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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출신 장허 스님의 꿈

  • 기자칼럼
  • 입력 2018.09.27 10:48
  • 수정 2018.09.28 13:17
  • 호수 1457
  • 댓글 0

귀화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조계종 장허 스님은 미얀마 출신이다. 15세 때 미얀마에서 출가해 5년 뒤 백양사로 다시 출가했다. 지금은 입적한 강릉 성원사 회주 주경 스님이 상좌부불교 국가를 순례하며 외국인 사미를 선발했던 것이 한국에 온 계기가 됐다. 이후 스님은 한국불교의 전통을 따라 수행과 포교에 매진했다. 그러던 중 미얀마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한국불교가 미쳐 관심을 가지지 못한 사이 기독교인들은 불교국가 출신의 이들을 개종시키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미얀마 출신의 이주민을 위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2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종교비자가 활동의 걸림돌이었다. 자칫 연장시기를 놓치면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위험이 상존했다. 안정적 활동을 위해선 한국국적을 취득해야 했다.

한국국적 취득에 필요한 조건들을 하나씩 충족해갔다. 그러나 한 가지가 발목을 잡았다. 귀화할 경우 생계를 유지할 능력을 증빙해야 하는 데 자산이 6000만원 이상이거나, 소득이 국민평균소득인 34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스님은 사유재산을 금지하는 조계종으로 출가해 10년을 살았기에 자산을 증빙하긴 어려웠다.

장허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에 도움을 요청했고, 총무원으로부터 신분을 보증한다는 서류를 받았다. 발급한 서류를 귀화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에 제출했으나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법률로써 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조계종에 다시 도움을 요청했으나 조계종도 신원보증 외에 귀화를 위한 법률규정을 충족할 지원방안은 존재하지 않았다. 천만다행으로 장허 스님은 최근 한 불자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조건을 갖춰 귀화를 신청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00만명을 돌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21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서 전체 인구의 5.8%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계종은 십수년 전부터 ‘한국불교 세계화’를 목표로 지구 곳곳을 찾아 한국불교를 알리는 데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곁에 존재하는 세계인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외국인이 출가해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불교를 알리고 포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에 이주해 살아가는 외국인들에게 한국불교를 전하는 일도 해외포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들에게 같은 국가 출신의 스님들은 정서적으로 깊이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재원이다. 조계종이 장허 스님의 발원을 외면해선 안 되는 이유다. 제도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던가 아니면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장희 기자

이미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이주민들을 위한 활동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도 불교국가 출신의 많은 이웃이 사찰이 아닌 교회로 향하고 있다.

banya@beopbo.com

 

[1457호 / 2018년 9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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