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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팔번뇌(百八煩惱)

모감주나무에 담긴 희망

`남북정상이 평양서 만났다. 두 정상은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전쟁 없는 한반도를 약속했다. 사실상의 불가침조약으로 평화의 문을 활짝 연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숙소인 평양 백화원 앞 정원에 나무를 심었다. 남한에서 들고 간 모감주나무였다. 나무 말은 ‘번영’으로 남북의 화해와 통일, 번영을 염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모감주나무는 염주나무라고도 부른다. 문 대통령이 모감주나무를 북으로 가져간 것은 염주를 헤아리는 마음으로 남북의 화해와 상생의 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모감주나무는 불자들에게 각별하다. 과거에는 묘각주나무로 불렀는데 묘각(妙覺)은 보살 52위의 마지막 단계로 완전한 깨달음인 구경각을 말한다. 그리고 주(珠)는 구슬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모감주나무의 뜻은 ‘완전한 깨달음의 구슬’이라는 의미다. 염주를 만드는 나무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모감주나무를 귀하게 여겼다. 이름에 담긴 의미뿐 아니라 나무 또한 귀해 큰스님들의 염주에 주로 사용됐다. 씨앗까지도 금강자(金剛子)라 해서 깨지지 않는 불퇴전의 수행력을 상징했으니 불교나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염주는 수행에 있어 중요한 도구다. 번뇌가 일 때마다 염주를 돌리며 심신을 고요히 가라앉힌다. 염주알은 보통 108개가 일반적이다. 이는 108가지의 번뇌를 소멸시킨다는 뜻이다. 감각기관과 인식작용, 좋고 나쁘고 평범함, 그리고 과거현재미래 삼세를 곱하면 108개 번뇌가 된다.

문 대통령이 수많은 나무 중에서 이름도 생소한 모감주나무를 심은 것은 우리민족을 둘러싼 모든 번뇌와 근심을 털어버리고자 하는 염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간절히 기원해본다. 모감주나무가 평양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열매가 무성하게 열려 그 열매들을 꿰어 염주 만드는 날,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모순들이 한꺼번에 소멸되기를, 그래서 반드시 번영된 미래를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기를 기도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57호 / 2018년 9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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