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사로 출가하고 5년 만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식의 생사조차 알 길 없었던 어머니에겐 불효막심한 아들이었지요. 그런데 어머니의 첫마디가 너무도 뜻밖이었습니다. ‘그래, 잘 지냈니?’ 소식이 끊긴 후 이 어미는 너를 가슴에 묻고 살았다. 매일 너를 위해 기도했단다. 살아 있으니 다행이다.”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큰 포부를 안고 베트남에서 사업을 벌였으나 2년여 뒤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고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실패의 뒤 끝에 찾아온 거센 후폭풍에 좌절과 절망이 따랐고 살아갈 힘도 잃었다. 그때 운명처럼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1만 배 절을 하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은 후 30대 중반 늦깍이로 출가했다. 그렇게 5년 만에 속가 어머니에게 살아있음을 알리기까지 출가자로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가늠하며 치열하게 살았다.
그렇게 얻은 답은 “출가자는 평생 부처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못하면 출가의 의미가 없습니다. 성불하기 위해선 머무는 자리마다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저는 주인이 되지 못했습니다. 수처작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중생을 제도하고 성불할 수 있겠습니까만, 그럴수록 온전한 나를 찾기 위해 더 멀고 먼 고행의 길을 저는 걸어가야만 합니다”라고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는 제민 스님이 생의 깊은 나락에서 수행자로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젊은 날 방황과 출가, 그 후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그대에게 가는 오직 한길’은 살다가 가끔씩 넘어지는 게 인생이지만, 넘어진 자리에서 그 땅을 짚고 일어나 다시 나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온몸으로 체득한 스님이 전하는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인간적인 한 수행자의 출가와 구도의 기록을 담은 책에서 스님은 “내가 아프면 누가 대신 앓아주나요? 내가 배고프면 누가 대신 밥을 먹어주나요?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라며 자신의 이야기에 부처님 가르침을 얹어 삶을 이야기 한다.
출가 이후 계룡산 등운암, 부여 무량사, 강화 적석사 등을 거치며 수행자의 길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고, 고행일지라도 기꺼이 감내하면서 부처님에게로 가는 오직 한 길을 기쁘게 걷고자 애쓰는 스님 이야기에서 온전한 행복에 이르는 삶의 길을 되짚어 볼 수 있다. 1만4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57호 / 2018년 9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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