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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김득신의 ‘포대흠신도(布袋欠伸圖)’

기자명 김영욱

진정한 행복은 자유에서 비롯된다

자유란 무엇에 얽매이지 않은 것
순수한 마음 잡념없이 마주할 때
행복이라는 도에 다다르게 될 것

김득신 作 ‘포대흠신도’, 조선 후기, 종이에 먹과 엷은 채색, 22.8×27.3㎝, 간송미술관.
김득신 作 ‘포대흠신도’, 조선 후기, 종이에 먹과 엷은 채색, 22.8×27.3㎝, 간송미술관.

去來無非道(거래무비도)
執放都是禪(집방도시선)
春風芳草岸(춘풍방초안)
伸脚打閒眠(신각타한면)

‘가고 옴에 도가 아님이 없고 잡고 놓음이 모두 선이구나. 봄바람에 향기로운 풀 언덕에서 다리 쭉 뻗어 한가로이 낮잠 자네.’ 치익(致益, 1862~1942)의 ‘홀로 읊다(自吟)’.

참 달고 맛있는 낮잠이었나 보다. 따사로운 봄볕 내리쬐는 어느 날, 낮잠 즐긴 포대화상이 기지개를 켠다. 낮잠의 행복만큼 팔은 쫙 늘어지고 다리는 쭉 뻗어있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 듯 크게 입 벌린 하품은 마냥 통쾌하기만 하다. 절로 따라서 하품하고 싶지 않은가. 소나무 그늘에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유쾌하고 시원한 김득신(金得臣, 1754~1822)의 ‘포대흠신도’이다.

포대화상은 천하를 주유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고 갔다. 길을 걷다가 잠이 오면 땅을 자리 삼고 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했다. 넉넉한 공양을 받으면 부족한 이에게 전하고, 부족한 공양이더라도 전혀 없는 이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에게 가고 오는 모든 것이 도이고, 소유와 무소유가 모두 선이다. 그는 정신과 물질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행복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자유에서 비롯된다. 자유란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것이다. 어느 동자승이 스승에게 해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스승이 “누가 너를 옭아매고 있느냐, 누가 너를 일찍이 묶어 놓았느냐?”라고 답했다. 어린 승려는 자유에 의문을 품은 자신에 묶여 있었다. 이 선문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행복을 옭아매고 있는 중생의 어리석음을 묻고 있다.

사람은 본래 자유로운 존재이다. 다만 자기 생각으로 자신을 묶고 되려 자유를 갈망한다. 동자승이 ‘불법’이 무엇인지 묻자, 스승이 ‘자유’라고 답했다. 대답을 들은 동자승이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스승이 “잠이 오면 잠을 자고 잠을 깨면 기지개를 켜고, 더우면 옷을 벗고 추우면 옷을 입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에 어린 승려가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되묻자, 스승이 웃으며 답했다. “있고말고! 중생은 자리에 누워 잠들지 않고 만 가지 생각을 떠올리고, 옷을 입을 때도 어떤 옷을 입을지 오랜 시간을 허비하며 고르지 않더냐?”

행복을 얻는 길은 단순하다. 굳이 방법을 묻지 말고 방향을 찾지 않아도 된다. 행동에 의미를 부여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이 원하는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뿐이다.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잡념 없이 마주했을 때 행복이라는 도와 선에 이른다.

그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포대화상이 잠자리의 편안과 불편을 분별했던가, 주고받는 공양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던가. 행복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무엇인지 아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영욱 한국전통문화대 강사 zodiacknight@hanmail.net

 

[1456호 / 2018년 9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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