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과 비구니스님
82년생 김지영과 비구니스님
  • 이재형 국장
  • 승인 2018.09.27 09:32
  • 호수 145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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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 남녀 모두 차별받는다고 인식
승단 내 ‘82년생 김지영’ 비일비재
비구니스님도 이젠 목소리 높여야

2016년 출간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를 표현한 소설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겪게 되는 차별은 주인공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내내 이어진다. 성인이 되어서도 차별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학과 회사에서의 성희롱을 비롯해 육아를 홀로 감당하면서도 ‘맘충’으로 비난받는 김지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고단한 삶을 보여준다. 출간 후 이 책은 20~3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공감을 얻어내며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최근 이 소설의 영화화와 주연배우가 확정되면서 인터넷상에서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영화화를 지지하는 이들과 반발하는 측이 거센 댓글 공방을 펼치는가 하면 영화화 반대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어떤 이는 네이버 해당 영화게시판에 ‘82년생 김철수’라는 제목으로 현대사회의 남성이 겪는 역차별에 관한 내용을 게재했다. 이 글은 불과 며칠 새 조회수가 2만명을 넘어섰고 수백 명의 남성들이 깊은 공감을 표명하는 댓글을 남겼다.

이 같은 현상은 현대사회에서 여성은 여성대로, 남성은 남성대로 불평등을 체감하는 온도차가 확연히 다름을 보여준다. 촬영조차 시작하지 않은 영화를 두고 남녀의 인식 차이가 성대결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종교계는 남녀 중 누가 불평등하냐는 논란이 무색한 곳이다. “남자라는 성별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펙”이라는 고 노회찬 의원의 지적이 종교계보다 더 적절한 곳은 찾기 어렵다. 종교와 관련된 숱한 제도, 문화, 관습에서 혹독한 여성차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불교도 마찬가지다. 여성으로 태어나 출가했기에 받아야 하는 차별은 일생을 따라 다닌다.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대다수 비구니스님들은 신심 하나로 살아가는 일꾼에 가까웠다. 경전을 배울 곳이 마땅히 없었고 배움에 뜻을 세웠더라도 온갖 냉대와 괄시를 견뎌야 했다. 혹시나 벌어질 성추행이나 성폭행에 떨어야 했고, 행여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있으면 고스란히 비구니스님에게 책임이 전가됐다. 근래에도 비구스님들이 ‘팔경법’을 내세워 비구니스님들을 무시하는 일이 태반이었고, 비구니는 비구보다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는 글을 썼다가 비구강원 스님들이 단체로 몰려와 압박하는 사건도 있었다.

94년 종단개혁 당시 비구니스님들의 역할은 컸다. 외부에 비구들의 종권 다툼으로 비춰지지 않은 것도 비구니스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후 비구니 위상이 높아졌다지만 제도는 비구니차별의 오랜 관행을 제도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종정을 비롯해 방장, 원로의원,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호계위원, 법규위원, 교구본사주지 등 주요직책을 모두 비구가 맡는 것으로 명문화했다. 개혁과정 중에 종회의원 80석 중 20석을 비구니 몫으로 약속했으나 이마저 10석으로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다. 교구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산중총회에 비구스님은 법랍 10년 이상이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지만 비구니스님은 말사 주지로 한정하고 있다. 평생 해당 교구에 머물렀더라도 말사 주지를 맡지 못하면 발언권조차 주어지지 않는 셈이다.

고질적인 차별은 조계종 36대 총무원장 선거인단에서 또다시 확인됐다. 전체 318명의 선거인단에서 비구니는 10%(32명)에 불과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 대통령과 총리들이 활약하는 시대에 ‘82년생 김지영’보다 더 노골적인 차별을 감수해야 하는 여성출가자의 길을 누가 선뜻 택하겠는가.
 

이재형 국장

이번 총무원장 후보스님들은 비구니특별교구 설립 등 비구니스님들의 위상 강화를 약속했다. 차별과 부조리를 해소하지 못하고 ‘신뢰받는 불교’는 요원하다. 한국불교는 여성차별이라는 역주행을 멈춰야 한다. 비구니스님들도 이제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으며 권리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mitra@beopbo.com

 

[1457호 / 2018년 9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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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거사 2018-10-08 22:24:31
이제까지 무자비하게 기득권(인격적 대우포함)을 누려온 어줍잖은 비구큰스님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걸까??
그옛날 단체로 벌떼같이 비구니 스님께 찾아가 감히(?)불교의 평등성을 언급한
중대한 죄(?)로
기세등등 겁박했던 決起들은 어디메 던져버리고 이리도 조신하단 말인가??
某대종사 큰스님은 비구니와 같은 條數의 가사를 受할수 없다고 사부대중앞에 獅子吼를
吐하셨던 메아리는 아직도 여운이 되어 사라질줄 모르고..
이외에 수많은 세월 비인격적 대우와 수모를 감내하며 인욕한 비구니스님들이
관세음보살의 화현이런가??
曹溪宗號는 4차산업이 도래하는 멀지않은 미래를 조선시대 남존여비의 가부장적 낡은사고로
어떻게 맞이할는지 심히 염려스러울 뿐이다
최소한 비구스님들께 바라는건 이시대에 불자됨이 부끄럽지 않기만을....

불자의 희망은 2018-10-07 20:33:50
비구들의 비구니에대한 제도적 차별로인해 종권을 장악함으로 비구니들이 비구들에게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 불평등한 관계를 만들고 어떤부분은 결국 이부승가가
알게 모르게 재가자들에게 비난받는 결과를만들었다
진실로 조계종이 세상의 비난 대상이 아닌 그들의 의지처로 거듭날려면 종종 벌어지는
비구들의 개인적일탈과 함께 비불교적이고 불평등한 제도적문제들을 이제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드러내어 반성 개혁하는 길만이 한국불교를 회생시킬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 될것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이제까지 어슬프게 움켜 잡았고 독점했던 밥그릇을 이제
과감하게 내려놓길 기대한다
그리고 오랜세월 불교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기득권을 놓지않았던 비구승가의 다양하고
솔직한 고백들을 공론의장에서 풀어내고 변화의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비구승가의 모순 2018-10-05 00:15:12
바깥에서 대접받지 못한것에대한 결핍도 있고 자존감도 약한이들(남성 출가자중)이 출가하면서
잠재된 열등의식을 상대(여성 출가자)에 대한 무시로 나타나는경우들을 종종 목격할땐
차라리 출가하지 않았더라면 불교를 욕먹이고 스스로 악업을 쌓는일은 만들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팔경계를 들먹이고 싶거든 비구 250계는 고사하고 최소한 십선계라도 지키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만약 부처님께서 친히 팔경계를 제정하셨다면 비구니를 차별무시하라고 제정하셨을까?
불성과 인간에대한 절대평등을 선언하신 부처님 제자로서 더이상 부끄러운 비불교적 행태들을
회광반조하며 한국불교를 나락으로 몰고가는 행위들을 대중공의에서 심도깊게 다루었으면한다

다르마의 향기 2018-10-03 20:57:09
세간의 논리보다 뛰어난 사상과 이치의 종교인 한국불교가 잘못된 마인드와 가부장적 관습을
고집하는비구들에 의해 가장 후진적인 종교로 세상에 비춰지고 있는판국에
조계종에서 불자의 감소를 운운하는건 한심스럽기 조차하다
어느누가 후진적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집단과 종교에 의지하고 싶을까??
비난받는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목에 힘이나 주는 행태들은 못나고 못난 모습일
뿐이다 이로인한 비구니스님들의 좌절은 말할것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