅이라 하면 그저 흙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을 품고 기르듯이 갯벌 또한 다양한 생명을 품고 기른다. 갯벌에는 농게, 망둥어, 맛조개, 칠면초, 퉁퉁마디 등 다양한 저서생물들이 산다. 오고가는 새들을 품고 갯벌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삶을 품어준다. 육지에서 흘러들어간 물을 갯벌이 깨끗하게 걸러주니 갯벌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이들마저 품어주는 셈이다. 넓은 갯벌은 해일로부터 완충지대 역할을 하며 연안지역을 안전하게 지켜준다. 이런 갯벌이 오래도록 생명을 품고 기르고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갯벌이 갯벌일 때다. 갯벌이 갯벌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들락거리는 물의 흐름이 살아있어야 한다.

한때 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새만금’은 당시에 드넓은 갯벌을 간척해서 새로운 김제, 만경 평야를 꿈꾸었다. 멀쩡하던 갯벌에다 세계 최장 방조제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주다치 방조제보다 1.4km 더 긴 방조제로 물을 막고 간척을 했다. 크기는 서울시 면적의 2/3로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이른다. 새만금 간척으로 전라북도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의 지도가 바뀌었다. 방조제 건설은 물의 흐름을 끊었고 간척은 그곳에 살고 있는 무수한 생명들의 삶을 끝장냈다. 기실 얼마나 많은 생명이 그곳에 살아있었는지 짐작조차 못한다. 다만 텅 빈 어선과 피폐해진 주변의 삶이 대변해줄 뿐이다.

중국과 우리나라 서해안이 공유하고 있는 황해연안은 지난 50년 동안 약 66%의 갯벌이 사라졌으며 특히 한국의 갯벌은 50~70%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갯벌 매립에 대한 계획이 서해안 곳곳에 있다. 농지를 만든다는 명분하에 간척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논농사 밭농사를 짓던 농지는 아파트, 공장 등을 건설하면서 용도가 뒤바뀌고 있다. 조삼모사가 떠오르는 건 왤까?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고 나서 호주에 서식하던 철새 개체수가 확연하게 줄었다는 조사결과는 적잖이 충격이었다. 세계적으로 새들의 이동경로는 크게 아홉 개인데 그 가운데 호주에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를 오가는 동아시아-대양주 이동철새들의 경로에서 서해안 갯벌은 새들이 먹이를 조달하는 중요 지점이다. 최근 연구조사에 따르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를 오가는 대부분의 도요물떼새들의 종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다. 어떤 종들은 매년 9~24%까지 감소하는 중이라 한다. 특히 붉은어깨도요나 큰뒷부리도요처럼 황해에서의 서식의존도가 높은 종이 파격적으로 감소하면서 황해의 환경변화가 개체군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갯벌이 사라지니 새들도 사라진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극심해지면서 갯벌의 가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비율은 숲과 맞먹을 정도로 상당하다. 특히 연안에 서식하는 식물과 퇴적물을 포함한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블루카본이라 하는데 기후변화 저감에 갯벌이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연안도시들의 침수 피해가 잇따르면서 갯벌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침수된 지역은 간척으로 만들어진 땅 위에 건설된 도시였다. 비단 갯벌을 인간의 입장에서 가치평가만 해봐도 이렇다. 거기에다 새들의 밥상이기까지 한 갯벌이다.

여전히 갯벌 간척이 경제에 이롭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갯벌에 가서 새들을 한번 만나보길 권한다. 저어새의 쉼 없는 먹이활동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그 곳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새들의 날갯짓을 보길 권한다. 그리고 가녀린 새들이 몇 천 킬로미터를 잠도 자지 않고 먹지도 않은 채 도착한 서해안에 갯벌이 사라졌다는 상상을 해보길 권한다. 굳이 안 해도 우리 삶에 큰 지장이 없는 갯벌 간척이 철새에겐 생사가 달린 일이다. 가장 늦게 지구에 나타나서 수많은 여타 생명들의 삶터를 함부로 변경하고 망가뜨릴 권리가 우리에겐 없다. 조화와 균형이 깨진 자연의 부메랑은 결국 그 부메랑의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중국은 연안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중국 내 모든 간척을 중단하고 연안습지를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생태문명으로 한 걸음 내딛는 중국의 행보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갯벌은 갯벌이어야 하고 물은 자연스레 흘러야 한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56호 / 2018년 9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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