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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살며 함께 하는 즐거움

기자명 도연 스님

인간의 2가지 성향 내향성·외향성
대부분 사람들은 양향적 성격지녀
혼자만도 함께만도 있을 수 없어
성향 알아 자기다운 삶 살아야

오늘은 여러분에게 어떤 날이었나요? 의미 있고 즐겁게 보낸 것 같아 보람을 느끼고 있나요? 에너지는 방전되었지만 실속이 없는 날은 아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루를 돌이켜 보면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과 무엇이든 하고 싶은 날. 누구도 만나지 않고 간섭받지 않으면서 쉬고 싶은 날도 있고요. 어떤 날은 누구라도 만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여기에 좋고 나쁨은 없습니다. 자신이 만족하면 되는 것이죠. 그런데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갈 때 행복한지 모르는 건 문제입니다. 자신의 성향을 알아서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성향으로 본다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불편하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이죠. 반대로 외향적인 사람은 인간관계나 사회적 활동을 통해서 삶의 의미와 활력을 느낍니다. 심리학자 칼 융이 체계를 나누고 구분한 인간의 두 가지 성향이죠.

하지만, 이분법적으로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으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오늘따라 혼자 있고 싶을 수도 있고, 어떤 날은 누군가를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피터 홀린스는 책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향적인 성향과 외향적인 성향이 섞여 있는 양향성”이라고 말합니다. 내향성이 강한 경우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 뿐 사람이 싫은 것은 아니고요. 외향성이 강한 경우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만 연락처는 몰라도 괜찮은 성향이에요. 결국 우리는 대부분 혼자는 외롭고 여럿은 피곤해하는 성향 즉 양향성의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대체로 우리들과 같은 독신 수행자는 홀로이기를 원합니다. 공동체를 이루고 살면서도 간섭받지 않고 은자(隱者)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고요. 서로 의지해 살지만 거기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부처님 같이 걸림 없이 사는 대자유인이 되기를 발원하며 출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을 때도 있고 정서를 나누며 친밀감을 느끼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법정 스님의 삶을 보면 양향성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스님은 수필집으로 대중에게 좋은 글을 나누면서 ‘맑고 향기롭게’라는 단체를 통해 사회적 활동을 했습니다. 동시에 홀로 살아감을 추구했어요. 강원도 산골에서 오두막을 짓고 사시거나 송광사 불일암에 혼자 계셨어요. 이러한 스님의 생각과 삶이 ‘홀로 사는 즐거움’이라는 에세이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홀로 있다는 것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순수하며 자유롭고,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당당하게 있음이다. 결국 우리는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따뜻한 가슴을 잃지 않으려면 이웃들과 정을 나누어야 한다.’
 

도연 스님

혼자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성향과 처해진 상황에 따라 인연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혼자만 살 수도 없고 함께만 있을 수도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홀로 살아가면서 함께 함을 생각하고, 함께 있으면서 홀로 존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봉은사 대학생 지도법사 seokha36@gmail.com

 

[1457호 / 2018년 9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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